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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곰팡이 덮인 급식 재료에 뿔난 中 학부모들…중국 정부의 해법은?

어제(13일) 중국 청두(성도)에서 수백 명의 학부모들이 학교 앞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거세진 시위에 경찰이 출동해 일부 학부모를 연행하기도 했습니다. 이 소식은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졌습니다.
 
곰팡이 덮인 급식 재료에 뿔난 학부모들 (사진=웨이보)
SNS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플래카드에 '관청그룹의 청두칠중실험학교가 어린아이들을 해치고 있다'고 쓰여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변질된 급식 재료들이었습니다. 3월 12일은 중국 식목일입니다. 식목일 학교 행사에 참가한 학부모 일부가 학교 급식실을 찾아갔습니다.

이전에도 이 학교 급식에 대한 의혹 제기는 있었지만 학교나 관련 기관에서는 문제가 없다며 깨끗한 급식실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학부모들이 발견한 건 충격적이었습니다. 학부모들이 찍어 SNS에 올린 사진을 보면 고기와 해산물 등에 곰팡이고 피어있고, 한 식재료는 곰팡이로 아예 덮여 있었습니다.
곰팡이 덮인 급식 재료들 (사진=웨이보)
격분한 학부모들은 변질된 식재료들이 빼돌려지지 못하게 식당 창고 앞을 막고 당국의 엄정한 조사를 요구하며 밤샘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가 계속되면서 학부모들의 감정이 격해졌습니다. 경찰이 출동해 시위는 일단락됐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해당 교육청이 나서서 철저한 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방정부도 "학교 식품안전에 책임이 있는 8명이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이 학교는 초등부의 한해 등록금이 4만 위안, 약 678만 원에 달합니다. 2017년 기준 청두 직장 취업자의 월평균 임금은 6천509위안입니다. 그리고 이 학교는 '중국 서부 명문학교'로 불리고 있습니다. 비싼 등록금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안심하고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것이 학부모들이 분노하는 이유입니다. 학부모들은 "복통이나 설사를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며 "아이 몸이 망가지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고 항의했습니다.

당국이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학교는 급식을 외주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외주를 맡은 쓰촨의 식품 회사는 이 학교를 포함해 20개의 학교를 맡고 있습니다. 한 학교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사실 중국 학교의 식품 안전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2018년 10월에는 상하이의 한 국제학교 주방에서 변질된 토마토와 양파가 발견됐고, 음식 가공 날짜도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보다 한 달 전 장시성에서는 학교로 부패된 영양식이 배달돼, 7개 학교에서 25명이 복통 등의 증세를 보였습니다. 안후이성에선 한 사람이 운영하는 여러 유치원에서 부패된 급식재료들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곰팡이 덮인 급식 재료들 (사진=웨이보)
중국 교육계 관계자들은 "외주 급식의 경우 개인 하도급 성격의 자영업자도 많고, 식품과 법률 지식 부족해 식품안전사고 발생 확률을 높인다"며 "단속도 대부분이 준비돼 있는 상황에서 이뤄져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는 지난해 9월 개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각 지방의 교육청과 정부는 리베이트를 비롯해 급식과 관련된 문제를 철저히 조사하고, 문제가 발견된 업체는 '블랙리스트'에 올려 업계에서 퇴출시키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열리고 있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도 식품 안전에 대한 강력한 대응 방침이 발표됐습니다. 중요한 식품 안전 문제가 발생하면 지방의 당정 간부에게 책임을 지우겠다는 것입니다. 국가시장감독총국의 장마오 국장은 "한 지역에서 식품안전 문제가 발생하면, 기업이 기본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지만,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지방 시장감독당국도 책임을 져야 한다. 지방 당정도 책임을 지는 것이 당과 국가의 식품 안전 해결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예전처럼 당사자 몇 명만 처벌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당정의 주요 인사에게도 책임을 물을 테니 관리를 잘하라는 의도입니다.

중국 언론들도 이번 청두 급식 문제를 보도하면서 식품 안전에 대한 감독 강화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식품 안전과 관련해 중국인의 오래된 불안과 불만을 중국 정부가 잠재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사진=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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