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테니스 선수예요. 우연히 여자로 태어난."
여자프로테니스(WTA)를 설립한 빌리 진 킹의 실화를 다룬 영화, 빌리 진 킹 : 세기의 대결(2017) 속 대사입니다. 이 영화의 원제는 성 대결(Battle of the Sexes)입니다. 세계 1위였던 빌리는 대회를 보이콧 하며 남녀 선수들의 상금 차별에 저항했습니다. 현재 테니스 그랜드슬램으로 불리는 4대 메이저 대회(US오픈,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는 모두 남녀 상금 규모가 같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포상금도 차이가 큽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 나선 미국 남자 대표팀은 16강에서 탈락한 뒤 총 540만 달러(약 61억4000만원)를 받았지만 이듬해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한 여자팀이 받은 금액은 172만 달러(약 19억6000만원)로 3분의 1이 채 되지 않습니다.
● 월드컵 진출 남녀 포상금 격차…최대 13배 이상
우리 선수들의 남녀 격차는 더 큽니다. 먼저 포상금입니다.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뒤 남자 선수들이 받은 금액은 총 24억 원입니다. 모두 41명이 기여도에 따라 4등급으로 나누어 받았는데, 에이스 손흥민 선수는 8000만원을 받았습니다. 평양 원정 등을 뚫고 프랑스행 티켓을 거머쥔 여자대표 선수들에겐 총 1억 8000만원, 한 선수에 600만원씩이 돌아갔습니다. 13배 넘는 차이죠.
남녀 월드컵의 규모나 인기, 수익원 등을 고려할 때 차등은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프랑스가 차지한 2018 러시아월드컵 우승 상금은 3800만 달러(약 430억 5400만원)로 2019 프랑스여자월드컵(400만 달러)보다 10배 가까이 많습니다. 그나마 FIFA가 여자 월드컵 상금을 2015 캐나다 대회에 비해 두 배 인상한 결과입니다.

앞서 2015년엔 남녀 대표팀의 항공권 등급 규정도 문제가 됐습니다. 남자 A대표팀 선수들은 3시간 이상 이동할 때 비즈니스석을 제공받습니다. 여자 A대표팀 선수들은 일부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면 여전히 이코노미석을 탑니다. 남자 U-23 선수들과 같은 조건입니다.

남자와 여자 대표팀, 태극마크의 무게가 다르지 않습니다. 6월 프랑스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지소연과 조소현, 이민아 등 23명의 선수들. 이들은 모두 축구 국가대표 선수입니다.
(※ SBS의 취재가 시작되자 대한축구협회는 "남녀 대표팀 임금 격차와 관련해 문제를 인식하고 있고, 개선 중이다.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