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의 매력이 뭐예요?"
영화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던질 때가 있었다. 류준열은 마치 그에 대한 답을 직접 보여주듯 몇 년 사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연기력의 성장과 더불어 스타성도 궤도에 올랐다. 이제는 한 편의 영화를 책임지는 주인공의 자리에 올라 극을 이끌고 있다.
충무로는 주연 배우의 문턱이 높다. 안방극장에서 날고 기는 스타라 하더라도 스크린에서 주연 자리를 차지하기는 어렵다. TV에서의 인지도와 영화에서의 인지도는 다르게 적용된다. 20대 중후반부터 30대 초중반의 남자 배우 중에서 스크린 단독 주연을 꿰찬 배우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류준열은 TV드라마로 스타덤에 올라 스크린으로 그 영역과 인기를 확장해간 경우다.
미남의 기준으로 봤을 때 딱 맞게 부합하는 얼굴은 아니다. 그런데 잘 생겨 보이는 이상한 매력이 있다. 심지어 대체도 안 되는 류준열만의 개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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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은 2019년을 '뺑반'(감독 한준희)으로 열고, '돈'(감독 박누리, 제작 사나이 픽처스·월광)으로 스크린 주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촬영 순으로 따지면 '돈'을 먼저 찍었다. 류준열을 가장 먼저 주연 자리에 앉힌 '돈'의 박누리 감독과 제작사 사나이 픽처스의 한재덕 대표는 '준비된 배우'이며 '영리한 배우'라고 평했다.
전체 67회 차 중 60회 차를 소화했다. 이 말인 즉 카메라가 돌아가는 거의 모든 날, 모든 순간 류준열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류준열은 첫 주연작 '돈'에 대해 "배역의 경중을 떠나 영화의 재미를 알게 해 준 작품"이라고 의미 부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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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은 이번 영화에서 부자가 되는 꿈을 안고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 신입 주식 브로커 '일현'으로 분했다. 시나리오에 꽂힌 이유는 주제 의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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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은 이번 영화에서 어리바리한 신입 사원의 모습부터 '돈의 맛'에 취한 타락한 주식 브로커의 얼굴까지 시시각각 변화하는 다양한 얼굴을 보여줬다. 영화 초반의 일현의 모습은 굳이 여의도 증권가가 아니라도 사회 어딘가에서 볼 법한 평범한 캐릭터처럼 보였다. 그러나 중반부터 불법적인 방식으로 막대한 부를 취득하고, 더 큰 유혹에 흔들리는 인간의 아슬아슬한 내면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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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은 데뷔 전 여의도 증권가를 경험한 바 있다. 모 카드회사에서 3개월가량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 당시의 경험은 풋풋한 일현을 표현하는데 도움이 됐다.
"매일 9호선을 타고 내려 증권가 사이에 있는 회사에 출근했었어요. 그때만큼은 저도 지옥철을 타고 출근해 정신없이 일하고 꿀맛 같은 점심시간을 기다리는 일상을 보냈네요. 하루 하루를 치열하게 하는 회사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돈'은 정현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큰 차이점이 있다면 엔딩이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었다'는 류준열의 목소리로 영화를 열고 닫지만 그 의미는 사뭇 다르다. 류준열은 영화만의 엔딩에 대해 만족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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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를 통해서도 좋은 선배들을 만났다. 유지태와는 첫 호흡이었고, 조우진과는 '전투'에 이은 두 번째 호흡이었다.
