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다 보니 결혼을 결심할 수 없는 것입니다. 불안한 미래 때문에 결혼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이 문제인데 정부의 대책 대부분은 결혼한 부부를 상정해 만들어졌습니다. 출산 전 산모의 의료비를 얼마나 지원해 줘야 할지, 보육비를 얼마 더 지원하는 것이 나은지, 어린이집 운영 시간을 얼마나 연장해야 할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병의 원인은 따로 있는데 처방을 엉뚱하게 해왔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많은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 측면에서 뚜렷한 효과가 없었던 데에는 이런 이유가 컸습니다.
독일은 초저출산을 넘어서 90년대 이후 꾸준히 출산율(2016년 1.5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통일이라는 큰 사회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가족-일-교육의 선순환 구조를 회복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실제 사례들을 보면 결혼 5년 차 모하메드 씨는 요리사로 바쁘게 살다가 하루 7시간만 일하는 식자재 납품 업체로 이직했습니다. 가족 때문이었습니다. 덕분에 부인도 직장을 다니는 데 부담이 없습니다. 선진국의 경우, 여성 고용률이 높을수록 출산율도 동반 상승합니다. 물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들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또 육아 휴직 후, 얼마 전 시간제 일자리로 복귀한 라우라 씨는 출산 후 1년 동안 급여의 65%를 수당으로 받았고, 한 달에 200유로의 자녀 수당도 받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남자가 휴직하고 아이를 돌보는 경우가 많아서, 그녀의 남편도 출산 이후 3개월 휴직하고 집에서 아이를 돌봤습니다.
이처럼 교육에서 일자리로의 전환이 원활한 나라일수록 출산율은 확연히 높습니다. 여기에다 교육비에 대한 부담도 거의 없습니다. 독일 베를린 전 지역에서 유치원은 무료입니다. 비용을 부과한다면 월 680유로(약 80만 원) 정도를 내야 합니다. 대학 교육도 무상이고, 대학 대신 직업 훈련을 선택했다면 오히려 한 달에 500유로 안팎의 수당을 받으며 교육을 받습니다. 통상 교육비가 높아지면 자녀 수를 줄이려는 경향이 있는데, 독일에서는 최소한 교육비 때문에 출산을 고민하거나 포기하는 일은 드뭅니다.
가족과 일, 교육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요소들이 서로 적절하게 균형을 유지하면서 독일 국민들은 결혼이나 출산 같은 인생의 중대한 결심을 내릴 때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을 느낍니다. 결국 이런 삶의 균형이 가능한 건, 독일 국민들이 유난히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서라기보다는, 가족-일-교육이 선순환할 수 있도록 제도가 뒷받침해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한국 사회는 '가족과 일, 교육'이라는 세 개의 기둥이 조화롭게 균형 잡힌 모습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특히 세 기둥의 가장 작은 단위인 가족에서 시작돼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층이 불안과 두려움 없이 가족을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의 미래 복지의 큰 방향성을 '가족 형성'을 위한 지원으로 잡아야 하고, 이러한 가족정책이 우리의 일상에서 성공적으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생활 공공성이라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사진=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