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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신문 "송환된 북한 외교관 딸, 부모 배신하고 자발적 귀국"

지난해 11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서방 망명을 노리고 잠적한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의 조성길 전 대사대리의 미성년 딸이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딸이 오히려 부모를 배신하고 자발적 귀국을 택한 것이라는 현지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탈리아 유력 일간인 라레푸블리카는 22일자 지면에 '이중의 배신, 납치됐다고 알려진 북한 소녀에 대한 진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조 전 대사대리의 딸 북한 송환과 관련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탈리아 정보기관 4곳으로부터 확인된 정보에 근거해 사건을 재구성했다"고 밝힌 이 신문은 지난달 세상에 드러난 조성길 전 대사대리 부부의 잠적,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기자회견으로 공개된 조성길 딸의 북한 송환은 '이중의 배신'으로 점철된 이야기라고 규정했습니다.

조 전 대사대리는 북한의 거듭된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의 일환으로 이탈리아 정부가 2017년 10월에 문정남 전 이탈리아 북한 대사를 추방한 뒤 문 전 대사를 대신해 대사 역할을 맡게 됐고, 이때부터 이탈리아 정보기관의 감시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라레푸블리카는 첫 번째 배신은 조성길 전 대사대리 부부가 자유를 얻기 위해 조국을 등진 것이라면, 또 하나의 배신은 핏줄보다 조국을 더 사랑한 17살 난 그의 딸이 부모를 배신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정보기관의 보고서에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묘사된 조 전 대사대리의 외동딸은 사춘기의 자녀들이 으레 그렇듯이 부모와 종종 갈등을 빚었습니다.

J.S.Y.이라는 이니셜로 표기된 그의 딸은 특히 북한 정권의 이데올로기에 충실했으며, 부모가 북한의 정서와 동떨어진 현지 TV를 시청하거나, 북한 정권의 사상에 부합하지 않는 언행을 할 때마다 부모를 책망하곤 했습니다.

그는 또한 부모의 이런 약점을 평양에 있는 조부모에게도 불평했고, 함께 같은 건물에 거주하고 있던 북한대사관의 다른 직원들에게도 공공연하게 이야기했습니다.

북한 정부가 작년 9∼10월에 조성길에게 귀국 명령을 내린 것은 이 같은 딸의 불평으로 북한 정권이 조 전 대사대리의 충성심에 의구심을 품었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추정했습니다.

11월 하순에 귀국하라는 명령을 받은 조성길 부부는 북한에 가도 환영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과 탈출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다른 대안이 없었기에 결국 부모보다는 북한 체제를 더 좋아하는 딸을 대사관에 남겨두고 11월 10일 잠적을 감행했다고 신문은 썼습니다.

부모가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된 딸은 즉시 이 사실을 북한대사관 직원들에게 알렸고, 나흘 뒤인 11월 14일에 북한대사관 여성 공관원과 함께 로마의 피우미치노 공항으로 가 담담히 북한행 비행기에 올랐다고 신문은 설명했습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결국 이탈리아 정치권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조성길 부부가 딸을 버리고 탈출을 감행한 뒤 어쩔 수 없이 남겨진 딸이 북한 정보요원들에 의해 강제로 북송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딸이 부모가 북한 정권에서 이탈하도록 만든 측면이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습니다.

이탈리아 정치권과 인권단체들은 미성년자인 조성길 부부의 자녀가 자신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북한으로 보내진 것이고, 이 과정에서 북한 정보요원들이 개입했다면 딸의 인권이 침해당한 동시에 이탈리아 주권도 손상을 입은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이 신문은 "이탈리아 정보기관은 조성길의 딸이 자발적으로 귀국을 선택했고, 이탈리아 영토에서 잠적한 조성길에 복수하기 위한 북한 정권의 어떤 강제적 행위도 없었으며, 조성길의 딸이 자신의 선택을 위해 부모를 버린 것으로 파악했다"고 정리했습니다.

한편, 이 신문은 이밖에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행방이 확인된 바 없는 조성길 부부가 이탈리아를 떠나 스위스로 갔고, 스위스에서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의 보호를 받으면서 이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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