70대 치매 부부의 로망? 노망? 한 끗 차이일 뿐

SBS 뉴스

작성 2019.04.05 17:05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SBS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4:20 ~ 16:00)
■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 방송일시 : 2019년 4월 5일 (금)
■ 대담 : 영화 <로망> 이창근 감독

---

- 영화 <로망> 개봉 사흘째, 관객 공감 얻고 있어
- 김정숙 여사, 치매파트너 등 200명과 함께 관람
- 부부가 동반 치매증상 앓는 경우 점점 많아져
- 이순재·정영숙 배우와 작업, 힘든 부분 없어…이순재, 이틀 만에 출연 결정
- <로망>은 캐스팅만으로 이미 반 이상 완성된 영화
- 이탈리아 우디네 영화제 경쟁작 초청·대만서도 개봉 예정


▷ 김성준/진행자:

대한민국 치매 현황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가 됐습니다.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는 나라가 우리나라잖아요. 당장 5년 뒤에는 치매 환자가 1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3일, 노부부가 함께 나란히 치매를 앓게 되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 <로망>이 개봉 했습니다. 오늘(5일)의 인터뷰에서는 영화 <로망>의 이창근 감독 스튜디오로 모셔서 말씀 들어보겠습니다. 감독님 안녕하십니까.

▶ 이창근 감독:

안녕하십니까.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잘 오셨습니다. 워낙 관심 가는 영화기도 했는데요. 지난 3일에 개봉했으니까 오늘이 사흘째인데요. 관객 반응은 어떻습니까?

▶ 이창근 감독:

어려운 설정인데도 많이들 공감해주시고 계시고요. 많은 관심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청취자 여러분들 간단하게 설명을 해드렸습니다만. <로망>의 줄거리 좀 말씀해 주시겠어요? 그런데 어려운 설정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저는 글쎄, 왜 그럴까 싶은데요. 치매라는 게 이미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사회적인 이슈가 됐고. 그래서 그렇게 어려운 설정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 이창근 감독:

어렵다는 말이 힘든 말일 수도 있고요.

▷ 김성준/진행자:

보기에 힘든 설정이다.

▶ 이창근 감독:

네. 그리고 동반 치매라는 설정 자체가 혼자인 설정보다는 아무래도 가족들에게도 많이 힘들고 본인들에게도 힘들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씀을 드렸고요. 간단히 설명을 드리자면 인생 70줄에 들어서 노부부가 동반 치매에 걸리게 되고. 그런 거짓말 같은 현실이 두 노부부에게는 굉장히 힘듦으로 다가오고요. 점점 흐릿해지는 현실과 또렷해지는 과거 속에서 노부부가 서로 의지해가면서 그 동안 잊고 살았던 로망을 떠올리는 아릿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제목 <로망>. "치매인데 로망?"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 이창근 감독:

네. 아무래도 한 끗 차이이기도 한데요. '노망'으로 인해서 기억을 잃어가고.
늙으면 망령이 든다는 사전적인 의미도 있는데요. 기억이 사라지고, 또 그로 인해서 두 분이 잊었던 로망을 다시 되찾게 되는. 그런 아이러니함이 있고요. 결국에는 그 두 단어가 이 작품에서 하나의 주제라고 할 수 있고. 또 저희 작품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렇군요. 대통령 영부인도 이번 영화 <로망>을 이미 관람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영화 끝난 다음에 말씀 좀 나눠보셨겠네요. 어떤 말씀을 나누셨습니까?

▶ 이창근 감독:

정부 차원에서도 치매와 관련해서 관심을 많이 가지고 계시고요. 또 치매파트너 분과 기억친구들 여러분들과 200여 명 같이 관람을 하셨고요. 관람이 끝나시고 굉장히 가슴 많이 아파하셨고. 어쨌든 고령화 사회가 그 과정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 분들이 급증하고 있고요. 다양한 시설 마련과 대안 그리고 제도 등을 마련하고 지원하겠다고 말씀을 해주셨고. 이제는 치매가 우리 가족만의 고통이 아니고 또 가족만이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함께 고민을 하겠다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 말씀하신 중에서 치매파트너, 기억친구들. 어떤 단체입니까?

▶ 이창근 감독:

네. 지금 어쨌든 그 분들이 치매에 걸려 계시는, 치매를 앓고 계시는 분들을 도와주시는 분들이고요. 일정 시간을 이수하게 되면 그 분들과 함께 봉사도 하고 계시는 거죠. 지역마다 치매파트너나 기억친구들이 계셔서 치매를 앓고 있는 어려운 분들이 도움을 처하시면 언제든지 그 분들이 찾아가셔서 도와주시고.

▷ 김성준/진행자:

도와주시고 정보도 제공해주시고 그런 모양이죠. 그런데요. 글쎄요. 노년의 로맨스가 사실은 그냥 노년의 로맨스만 놓고 보자면 그렇게 생소한 소재는 아닙니다만. 과거에도 몇 번 그런 사례들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굳이 치매를 택하셨어요? 개인적인 경험이 있다거나 계기가 있습니까?

