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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중국과의 '일대일로' 양해각서 초안 공개

이탈리아가 서방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참여를 기정 사실화한 가운데, 양국이 오는 21∼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탈리아 방문 기간에 서명할 것으로 관측되는 양해각서(MOU)의 초안이 공개됐습니다.

17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5페이지 분량의 초안은 이탈리아는 과거 동서양을 잇는 교역로 '실크로드'의 해상 루트의 전통적인 상륙 지점 역할을 하는 등 양국이 공통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양국이 정치적·상업적 관계를 강화하고, 역내 평화 증진을 위해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협력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양국의 주요 협력 내용으로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자금 지원을 받아 공동 사업을 하고, 도로와 철도, 교량, 민간항공, 항만, 에너지, 통신 등 이해를 공유하는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조항이 포함됐습니다.

또한, 교역과 투자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제3국 시장에서 협력한다는 계획과 함께 양국 간 문화와 과학, 관광, 교육 교류를 활성화한다는 내용도 적시됐습니다.

윤곽이 드러난 초안에서는 중국 주도로 출범한 다자간 투자은행인 AIIB를 통해 사업 자금을 지원받는다는 조항이 특히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일대일로에 참여한 국가 대부분이 대출 과정이 불투명하고, 중국 건설사와의 계약과 연동된다는 지적을 받아온 중국개발은행과 중국수출입은행 등 중국 국유은행을 통해 차관을 제공받은 것과 달리 이탈리아가 AIIB에서 자금을 지원받으려 하는 것은 우방의 우려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AIIB는 유럽연합(EU)이 요구하는 경쟁 입찰, 환경영향 평가 등 국제기준에 맞춰 대출을 해주는 기관이라, 서방의 염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것입니다.

한편, 중국이 도로, 철도, 교량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투자와 차관, 경제협력 등을 통해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유럽 등으로 경제 영토를 확대하려는 사업인 일대일로에 이탈리아가 동참하면 주요 7개국(G7) 가운데 최초가 됩니다.

중국의 확장 정책을 경계하고 있는 미국과 EU 등 서방은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로 이탈리아의 전략 산업과 기술, 민감한 정보뿐 아니라, 유럽으로 향하는 교두보가 될 항구들을 중국에 내줌으로써 이탈리아가 서방으로 세력을 넓히려는 중국의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다며 바짝 경계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유럽 내에서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는 그리스, 헝가리, 포르투갈 등 비주류 국가에 그치고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적인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는 중국과의 무역을 활성화하고, 중국으로부터의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일대일로 참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연립정부에서도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이 이끄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은 일대일로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반면, 극우성향의 정당 '동맹'의 대표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국가 안보가 최우선"이라면서 일대일로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등 온도차가 존재합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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