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미국이 떨고 있다…원인은 홍역"

김정기 기자 kimmy123@sbs.co.kr

작성 2019.04.02 17:4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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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 록랜드에 있는 대부분의 공공시설 정문 앞에서는 체온계를 들고 있는 직원을 볼 수 있습니다. 출입자의 체온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체온 확인을 거부할 경우,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체온 확인을 통해 홍역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6개월간 미국에서는 홍역 환자가 빠르게 늘면서 록랜드는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은 학교, 식당 등 공공시설 안으로 들어갈 수 없도록 했습니다.

올해 3월까지 모두 15개 주에서 330건이 넘는 홍역 환자가 신고됐습니다. 372건이 지난 한 해 동안 신고된 점을 고려하면 놀랄만한 수치입니다. 록랜드는 상황이 특히 심각합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록랜드에서만 155건의 홍역 환자가 확인됐습니다. 급기야 비상사태까지 선언됐습니다.

홍역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18살 미만은 학교는 물론 쇼핑몰, 식당 등 공공장소를 아예 출입하지 못합니다. 보건당국은 공공장소 출입을 막아 이번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하지만, 홍역 확산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당국의 대책이란 설명도 나오고 있습니다.

● 홍역이란?

홍역은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유행성 전염병입니다. 초기에는 발열, 기침, 콧물 등의 증상을 보여 감기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전염성이 매우 높은 홍역은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감염자가 있던 자리는 최소 2시간이 지나야만 안전하다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밝혔습니다.

가볍게 볼 일이 아닙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017년에는 전 세계에서 홍역으로 11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대부분 5세 미만 아이들이었습니다. 문제는 지난 8년 전부터 이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부모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 예방접종을 왜 거부하는가?

이번에 가장 큰 문제가 발생한 록랜드에서는 18살 이하 미성년자의 홍역 백신 접종률이 73%에 그치고 있습니다. 홍역 백신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지만 접종률이 올라가지 않고 있습니다. 백신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예방접종이 자폐증을 일으킨다고 믿고 있는 부모들도 적지 않습니다.

1998년 영국의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가 "홍역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라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발표하면서 잘못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논문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웨이크필드의 의료 면허까지 취소됐습니다.

그러나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백신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접종을 꺼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예방접종을 거부하다가 환자와 접촉할 경우 95%가 홍역에 감염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국립 알레르기 및 감염질환 연구소의 안소니 포시 소장은 홍역 백신은 효과적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런 효과적인 예방 접종을 거부하는 부모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환자들이 줄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미국 뉴욕 나소 카운티는 인구의 14.2%가 예방접종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뉴욕시는 10.1%, 오스틴 텍사스는 9.8%, 시애틀의 경우 7.9%가 예방접종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예방접종은 95% 이상 진행되어야만 안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병원도 가지 말라"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는 홍역 의심 환자, 특히 어린이들은 집 안에서 치료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화를 통해 의사와 먼저 상담하라는 뜻입니다. 홍역이 의심된다고 병원 또는 응급실로 갈 경우, 또 다른 홍역 환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쉽게 감염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CDC에 따르면 단 한 번의 홍역 예방접종은 홍역을 예방하는데 93% 효과가 있으며 볼거리에 대해서는 78%, 풍진에 대해서는 97%의 예방효과가 있습니다.

미국 국립 알레르기 및 감염질환 연구소의 안소니 포시 소장은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예방접종을 반대하는 일부 시민들을 이번 홍역 확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순찰을 하며 예방접종 확인서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방접종을 받지 않고 공공장소에서 발견될 경우 벌금 5백 달러가 부과됩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