▶ 이창근 감독:

사실 저희 주변에도 많이 치매를 앓고 계신 분들이 의외로 많으시더라고요. 조사를 해보니까. 사실 저희 집안에도 큰 외고모께서 92세인데 치매를 20여 년 앓고 계셨어요. 지금 본인이 72세인 줄 알고 계시고요. 그래서 그런 계기들이 있었는데 마침 <로망>이라는 시나리오를 접하고 한 번 그런 기억들을 되살리는, 소환하는 얘기들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있었고요. 그리고 또 이 원작이 재미있는 게. MBC 충북에서 시사 프로를 위해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 어떤 할머니 한 분을 만났는데. 할머니가 주취폭력 할아버지에 관해서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 요즘 너무 행복하다는 말씀을 하셔서 이유가 뭐냐고 했더니. 할아버지가 치매가 와서 요즘 말도 잘 듣고 너무 예뻐 죽겠다. 그래서 그런 말을 들으면서 누구에게는 악마 같은 성물이 누구에게는 행복이구나 이런 아이러니에서도 처음 출발하게 됐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것 참 진짜 아이러니네요. 그런데 이렇게 실제로 동반 치매 경우가 우리나라에 많습니까?

▶ 이창근 감독:

제 주변에도 있고 다른 지인 분들 얘기를 들어봐도 그런 분들이 몇 분 계시더라고요. 충북 음성에도 그런 부부가 계셨고. 저희 지인 중에도 장인, 장모가 한 달 간격으로 치매가 오셨더라고요. 아버지가 검사를 받으러 가셨는데 "오신 김에 어머니도 받으시죠" 해서 사진을 찍어봤더니 어머니가 더 많이 진행이 되셨대요.

▷ 김성준/진행자:

요즘 사실 정확한 통계는 모릅니다만. 미국의 통계를 보니까 유타주립대 노인의학 연구팀 논문에는 부부 중 한 쪽이 치매를 앓으면 배우자가 치매가 생길 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6배 높게 나타난다. 이런 자료도 나와 있네요. 이 정도면 쉽지 않은 것 같은데. 배우 이순재 씨 그리고 정영숙 씨 두 분이 주연을 하셨잖아요. 물론 두 분 다 연기 경력 합치면 114년이다, 이런 얘기도 나오고. 그야말로 연기력 면에서는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 하면 서러워 할 분들이지만 치매 연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더군다나 두 분이 추측컨대 캐스팅할 때부터 그것 안 할래, 이랬을 것 같은데 감독님이 설득하시느라 고생하신 것 아니에요?

▶ 이창근 감독:

아니요. 전혀 그런 고생은 없었고요. 두 분이 연극을 <사랑해요. 당신>이라든지 하고 계셨고. 정영숙 선생님 말씀처럼 한 번 해보고 나니까 <로망>에서 더 리얼하게 할 수 있었다고 말씀해주셨고요.

▷ 김성준/진행자:

<사랑해요 당신>도 치매와 관련된 내용인가요?

▶ 이창근 감독:

맞습니다. 정영숙 선생님 같은 경우는 제가 초등학교 때 <엄마 없는 하늘 아래>라는 영화에서 엄마 역을 해주셨고요. 그래서 그 때 보면서 되게 울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제가 감독을 하면서 언젠가는 선생님과 작품을 꼭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게 <로망>에서 첫 작품으로 만나 뵐 줄은 몰랐고요. 그리고 아버지를 찾고 있었는데 그 때 마침 <사랑해요 당신>에서 부부 역할로 나오셨던 이순재 선생님을 소개해 주셔서. 시나리오를 바로 드렸더니 이틀 만에 답이 오셨더라고요. 같이 하고 싶다고. 그래서 벌써 <로망>은 반 이상이 완성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 김성준/진행자:

의미를 갖고 이런 의미를 영화에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영화를 시작하셨겠지만. 또 영화가 끝난 다음에 다른 느낌을 가져보신 적이 있습니까? 실제로 만들어보고 나니까.

▶ 이창근 감독:

처음에는 사실 겁도 많이 났어요. 그 분들의 아픔을 잘 다룰 수 있을까 했었는데. 조사를 하고 또 영화를 다 찍고 그 영화를 보면서 그냥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고 어머니, 아버지고. 한 발짝만 더 다가가고. 그 분들의 시선에 눈높이를 맞추면 특별한 것이 없더라는 게 느껴졌고요. 많이 편안해졌어요.

▷ 김성준/진행자:

많이 편안해지셨다. 의미 있는 얘기네요. 곧 외국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라고요?

▶ 이창근 감독:

이번 이탈리아 '우디네 영화제' 경쟁작에 초청이 됐어요. 유럽에서 아시아 영화를 소개하는 최대 규모 영화제인데요. 거기서 4월 26일부터 5월 4일까지 아마 상영이 될 것 같고요. 그리고 대만에서 개봉을 하게 됐어요. 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와 대만의 무비클라우드라는 곳에서 같이 <로망>을 개봉하게 됐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네. 국내에서도 그렇고 국외에서도 그렇고 많은 반향 일으키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 이창근 감독:

감사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영화 <로망>의 이창근 감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