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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선생 성추행 폭로' 최영미 "진실 말한 대가로…"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방송 :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주영진 앵커
■ 대담 : 최영미 시인, 장윤미 최영미 측 소송대리인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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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영진/앵커: 최영미 시인이 제기한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은 진실이다. 1심 재판부는 이렇게 최종적으로 판단을 내렸습니다. 최영미 시인, 승소할 때까지 정말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냈을 것 같습니다. 최영미 시인 그리고 최영미 시인의 소송을 도왔던 변호인, 장윤미 변호사와 함께 이 지난했던 1심 소송 그 뒷이야기들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최영미/시인: 안녕하세요?

▷ 주영진/앵커: 어서 오십시오. 최영미 시인, 1심 판결 나오고 이제 며칠 지났습니다. 이 며칠 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 최영미/시인: 일단 제가 그동안 어떤 여행도 못하고 또 제가 어머니를 일주일의 6일은 어머니를 간병해요. 그래서 짧게 하루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공항, 김포공항에서 제주도로 가는데 SBS 이 프로에서 연락이 와서 결국 쉬지 못했습니다.

▷ 주영진/앵커: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1심 재판 받고 아까 입장문 발표하시는 거 저희가 영상을 봤는데 말이죠. 그 마음, 더 이상 가해자가 피해자를 고소하는 이런 뻔뻔스러운 이런 사회 분위기 용인하면 안 된다. 그 말씀이 상당히 가슴에 와 닿던데 말이죠. 늘 생각하셨던 그 내용입니까, 그 이야기가?

▶ 최영미/시인: 네. 제가 재판 걸리기 전에도 제가 미투 국면에서 이런저런 언론보도를 접하고 다른 피해자들이 고소당하는 거 보고 아, 이건 정말 안 된다.한국적인 현상이다. 다시는 이런 분위기, 가해자가 피해자를 고소하는 사회 분위기를 용인하면 우리가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주영진/앵커: 그런 분위기 절대 용인하면 안 되고. 이 소송이 한 어느 정도 걸렸죠? 한 7개월 이상 걸렸습니까?

▶ 최영미/시인: 그러니까 제가 소장을 받은 게 작년 여름 7월 말이었거든요. 그러니까 한 7~8개월?

▷ 주영진/앵커: 소장 받고 SNS 올린 글 제가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 최영미/시인: 네.

▷ 주영진/앵커: 밥부터 먹어야겠다 이런 말씀하셨는데 그때 왜 밥부터 먹어야겠다. 물론 힘내시겠다는 뜻으로 읽히기는 했는데 말이죠.

▶ 최영미/시인: 일단 제가 이렇게 소장을 받아보니까 원고 측 고은 시인 대리인들 이름에 좀 유명한 법무법인 이름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게 힘든 싸움이 되겠다. 그리고 저는 또 개인적으로 특별히 아는 변호사가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날 마침 치과를 다녀온 뒤라 점심시간인데 점심을 안 먹고 있었어요. 입이 얼얼하잖아요, 입안이 치과 다녀오면. 그런데 갑자기 배가 고파지더라고요. 그래서 밥부터 먹어야겠다. 진짜 밥 먹으러 간 거예요. 냉면 먹으러 나갔죠, 그래서. 소장 읽고 싶지 않아서 읽지도 않고 그냥 바로 소장 받아들고 고소 들어온 거 보고 밥 먹으러 갔습니다.

▷ 주영진/앵커: 그런데 이 최영미 시인을 도운 우리 장윤미 변호사. 여러 명의 변호사가 최영미 시인과 함께 이번 소송을 담당했는데 어떻게 이 소송을 맡게 되신 겁니까, 장 변호사님?

▶ 최영미/시인: 그거는 제가 말씀드려도 될까요?

▶ 장윤미/변호사: 네, 작가님이 말씀하세요.

▷ 주영진/앵커: 최영미 시인께서 말씀하시겠어요?

▶ 최영미/시인: 소장 받고 일주일 동안 제가 이렇게 조금 일단 변호인단을 선임해야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는데 그때 그 당시에 어떤 제 지인 중 한 사람이 당시 여성가족부에서 일하던 지인이 저한테 이렇게 전화가 와서 언니, 뭐 변호사 구했어 하면서 여성변호사회하고 연결시켜줬어요. 그래서 여성변호사회 회장인 조현욱 변호사님을 만났더니 만나자마자 제 이야기를 듣더니 사건 내용을 간단히 들으시더니 아, 질 것 같지 않다. 그러면서 흔쾌히 사건을 맡아주겠다 하셔서 제가 그 대리인단 구성은 그러면 조 회장님이 알아서 해 주십시오 했어요.

