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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네켄' 망국 한 서린 멕시코 메리다 시, '한국의 날' 제정

멕시코 유카탄 주 메리다 시가 한국의 날을 제정했습니다.

유카탄 주 메리다 시의회는 지난달 30일 한인이 멕시코에 처음 도착한 날인 5월 4일을 '한국의 날'로 제정하는 조례를 만장일치로 가결했습니다.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은 유서 깊은 유카탄 주 메리다에서 한인들의 이민역사와 독립운동 정신을 기리기 위해 '한국의 날' 제정을 추진했습니다.

김상일 대사는 한인 후손들이 멕시코 사회에서 한민족 후손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1905년 한인들의 최초 정착지이자 독립운동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곳에 한국의 날이 제정된 것은 한인 이민사 측면은 물론 독립운동사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메리다 시는 멕시코 동남부 유카탄반도에 있는 유카탄 주의 주도이자 멕시코 남동부 최대도시로, 한인 이민자들의 애환과 독립 열망이 깊이 서려 있는 곳입니다.

영국 선박을 타고 1905년 4월 제물포항을 출발한 한국 이민자 1천33명은 같은 해 5월 14일 멕시코 중서부 살리나크루스 항에 도착한 뒤 유카탄 주 메리다 주변 22개 에네켄(용설란) 농장에서 계약 노동자로 정착했습니다.

한인들은 4년간의 의무 노동계약이 끝났지만 1909년 일본의 강점으로 돌아갈 조국이 없어지자 유카탄반도와 티후아나 등 멕시코 전역으로 이주하고, 일부는 1921년 쿠바로 건너갔습니다.

메리다 시와 주변 지역에는 3∼5세대 한인 후손 7천여 명이 거주 중입니다.

노동이민으로 형성된 메리다 한인사회는 1909년 대한인국민회 메리다 지방회를 창립한 후 사관을 양성하는 기관인 숭무학교를 세웠습니다.

진성학교와 해동학교도 설립해 민족교육을 했습니다.

도산 안창호의 가르침에 감명받아 독립자금을 송금했고, 광복 후인 1946년에는 국가재건의연금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은 매년 5월 4일 '한국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대사관, 한인후손회, 유카탄 주, 메리다 시와 함께 개최할 계획입니다.

올해는 첫 기념행사인 만큼 유카탄 주지사와 메리다 시장 등 주요 인사와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할 예정입니다.

또 '한국의 날' 기념행사가 대표적인 지역 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유카탄 주 정부, 한인후손회와 공동으로 한국의 날 기념행사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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