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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부 "대선 전 김현희 데려와라"…외교문서 공개

<앵커>

당시에는 비밀로 다뤄졌던 외교 문서들도 30년이 지나면 비밀이 해제돼 일반에 공개됩니다. 올해는 1988년 문서들, 그 가운데서도 1987년 11월에 있었던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 관련 문서들이 공개가 됐습니다. 당시 전두환 정부가 사건 보름여 뒤 대통령 선거 전에 어떻게든 폭파범 김현희를 데려와 카메라 앞에 세우려고 했던 증거들입니다.

정경윤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제13대 대선 하루 전인 1987년 12월 15일, 바레인에 억류돼 있던 김현희가 흰 마스크를 쓰고 양팔에 부축을 받으며 비행기 트랩에서 내려오던 순간, 대통령 직선제 부활과 군사정권 종식 등 모든 대선 이슈는 한꺼번에 묻히고 말았습니다.

선거 막판 김현희 압송을 통한 군사정권 연장을 위해 당시 외무부는 기민하게 움직였습니다.

12월 7일 박수길 차관보를 바레인에 특사로 보내 인도 협상을 지휘하도록 했고, 박 차관보는 늦어도 15일까지 김현희가 서울에 도착하려면 12일까지는 송환 일정을 통고받아야 한다고 서울에 보고했습니다.

'늦어도 15일까지'라는 표현에서 이 사건을 대선에 활용하겠다는 전두환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바레인 정부가 우리 대선 일정을 고려해 이송 날짜를 확정하지 않자 다급해진 정부는 사우디까지 동원해 영향력 행사를 요청했습니다.

당시 안기부가 노태우 후보 당선을 위해 KAL기 폭파 사건을 정략적으로 활용했다는 사실은 2006년 국정원 과거사위 조사에서 한 차례 드러났지만, 이번 문건 공개를 통해 외무부가 안기부의 손발 노릇을 했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외교부는 이런 내용을 포함해 30년 전에 작성된 외교 문서 25만여 쪽을 일반에 공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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