지금 너무 고마운 게 제가 보는 앞에서 조 회장님이 처음 보는 사이였거든요, 우리가. 바로 그 오늘 나와주신 장윤미 변호사를 비롯하여 차미경 변호사, 안서연 변호사, 서혜진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서 다 이 사건 맡을래 하는데 다들 흔쾌히 그 자리에서 맡겠다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사실 너무나 감사했죠, 그때. 일단 재판은 대리인단을 꾸리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잖아요.

▷ 주영진/앵커: 장윤미 변호사님, 어떻습니까? 이번 소송을 그러면 담당하시기로 결심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 장윤미/변호사: 굉장히 의미가 있는 소송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전형적인 미투 폭로를 한 이제 피해 여성에 대해서 가해지는 그 2차 피해라고 생각을 했고 저희가 이 소송에서 패소할 거라고는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있는 사실 그대로를 언론사에 제보했고 그로 인해서 소송을 당한다면 저희는 패소로 귀결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흔쾌히 맡게 됐습니다.

▷ 주영진/앵커: 그렇게 믿으셨는데 소송이라는 게 믿음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잖아요.

▶ 장윤미/변호사: 그렇습니다.

▷ 주영진/앵커: 이길 수밖에 없는 소송인데 왜 졌을까 이럴 때도 있는데 어쨌든 결과는 승소입니다. 1심 재판 승소 판결을 받을 때까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입니까?

▶ 장윤미/변호사: 사실 이제 상대방이 있는 다툼이고 소송은 상대방이 있는 싸움이다 보니까 사실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저희를 이제 공격하는 여러 요소는 굉장히 이 사건 자체가, 이 최영미 작가님이 겪었던 시점 자체가 25년여 전의 일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 시점을 다소 포괄적으로 특정한 부분을 가지고 이런 사실은 없었다라고 계속 공격을 했지만 이번 재판부는 저희의 구체적이고 그리고 일관된 그리고 제보를 하게 된 경위. 저희가 먼저 이 사건을 제보하거나 한 게 아니라 기자의 질문에 응대를 하는 과정에서 제보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그전에도 다른 기자에게 이 사실관계를 작가님이 제보했던 사실이 있는데 그렇다면 거짓을 그 순간 지어내서 이야기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제보의 경위 또한 저희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인정받는 하나의 근거로 작용했습니다.

▷ 주영진/앵커: 그러면 최영미 시인께서 괴물이라는 시를 통해서 먼저 그 시를 발표했을 때는 사실 그때 제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조용했는데 왜 갑자기 몇 달 지나고 나서 그 성추행 의혹을 제기하고 났더니 그 괴물 시가 뒤늦게 좀 조명을 받지 않았습니까?

▶ 최영미/시인: 네, 그렇죠. 제가 그 시를 발표한 것은 2017년.

▷ 주영진/앵커: 11월.

▶ 최영미/시인: 그렇죠. 11월 말, 12월 초인데 그 뒤 할리우드 미투가 시작되면서 서지현 검사 폭로 이후로 제 시 괴물이 SNS에 돌아다녔죠.

▷ 주영진/앵커: 거기서 고은 씨라고 표현하지 않으시고 En이라고 은 시인 옆에는 가지 마라. 그렇게 썼던 시의 내용도 기억이 나는데 말이죠. 이번 소송 과정에서 최영미 시인이 상당히 많은 어려움도 겪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1심에서 이길 수 있는데 결정적인 힘이 됐던 증거가 있다고 한다면 최영미 시인의 일기장이었다 이런 기사들이 나왔더라고요.

▶ 최영미/시인: 저는 그게 그렇게 결정적이다 생각하지는 않아요.

▷ 주영진/앵커: 그래요?

▶ 최영미/시인: 네. 제가 판사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았고 제가 판결문을 아직 꼼꼼히 검토 못했지만 저는 일단 처음부터 이건 저한테 너무 자명한 사실이에요. 그래서 제가 사실 증거를 찾는 노력을 게을리했어요. 그래서 일기장 같은 경우도 저는 생각도 안 하고 있는데 제 동생이 재판 걸리기 훨씬 전이었어요. 그러니까 작년 3월 정도였는데 이제 제가 동아일보에 그 글을 기고한 뒤에 어떤 사람이 나와서 최영미 거짓말한다고 하니까 동생이 언니 옛날부터 일기 쓰지 않았느냐고. 언니 혹시 일기에 그날 사건 쓰지 않았을까? 같이 술 마셨던 사람들 언급하지 않았을까? 그 문자를 받고 제가 이제 일기장을 뒤졌는데 사실은 그 문자 받고도 제가 귀찮아서 하루이틀 뜸을 들였어요. 왜냐하면 저한테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인데 일기장이 또 너무 많았어요. 10권이 넘는데 그걸 어떻게 다 뒤져요. 그래서 제가 동생이 하도 채근을 하길래 뒤지다가 제가 발견했죠.

