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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 폐해 심각…건보곳간서 10년간 2조 5천억 원 빼내가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면허대여 약국) 등 불법개설기관이 과잉진료를 하거나 진료비를 허위 부당 청구해 건강보험공단에서 빼내 간 금액이 최근 10년간 2조 5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무장병원과 면대 약국 등은 의료법이나 약사법상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료인이나 약사 등을 고용해 의료인(약사)이나 비영리법인 명의로 개설, 운영하는 불법기관을 말합니다.

건보 당국은 보건의료질서를 파괴하고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사무장병원 등을 근절하고자 종합대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지만, 은밀하게 이뤄지는 사무장병원 등의 불법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1일 건강보험공단의 '사무장병원 등 현황 및 문제점' 자료를 보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부당하게 청구하다 걸린 사무장병원과 면대 약국 등 불법개설기관은 총 1천531곳에 달했습니다.

이 기간 환수 결정된 요양급여비용은 총 2조 5천490억 4천300만 원에 이르렀습니다.

보건당국 단속에 걸린 사무장병원 등 불법개설기관은 해마다 끊이지 않으며 대체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2009년 6곳에 그쳤으나 2010년 44곳, 2011년 158곳, 2012년 173곳, 2013년 153곳, 2014년 186곳, 2015년 171곳, 2016년 231곳, 2017년 239곳, 2018년 170곳 등이었습니다.

환수 결정 금액도 2009년 5억 5천500만 원에 불과했지만, 2010년 82억 4천500만 원, 2011년 584억 900만 원, 2012년 701억 9천400만 원, 2013년 1천352억 9천만 원, 2014년 2천506억 7천300만 원, 2015년 3천710억 1천900만 원, 2016년 4천598억 6천700만 원, 2017년 5천458억 100만  등으로 증가했습니다.

2018년에는 6천489억 9천만 원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사무장병원 등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사람이 의료인을 앞세워 불법 개설한 요양기관으로 그 자체가 불법이기에 건보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진료비를 청구해 받아내다 정체가 확인되면 건보공단은 환수절차를 밟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 환수 금액은 미미한 실정입니다.

2009∼2018년 10년간 환수 결정액 중에서 건보공단이 실제로 징수한 금액은 1천712억 4천500만 원으로 징수율은 평균 6.72%에 불과했습니다.

징수하겠다는 고지한 액수 중 거의 대부분을 환수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사무장병원 등을 통해 새 나간 건보재정이 막대합니다.

그간 7년째 이어오던 당기흑자에 마침표를 찍고 지난해 건보재정이 1천778억 원의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했는데, 만약 사무장병원 등에 새 나간 부정청구를 막고 제대로 환수만 했다면 적자가 아니라 흑자를 보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사무장병원 등 불법개설기관 증가에 따른 사회적 폐해는 심각하니다.

돈이 되는 일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병상 수는 확대하면서 의료인은 최소한만 고용하고, 불법 건축, 소방시설 미비 등 환자 관리와 안전사고예방에는 소홀해 밀양 세종병원 사례처럼 큰 인명피해를 낳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익증대에만 몰두해 항생제ㆍ수면제 과다 처방, 일회용품 재사용, 신체결박, 과밀병상 운영 등 의료서비스 질 저하로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실정입니다.

면대 약국의 경우도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하고, 특정의료기관에 리베이트를 제공해 특정 의약품만 처방하도록 유도하는 등 국민건강에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사무장병원 등은 비의료인이 무리한 대출을 이용해 의료기관을 개선,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고자 불필요한 진료를 권하거나, 고가의 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가족과 지인 등을 환자로, 외래환자를 입원환자로 둔갑시키거나, 입원 기간을 늘리는 등 유령 환자를 양산해 부당청구하기 일쑤입니다.

속칭 나이롱 환자 유치, 하지도 않은 수술비 청구 등 보험사기, 허위환자 유치, 보험사기범과 결탁해 가짜 입원, 과잉진료 등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을 가리지 않고 진료비를 빼내 가 공사보험재정을 뿌리부터 뒤흔듭니다.

보건의료질서를 파괴하면서 국민이 모두 피해를 보게 됩니다.

실제로 건보공단이 2009∼2017년 최근 9년간 적발된 사무장병원(1천273곳)과 기존 전체 누적 의료기관(12만114곳)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보면, 사무장병원은 병실당 병상 수가 훨씬 많으며, 저임금 의료인력을 활용하는 등 이윤추구 구조로 인해 인프라가 취약했습니다.

사무장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인은 이직하는 경우도 훨씬 잦았습니다.

이 때문에 사무장병원의 의료서비스는 형편없었습니다.

의료의 질이 떨어져 같은 연령대의 비슷한 중증도 환자 100명이 입원했을 때 사망자 수(2012~2016년 평균)가 사무장병원은 110.1명으로 일반 병원급 의료기관(98.7명)보다 11.4명이나 많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게다가 진료비도 비싸고 주사제 처방 비율도 높으며, 장기 입원일수도 1.8배나 많은 등 과잉진료를 일삼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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