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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가스 주범' 매트리스…문제는 느슨한 방염처리 규정

<앵커>

불이 났을 때 생명에 가장 위협을 주는 게 바로 유독 가스죠. 잠깐만 맡아도 의식을 잃을 정도인데, 특히 침대 매트리스는 유독 가스를 많이 내뿜지만 이를 관리하는 규정은 허술하기만 합니다.

'깊이있게 본다'에서 박재현 기자가 꼼꼼히 따져봤습니다.

<기자>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해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21명이 목숨을 잃은 2014년 전남 장성군 요양병원 화재, 모두 유독가스가 대형 참사의 주범이었습니다.

그리고 유독가스 발생의 주원인은 침대 매트리스였습니다.

[소방 관계자 : 침대가 있으니까 당연히 매트리스도 깔린 거고요. 그게 전체가 다 탔거든요. 그게 타면서 유독가스도 같이 발생(했습니다.)]

실내에 많은 침대가 비치되는 병원, 호텔, 고시원 같은 다중 이용 업소조차 방염 매트리스의 의무 사용 대상이 아니었던 겁니다.

그나마 매트리스의 방염과 관련된 국가표준인증, 즉 KS 기준은 불이 붙은 담배를 매트리스에 올려놨을 때 10cm 이상만 타지 않으면 됩니다. 그것도 업체가 자체적으로 검사하면 됩니다.

실물 매트리스에 버너로 직접 불을 붙여 방염 성능을 시험하는 미국과 천양지차입니다.

SBS가 방재시험연구원과 함께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매트리스를 미국 기준에 따라 시험해봤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 곳이 화재 시험장입니다. 일반 소재와 난연 소재 가구에 각각 불을 붙여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KS 인증을 받은 일반 매트리스는 불을 붙인 뒤 3분도 안 돼 맹렬한 화염과 함께 유독 가스를 내뿜습니다.

불똥까지 바닥으로 떨어져 화재를 더 키웁니다. 채 5분도 안 돼 전소 되다시피 하고 연기는 실험공간을 뒤덮습니다.

강화된 기준으로 방염 처리된 매트리스는 전혀 다릅니다.

2분이 지나자 탄 자국만 남고 불길이 이내 사그라집니다. 외부만 그을렸을 뿐 연기도 거의 나지 않습니다.

[신이철/방재시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일반 매트리스에 비해서 화염 전파 속도라든지 발생 열량, 연기 발생이 현저히 적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는 88 올림픽을 앞둔 지난 1984년 호텔과 극장, 고층 건물 등에 한해 침구류를 방염 의무 대상으로 지정했지만 질감이 좋지 않고 비싸다는 호텔 업계 항의가 끊이지 않자 1993년부터 권장 사항으로 바꿨습니다.

[공하성/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법을 권장사항으로 해 놓는 경우에는 실행에 옮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매트리스가 침구류 중에서 유독 가스 발생의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에 매트리스는 강제 사항으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미국은 거의 모든 주가 일반 가정용 매트리스까지 방염처리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 영상편집 : 장현기, VJ : 노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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