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사관 침입 사건은 한편의 첩보전…치밀한 계획과 대담한 수법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한 용의자들은 치밀한 사전 준비를 거쳐 대담한 방식으로 범행을 감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스페인 유력 일간지 엘 파이스에 따르면 스페인 고등법원 호세 데라 마타 판사는 법원 문서를 통해 지난달 22일 발생한 북한대사관 침입 과정에 대한 수사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10명으로 이뤄진 용의자들은 '에이드리언 홍 창'이라는 이름의 멕시코 국적 미국 거주자의 주도로 치밀한 사전 준비 후 마드리드 외곽에 있는 북한 대사관에 침입했습니다.

이 조직의 리더로 알려진 홍 창은 대사관 침입에 앞서 마드리드의 한 상점에서 권총집 5개, 전투용 나이프 4개, 모형 H&K(독일 총기 제조사) 권총 6정, 권총 장착용 어깨띠 1개, 고글 4개, 손전등 5개, 그리고 수갑 등 5종의 구속 장비를 샀습니다.

한국 국적자 '람 리'와 미국 국적자 '샘 류' 등 다른 4명의 공범은 2월 20∼22일 현지 상점에서 33개의 양면테이프와 덕트 테이프, 펜치, 접이식 사다리 등을 추가로 구매했습니다.

이들은 이 장비를 갖고 지난달 22일 오후 4시34분 차를 몰고 대사관으로 향했습니다.

홍 창은 대사관에 도착하자 경제참사를 만나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홍 창은 이전에 사업가로 가장해 한차례 방문한 적이 있어서 이 경제참사를 알고 있었습니다.

데 라 마타 판사는 홍 창이 대사관 직원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틈을 타 공범들을 대사관 안으로 들여보냈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마체테(날이 넓고 큰 칼)와 납으로 된 봉, 모형 권총을 갖고 대사관으로 들어가 대사관 직원들을 때리고 제압한 뒤 수갑 등으로 결박했습니다.

그러나 대사관 직원 중 1명이 건물에서 뛰어내려 탈출에 성공해 도움을 요청했고 행인 1명이 경찰에 신고하고 구급대를 불렀습니다.

이에 출동한 경찰이 대사관의 초인종을 눌렀지만 홍 창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이 그려진 배지가 달린 재킷을 입고 직접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그는 자신을 대사관 고위 당국자로 소개하고 별다른 일이 없다며 경찰을 돌려보냈습니다.

이들은 경제참사를 지하실로 데려가 탈북을 권유했으나 그가 거부하자 경제참사를 다시 결박하고 검은색 봉지를 그의 머리에 씌웠습니다.

대사관 직원들은 이날 몇 시간 동안 붙잡혀 있었으며 침입자들은 컴퓨터 2대와 USB 몇 개, 보안 이미지가 포함된 하드 드라이브 2개, 휴대전화 1대를 갖고 갔습니다.

용의자 대부분은 이날 오후 9시40분쯤 3대의 대사관 차량에 나눠타고 대사관을 빠져나갔고, 홍 창과 다른 1명은 뒷문으로 나가 다른 차량을 타고 떠났습니다.

대사관에서 나온 이들은 4개 그룹으로 나눠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간 뒤 미국 뉴저지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반 북한단체 '자유조선'은 어제(26일) 오후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