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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상청을 위한 변명 ② - 예보 정확도가 낮은 이유는?

[취재파일] 기상청을 위한 변명 ② - 예보 정확도가 낮은 이유는?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9.02.26 08:21 수정 2019.02.26 11:4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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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기상청을 위한 변명 ② - 예보 정확도가 낮은 이유는?
기상청의 강수 관련 예보정확도가 떨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얘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예보정확도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거기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예보정확도는 크게 3가지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 관측 자료의 성능과 날씨를 예측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인 수치예보모델의 성능, 그리고 예보관의 역량이 바로 그것이다.

● 예보정확도 3요소 – 관측 자료 성능, 수치예보모델 성능, 예보관 역량

기상청은 관측 자료의 성능이 예보정확도에 미치는 영향이 32%, 수치예보모델의 정확도가 예보정확도에 미치는 영향이 40%, 예보관의 역량이 정확도에 미치는 영향이 28% 정도라고 발표한 바 있다. 최근 들어 수치예보모델의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일부에서는 수치예보모델의 정확도가 예보정확도의 50% 정도를 좌우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

● 관측 자료 성능이 32% 좌우 - 관측 오차와 샘플링의 한계는 문제

날씨 예측은 어찌 보면 어마어마한 양의 자료를 처리하는 과정이다. 이 엄청난 양의 자료 가운데 핵심이 바로 관측 자료다.

특히 우리나라 날씨를 예측하는데 단순히 우리나라 지역의 관측 자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공기가 전 지구를 둘러싸고 돌면서 지역에 따라 각종 기상현상을 일으키고 또 각 지역의 기상 현상이 서로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날씨를 예측하는 데는 당연히 전 지구적인 관측 자료가 필요하다. 전 세계 각국이 자기 나라의 날씨 예보를 하는데 전 지구적인 자료가 필요하다 보니 지구촌 전체는 일정 시간마다 동시에 관측을 하고 관측 자료를 서로 공짜로 주고받고 있다. 물론 지상뿐 아니라 해상과 수십 km 상공의 대기 상태까지 입체적으로 관측을 하고 있다.

문제는 아무리 촘촘하게 지구촌을 입체적으로 관측을 한다 하더라도 현재 자연과 비슷한 모습만 볼 수 있을 뿐 실제 자연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자연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모든 예보는 관측에서 출발을 하지만 출발부터 완벽하지 않은 자료 즉, 오차를 가지고 출발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인공위성과 레이더 등 별의별 것을 다 동원해도 관측 자료의 부족이라는 샘플링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 문제다.

관측은 선거 출구 조사와 비슷하다. 조사 대상자를 아무리 늘려도 선거한 사람 전체를 조사하기 전에는 실제와 다를 수밖에 없다. 답변하는 사람이 실제와 다르게 얘기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결과가 실제와 비슷할 수는 있지만 결코 실제는 아닌 것이다.

전 세계가 비용과 효과 등을 고려해 최대한 관측을 하고 있다지만 샘플링의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다. 출발점에 들어 있는 오차는 예보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커지게 마련이다. 예보 시간이 길어지면 정확도는 그만큼 떨어진다. 한반도 주변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관측 자료가 부족한 것도 정확도가 떨어지는 한 이유일 수 있다.
눈 제설 폭설 출근길 적설 (사진=연합뉴스) ● 수치예보모델 정확도가 40% 좌우 – 수치예보모델과 슈퍼컴퓨터는 신이 아니다

수치예보모델은 각종 관측 자료와 뉴턴의 운동 법칙 등 자연을 지배하는 다양한 방정식을 이용해 미래의 대기 상태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 즉, 프로그램을 말한다. 관측 자료는 전 세계가 관측해 서로 주고받기 때문에 국가별 수준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전 지구 대기 상태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인 수치예보모델의 성능은 국가별로 천차만별이다.

2019년 현재까지 전 지구 기상 상태를 예측할 수 있는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한 나라는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중국, 캐나다, 러시아 등 8개국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전 지구 수치예보모델이 없다. 우리나라는 올해(2019)까지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하고 내년(2020)부터는 현업운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사용하고 있는 전 지구 수치예보모델은 세계에서 정확도가 가장 높은 것 가운데 하나인 영국 기상청의 수치예보모델(UM)이다.

