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정 설득하더니…재판 직후 상대측 로펌에 입사

입법조사처장 김하중 내정자, 재판 6일 만에 소송 상대 로펌행

안상우 기자 ideavator@sbs.co.kr

작성 2019.03.17 20:58 수정 2019.03.18 13:3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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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회의원들이 법 만들 때 참고 의견을 내는 입법조사처라는 조직이 국회에 있습니다. 여기에 차관급 처장으로 변호사가 임명이 됐는데, 자기 의뢰인에게 불리한 법원 조정을 받으라고 설득을 하고는 일주일 뒤에 상대편 로펌으로 옮긴 과거가 저희 취재 결과 확인이 됐습니다.

변호사 윤리 규정을 어긴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는데, 안상우 기자 단독 취재 보시고,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판단을 해보시죠.

<기자>

68살 김일석 씨는 10년 넘게 동업하던 A씨로부터 돈을 떼였다며 지난 2015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 법원은 증거 부족으로 김 씨 청구를 기각했고 김 씨는 재작년 8월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2심에서 동업자 A씨가 김 씨 몰래 돈을 빼돌린 정황이 발견되자 재판부는 조정 절차를 제시했습니다.

당시 김 씨의 법정대리인은 차관급 정무직공무원인 국회 입법조사처장에 최근 내정된 김하중 변호사였습니다.

김 씨는 당시 김 변호사가 조정을 거부하면 2심에서도 패소할 수 있다며 수용할 것을 설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일석/김하중 변호사 의뢰인 : '괘씸죄로 패소 당할 수 있다. 그러면 당신이 피고 측 법정 비용도 다 물어줘야 하고, 당신이 그런 비용이 있냐'며 그런 얘기를 한 거예요.]

김 변호사의 설득에 조정을 수용한 김 씨는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김 변호사가 상대편을 대리했던 로펌에 들어간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김 씨 재판은 2018년 6월 12일 조정이 확정됐는데, 김 변호사는 불과 6일 뒤인 6월 18일 상대편 로펌에 입사했습니다.

[김일석/김하중 변호사 의뢰인 : '내 변호사가 아니고 저 사람 변호사였고, 저렇게 나쁜 사람이 있을까' 그런 심정이었어요.]

취재 결과, 김 변호사는 이미 사건을 수임한 직후인 2017년 9월경 상대편 로펌이 있는 건물로 이전해 사무공간을 나눠 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상대 로펌과 사무실이 붙어 있었을 뿐 별도의 임대 계약을 맺고 사용하고 있었는데 소송 도중 영입 제의를 받아 이직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의뢰인과의 신뢰관계를 위해 소송을 마무리한 뒤 이직했고 그 사이 불필요한 접촉은 없었다"며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김 변호사가 이직하기 전 법률사무소에서 함께 일했던 관계자의 설명은 다릅니다.

"김 변호사가 이직 전부터 상대편 로펌 구성원들과 회식을 갖거나 정례회의를 했고 상대 로펌에 더 빨리 들어가기 위해 맡고 있던 소송들을 서둘러 끝내려 했다"는 겁니다.

[이승태/前 변협 윤리이사 : 상대방 변호사 사무실에 취직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면서 일을 진행한다면 '누가 그걸 신뢰할 수 있겠냐'는 문제가 있거든요. (의뢰인에게) 고지를 하지 않았다면 성실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내일 차기 입법조사처장에 내정된 김 변호사의 임명 동의를 위한 회의를 개최합니다.

(영상취재 : 박대영·최남일·홍종수, 영상편집 : 유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