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기업 계열 특급호텔이 손님 실수로 난 차량 사고 책임을 보안요원이 지게 해온 걸로 드러났습니다. 하청업체 직원인 보안요원들은 일자리를 잃을까 봐 항의도 제대로 못 했습니다.
정다은 기자입니다.
<기자>
강남 롯데호텔 지상 주차장, 주차장에서 차를 빼던 흰색 승용차가 주차안내표지판을 들이받습니다.
황급히 호텔 보안요원들이 달려옵니다. 운전자 부주의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사과는 보안요원이 했습니다.
검은 승용차 한 대가 호텔 지하주차장에서 빠져나옵니다. 잘 가는가 싶더니 인도 연석에 바퀴가 부딪칩니다.
이번에도 화살은 보안요원에게 돌아갔습니다.
[호텔 매니저 : 직원이 쳐다보면서 안내만 해줬어도 그거는 뭐 괜찮을 문제인데.]
[보안요원 : 그런 부분에 대해서 죄송하다 말씀드렸고요.]
결국 살짝 긁힌 바퀴 수리비까지 보안요원이 냈습니다.
[호텔 매니저/보안요원 : ((차량 수리비) 물어주기로 한 거예요?) 네, 네.]
억울하지만 하청업체 소속이다 보니 불평은 엄두도 못 냅니다.
[보안요원 A씨 : 저희한테 갑은 호텔, 말 그대로 고용주 입장이고. (호텔은) 고객이 기분 나쁘면 무조건 책임 전가해서 보안이 잘못을 했다.]
호텔 측 갑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호텔 총지배인 : 뒷짐 지고 뭐 하는 거야. 영감쟁입니까? 뒷짐은 왜 지는데? 지금도 CCTV 보니까 (미세먼지) 마스크 쓰고 있네. 실내에서 마스크를 해야 돼요?]
[보안요원 : 아닙니다.]
보안요원들이 작성했다는 경위서입니다. 근무태만이 주된 이유인데,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날이 추워 초소에 몸을 녹이러 초소에 들어가서', '발 통증으로 초소에 앉아 있어서' 죄송하다는 겁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호텔 측은 차량 통제와 안내는 보안요원들의 업무이며 차량 수리비를 보안요원이 사비로 물어준 건 보고받은 적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호텔 안에서 마스크 착용을 금한 건 호텔 내부 규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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