"'올드보이', '봄날은 간다' 모두 제가 좋아하는 한국영화예요. 대학교 때 유지태 선배님의 영화 '동감'을 틀어놓고 영화 수업을 받았어요. 이렇게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게 행운이죠. 유지태 선배는 현장에서 늘 베테랑 다운 면모를 보여주셨어요. 단적인 예로 야단을 치면 잘하는 과가 있고 '잘한다 잘한다'하면 잘하는 과가 있는데 전 후자거든요. 연기도 즐기면서 하자는 주의예요. 유지태 선배가 저를 두고 '영화계의 거목'이 될 거라고 한 말에는 진심도 있겠지만 제 잠재력을 꺼내기 위한 덕담이라고 생각했어요. 고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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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하는 순간 같은 아래층에서 인터뷰 중인 조우진이 "준열아!!! 뭐하고 할까?"라고 소리쳤다.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가 계단을 타고 올라오자 일순간 인터뷰장엔 웃음이 터졌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칭찬을 하고 있었던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류준열은 박장대소하며 "형~~~! 일단 좋다고 해요!!!"라고 소리쳤다.
"선배들에게 살가운 후배인 것 같다"라고 하자 류준열은 "생각해보면 스스로 벽을 치고 어려워했던 시절도 있었어요. 제 딴엔 예의 차린답시고 그랬는데 보이지 않는 거리감을 생기게 한 건 아닌가 싶더라고요. 살면서 나쁘다거나 못됐다는 소리는 안 들어봤기에 진심을 다하면 알아주시겠지 생각했어요.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조금 친해졌다 싶으면 편하게 대하곤 했어요. 다행히 선배들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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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제 얼굴이 주는 차가운 이미지 때문에 다가오기 어려우셨나 보더라고요. '알고 보니 그렇지 않네'라는 소리를 영화 끝날 때쯤 들으니까 너무 아쉬운 거에요. 선배들이 '영화배우는 작업이 복이야. 직장 생활하는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같은 사람들과 일하잖아. 배우는 영화 들어갈 때마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잖아.'라고 하시는 게 큰 깨달음이 됐어요. 유해진 선배도 '택시운전사'때까지는 '선배님'이었는데 '전투'를 끝낸 지금은 '형'이 됐어요. 진작 가깝게 지낼 걸 후회되더라고요. 제 나름 친해지기 위해 도전 아닌 도전을 했는데 다행히 예뻐해 주시더라고요. 김의성 선배가 얼마 전 "배우 중에 날 형이라 부르는 사람은 너 밖에 없어"라고 하시며 웃으시더라고요. 선배들이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유독 숨가쁘게 달렸던 지난 1년의 소회를 물었다. 그는 "생각해보면 '돈'이라는 영화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돈'을 찍으면서 '리틀 포레스트'에 들어갔고 이후 '독전', '뺑빤'까지 작품을 쭉 이어갔어요. 작년에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올해도 작년만 같아라'라는 마음이에요. 흥행도 중요한데 작품에 관한 평가도 중요한 것 같아요. '리틀 포레스트'는 엄청난 흥행을 한 영화는 아니지만 지금도 인생 영화라며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감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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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는 그런 부담감에 에너지를 쓸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지금도 계속해서 배우고 있는 단계거든요. 이번 작품도 연기법에 있어 많은 고민을 했고, 제 나름의 실험을 했어요. 이미지 소비에 대한 것에 신경을 쓰고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재밌는 작품이 뭐가 있을까'라는 고민이 더 필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아주 오랜만에 차기작이 공란이기도 하다. 류준열은 "남들이 안 해본 영화, 안 해 본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물론 비슷한 작품을 할 수도 있겠죠. 비슷하더라도 나만의 방법으로 표현해보는 게 중요하니까 그 점을 고민할 것 같아요. 요즘도 시나리오를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시대에 따라 대중이 환호하는 '스타의 얼굴'이라는 게 있다. 처음 류준열을 봤을 때 든 생각은 '시대를 잘 만났다'였다. 류준열을 향한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보면서 매력이 곧 개성이 되고 개성이 곧 잘생김으로 승화되는 시대에 나타난 배우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앞선 인터뷰에서 류준열은 "영화는 100~200명의 스태프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공동 작업이잖아요. 그 안에서 제게 주어진 몫을 잘하고 싶어요"라고 말한 바 있다. 그 말에 더하자면 시대의 분위기와 에너지를 담은 영화를 묵묵히 만들어가는 것도 배우 류준열의 주요한 몫이다.
(SBS funE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