날씨 예측을 위해서는 지구촌의 막대한 기상 관련 자료를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각국에서는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를 날씨 예측에 투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인 크레이(Cray) 사의 XC40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연산 성능은 5,800 테라플롭스(TFlops, Tera Floating point operations per second), 1초에 5,800조(兆) 번의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세계 최고 수준의 전 지구 수치예보모델과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미래 날씨를 예측하고 있지만 여전히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도 허다하다. 수치예보모델이 날씨 예측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서울, 경기와 강원 영서지방에 많은 눈이 내려 출근길 큰 혼잡이 빚어진 지난 15일이 단적인 예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수치예보모델은 당일 서울, 경기와 강원 영서지방에 눈이나 비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아래 그림 참조).
2019년 2월 15일 수치예보모델 눈·비 예측 (자료: 기상청, 초기시간: 14일 09시)세계 최고 수준의 수치예보모델,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지만 예측 결과는 얼마든지 현실과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수치예보모델과 슈퍼컴퓨터는 결코 신이 아니다. 슈퍼컴퓨터가 예측했다고 해서 정확도가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일종의 난센스다. 슈퍼컴퓨터는 단순히 많은 양의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를 빠르게 할 뿐이다. 슈퍼컴퓨터는 인간이 짜준 논리와 순서에 따라 많은 양의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뿐이다.

수치예보모델 예측이 정확하지 않은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우선 예측의 출발점인 관측 자료에 오차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수치예보모델 자체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다. 인간이 알고 있는 것을 모두 동원해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자연을 모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자연에 대한 지식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비나 눈이 만들어지고 내리는 과정은 아직도 인간이 제대로 모르고 있는 부분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자연이라는 무한(無限)의 세계를 컴퓨터라는 유한(有限)의 세계에 집어넣고 계산을 한다는 것은 출발부터 이미 오차를 포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게 마련이다.

결국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완벽하지 못한 수치예보모델, 그리고 아직 세계 최고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수치예보모델 수준이 예측정확도 향상의 발목을 잡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 예보관 역량이 28% 좌우 - <일근-일근-야근-야근-비번-휴무-휴무-휴무>

예보관은 모든 관측 자료와 수치예보모델 결과를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하루하루의 날씨를 예측한다. 순간순간 변하는 작은 날씨 현상 하나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 365일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며 날씨 변화를 감시하고 분석한다.

예보관이 정확하게 종합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기 현상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 또 언제나 건강한 상태에서 최고의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근무 여건도 만들어 줘야 한다.

현재 기상청의 예보는 4개 조가 12시간씩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1개 조의 근무 스케줄을 보면 <일근-일근-야근-야근-비번-휴무-휴무-휴무> 체계다. 이틀 연속 12시간씩 낮에 근무를 하고 이어 이틀은 연속해서 12시간씩 야간 근무를 한다. 숙직이 아니라 낮과 동일한 근무다. 이어 다른 조가 근무하는 동한 쉬고 8일 뒤 또다시 같은 스케줄로 근무를 한다.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밤을 꼬박 새워 일하는 야근(夜勤)을 많이 하다 보니 1년, 2년 예보관을 하다 보면 저러다 죽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당연히 기피하는 자리가 예보관이라는 자리다.

예보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예보관의 역량 강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특히 관측 자료가 부족하거나 오차가 포함돼 있고 수치예보모델 또한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예보관의 역량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예보관 교육도 강화해야 되고 전문예보관도 육성을 해야 한다. 하지만 예보관의 역량 강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예보관의 근무 여건과 처우 개선이다. 어렵고 책임이 무거운 만큼 그에 합당하는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세상 말로 똑같은 월급 받으면서 이틀씩 연속적으로 야근하고 세상 욕이란 욕은 다 먹는 자리에 누가 앞 다퉈 지원하겠는가? 정확도 향상을 위해 예보관을 시스템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기상청 (사진=연합뉴스) ● 질책도 중요하지만…예보 자료에 대한 이해도 필요

구라청, 오보청, 중계청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아니 적어도 나오는 횟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상청의 분발이 절실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당연히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관측 자료의 품질을 높이고 개발 중인 한국형 수치예보 모델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한 60% 초반에 머물고 있는 국민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예보관 역량 강화 또한 절실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기상예보가 100% 정확해질 수는 없다, 예보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예보 자료에 대한 이해다. 예보의 한계에 대한 이해다. 예보가 틀릴 경우 기상청에 대한 준엄한 질책도 필요하지만 거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예보의 한계를 이해하고 한계가 있는 예보를 어떻게 최대한 잘 활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또한 필요하다. 기상청 또한 단순히 예보의 생산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예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예보의 한계와 유용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 또한 절실하다.

예보 정확도를 1% 포인트 높이는데 10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큰 폭의 발전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정확도 1% 포인트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앞으로 예보의 한계를 이해하고 이용하는 지혜가 더욱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 [취재파일] 기상청을 위한 변명 ① - 강수 예보 정확도는?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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