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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또 '靑 낙하산' 논란…기회는 평등했고 과정은 공정했나

[취재파일] 또 '靑 낙하산' 논란…기회는 평등했고 과정은 공정했나
지난달 말, 인사혁신처가 공직자에 대한 취업 심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대상은 모두 101명. 개인정보란 이유로 구체적인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유독 눈에 띄는 소속을 가진 2명이 있었습니다. '대통령 비서실'. 2기 청와대 비서진 개편 전후로 청와대를 떠난 사람들인데, 신상은 얼마 못 가 기사화됐습니다. '낙하산 채용'이란 꼬리표도 따라붙었습니다. 황현선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과 한정원 전 정무수석실 행정관입니다.
인사혁신처 보도자료 '2019년 2월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 공개' 중 발췌
● 발표 전부터 '내정' 소문 돌아…"늘 정치권이 챙기던 자리"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출신이 상임감사로 온다고 한다." 황현선 전 행정관의 유암코(UAMCO, 연합자산관리)행이 알려진 건 내정 사실이 공개되기 한참 전이었습니다. "금융권 경력이 없다더라"는 말이 더해지면서 일찌감치 낙하산 논란이 불붙었습니다.

먼저 유암코가 어떤 회사인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암코는 부실채권(NPL)을 관리하기 위해 국내 은행들이 돈을 모아 만든 회사입니다. 자본금은 조 단위 규모입니다. 작은 몸집은 아닙니다. 주주총회 의장은 은행연합회장이 맡습니다. 준공공기관 성격의 금융기구인데, 거꾸로 말하면 주인이 없는 회사라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황 전 행정관은 더불어민주당 당직자 출신입니다. 당에서 기획조정 국장 등을 지냈고, 2017년 대선 땐 문재인 캠프 전략기획팀장을 맡았습니다. 핵심이라면 핵심입니다. 이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보좌관으로 지난해 말까지 근무했습니다. 조 수석과는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 활동을 함께 하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뚜렷한 금융권 관련 경력은 없습니다. 이 때문에 단수로 상임감사 자리에 내정되자 "청와대 낙하산이 내려왔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청와대 장관 교체
은행연합회 측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특별한 반박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주주, 그러니까 출자금을 낸 시중은행들이 적임자라고 판단해 선정한 것일 뿐"이란 답만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 원래 늘 그렇게 쓰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정권을 잡은 여당이 살뜰하게 챙겨 왔던 자리 중 하나입니다. 현 상임감사도 국무총리실 정무실장 출신이고, 초대 상근감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경제정책비서관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상임감사뿐 아니라 대표이사 자리도 여당에서 챙길 거란 소문이 안팎에서 돌기도 했습니다.

● 두 달 만에 민간 금융회사로…없던 자리 만들어

한정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은 두 달 만에 민간 금융회사인 메리츠금융지주로 직행했습니다. 메리츠는 없는 임원 자리까지 만들어 한 전 행정관을 영입했습니다. 금융업 경력이 없는 39세·3급 행정관에게 억대 연봉의 상무 자리를 줬습니다. 이 때문에, 마찬가지로 채용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한 전 행정관은 2년 전에도 SBS 기자로 문재인 후보 캠프를 취재하다 대선 직후 청와대로 자리를 옮겨,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메리츠 측은 "브랜드 총괄 담당자가 필요해 먼저 영입을 제안했다"며 "금융권 출입 기자 시절 맺은 인맥으로 스카우트 한 것이지, 낙하산 채용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야당은 채용과정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청와대 안에서도 "최소 6개월은 쉬었다 갔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 '기회는 평등'했고 '과정은 공정'했나…결국 정권 의지에 달려

문제는 이런 식의 낙하산 채용을 현재로선 막을 방법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인사혁신처가 이들의 재취업에 '문제없다'는 결론을 낸 게 현실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실제 그동안 청와대와 국정원 같은 권력기관 출신들은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를 대부분 통과해왔습니다. 황서종 인사혁신처장도 "취업제한은 5년간 자신이 한 일과 취업 결과 사이 연관이 있었는지를 근거로 결정된다. 그런 게 없으면 달리 판단하기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선서
현실이 이렇다면, 결국 정권의 의지로 귀결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문재인 정부에선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낙하산 인사에 대해선 후보 시절부터 강하게 비판해왔습니다. 특히 금융 관련 정책 공약에서는 '낙하산 인사 근절'을 핵심 의제로 내놓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낙하산 논란을 일으키는 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다른 사람도 아닌 청와대 행정관들이 정면으로 위배하는 셈이 됩니다. 실제 일부 청와대 관계자들은 "청와대에 남아있는 행정관, 그리고 새로 청와대에 오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사인을 줄 수 있다"며 걱정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국민의 시선입니다. 때마침 발표된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실업자 수는 130만 명을 훌쩍 넘겼습니다. 2년 내 최대치입니다. 전체 실업률도 4.7%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1~2년 근무 경력을 등에 업고 '좋은 회사' 임원으로 내려가는 행태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어떨까요. '기회는 평등'했고 '과정은 공정'했다고 생각할까요. 반복되는 허탈감과 "과거 정부와 다를 게 없다"는 실망, 결국 남은 임기 국정운영의 부담으로 쌓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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