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테러범, 인터넷·SNS 활용해 홍보 극대화"

정동연 기자 call@sbs.co.kr

작성 2019.03.16 23:03 수정 2019.03.16 23:47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뉴질랜드 테러범, 인터넷·SNS 활용해 홍보 극대화"
뉴질랜드의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를 자행한 브렌턴 태런트가 인터넷과 SNS를 이용해 자신이 저지른 테러 행위의 홍보 효과를 극대화했다고 외신들이 평가했습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태런트가 인터넷 팬층의 물결을 타려는 의식적인 노력의 결과 신기원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태런트는 헬멧에 장착한 카메라를 통해 자신이 벌인 테러 공격을 촬영하면서 이를 페이스북으로 실시간 중계했습니다.

또 극우 성향의 이미지 공유 게시판 '8챈'에는 범행 직전 테러의 동기와 목적 등을 담은 성명서를 올렸습니다.

물론 소셜미디어나 인터넷을 테러 홍보의 수단으로 삼은 사례는 처음이 아닙니다.

2016년 미 플로리다주 올랜도 나이트클럽의 총격범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내용을 올렸고, 같은 해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 전사도 페이스북에 살해 장면을 생중계했습니다.

태런트의 남다른 점은 그가 테러 직전 청소년이나 사춘기 전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유튜버인 '퓨디파이'의 슬로건인 "기억하게. 친구들이여. 퓨디파이를 구독하게"를 외쳤다는 것입니다.

퓨디파이는 주로 게임이나 유머 등의 소재를 다루는 전 세계에서 구독자 수 1위의 유튜버입니다.

퓨디파이 구독자는 9천만 명에 육박합니다.

퓨디파이로 활동하는 펠릭스 셸베리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그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테러리스트가 "내 이름을 언급해 역겹다"며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게 위로를 건넸습니다.

하지만 퓨디파이가 테러범을 언급한 것 자체로 살인 홍보를 돕는 것이 됐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지적입니다.

포린폴리시도 "이번 총격범의 선언문과 동영상, 그리고 이 둘을 배포한 수단은 이것들이 온라인 문화의 관습과 어법에 깊숙이 젖어들어 있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짚었습니다.

그가 온라인에 올린 선언문은 인터넷 이용자 사이에서는 공용어라 할 만한 '온라인 밈'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입니다.

포린폴리시는 "선언문의 저자는 때때로 일반인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상한 발언으로 인터넷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의도적으로 도발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매체는 일례로 그가 비디오게임 '스파이로 더 드래론3'에서 인종적 민족주의에 대해 알게 됐고, 또 다른 게임인 '포트나이트'가 그를 킬러로 훈련했다는 언급도 했습니다.

태런트는 선언문에서 이런 게임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한 뒤 곧바로 "아니다"라며 다시 부정하는 독특한 표현 방식을 썼습니다.

특히 74쪽에 달하는 그의 선언문을 두고는 원천적으로 논란과 분란을 끌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 잡지 디 애틀랜틱은 "이 선언문은 테러의 모든 측면이 온라인에서 최대의 이목을 끌도록 고안됐다"며 "여기에는 부분적으로 언론을 미끼로 꾀는 것도 포함된다"고 썼습니다.

이 잡지는 이어 언론인 로버트 에번스를 인용해 "이 선언문은 끔찍한 범죄의 뒤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 헤매는 언론인을 위한 함정"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에번스는 "거기엔 진실과 총격범의 급진화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담겨 있다"며 "그러나 그것은 논란을 유발하거나 반어적인 내용이 담긴 글들 아래 묻혀 있다"고 말했습니다.

포린폴리시는 태런트가 남긴 동영상과 선언문은 결국 그가, 스스로 존경한다고 말한 노르웨이의 테러범 안드레스 브레이비크와 비슷한 불멸의 인종차별주의자가 되기를 원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뉴스를 보도할 때 마주하는 도전과제는 폭력적인 온라인 커뮤니티의 인종차별주의에 많은 사람을 노출시키지 않을 것이냐 하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