▷ 주영진/앵커: 처음에 생각도 못하셨다가.

▶ 최영미/시인: 못했죠.

▷ 주영진/앵커: 동생이 그 이야기를 해서.

▶ 최영미/시인: 찾아보라고 해서.

▷ 주영진/앵커: 그런데 일기를 정말 꾸준히 계속 써오셨던 건가요?

▶ 최영미/시인: 꾸준히는 아니죠. 제가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시화집 겸 일기장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조금씩 쓰다가 본격적으로 제가 일기를 그러니까 쓰다 안 쓰다 했죠. 대학 시절에는 제가 일기를 거의 못 썼고 80년대 암울한 시기에 일기 쓸 생각도 못했고 본격적으로 일기를 쓴 것은 제가 대학 졸업 후 이제 86년부터 90년대 후반까지, 한 10여년간을 집중적으로 썼어요. 그리고 2000년대 들어와서는 거의 안 썼어요. 제가 꾸준히 지금까지도 일기를 꾸준히 썼다면 제가 처음부터 당연히 일기 생각을 했겠죠. 그런데 저는 최근 몇 년간 일기를 안 썼기 때문에 생각도 못했던 거죠.

▷ 주영진/앵커: 조금 전에 94년 6월 2일자 일기라고 최영미 시인의 일기 내용이 잠깐 화면에 나갔던 것 같습니다. 광기인가 치기인가 아니면 그도 저도 아닌 오기인가. 고 선생 술자리 난장판을 생각하면서. 그런데 고은 시인이 또 자신의 일기를 모은 책을 썼는데 그 책을 봤더니 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시기에 저런 내용이 있다고 하는데 변론조서도 한번 보여주세요. 변론조서라고 하면 우리 장 변호사님 등 변호인 측에서 만들었던 재판부에 제출했던 내용입니까?

▶ 장윤미/변호사: 네, 저희 경위를 좀 짧게 말씀드리면 이 원고인 고은 시인이 저희 증인신문 과정에서 본인의 일기를 이제 제시한 바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본인의 이 일기를 그냥 본인들만 볼 수 있게 단순 제시하지 말고 실제로 검증 절차를 거쳐서 그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달라라고 신청을 했고 재판부가 채택을 해서 저희가 마지막 변론 기일에 고은 시인이 출간하지 않은, 내부적으로만 가지고 있던 비공개 일기를 좀 보게 됐습니다. 그랬더니 최 작가가 기재했던 그 일자와 일치하는 바로 그날의 일기에 본인도 인사동 술집에 가서 새벽 2시에 귀가했다 이런 내용이 있어서.

▶ 최영미/시인: 하루 전날.

▶ 장윤미/변호사: 네, 하루 전날.

▷ 주영진/앵커: 하루 전날이요.

▶ 최영미/시인: 제 일기는 6월 2일자인데 고은 시인의 일기는 94년 6월 1일자.

▶ 장윤미/변호사: 맞습니다.

▷ 주영진/앵커: 6월 1일?

▶ 최영미/시인: 하루, 딱 하루 차이죠.

▷ 주영진/앵커: 그 6월 1일자 고은 시인이 일기장에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혹시 저희가 준비를 했는지 모르겠네요. 아까는 변론조서 내용이고 말이죠. 6월 1일자 일기 중 인사동에서 술을 마시고 새벽 2시에 귀가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저 일기 내용을 직접 변호인들은 보셨다는 이야기죠?

▶ 장윤미/변호사: 직접 봤습니다.

▶ 최영미/시인: 현물이라고 그러나? 실제로 봤었죠. 인사동 술집 두 곳에서 술 마시고 새벽 2시에 귀가.

▶ 장윤미/변호사: 새벽 2시에 귀가, 이게 정확하게 적혀 있던 내용이었습니다.

▷ 주영진/앵커: 저 자체로는 저 내용만으로는 성추행과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데, 성추행 의혹과는. 사실관계, 최영미 시인이 목격했다는 그 술자리. 이 술자리는 적어도 사실관계에 대한 입증 근거는 됐다 이런 말씀이신가요, 저게?

▶ 장윤미/변호사: 그렇습니다. 이 부분도 하나의 저희가 계속 요구를 했고, 제출을. 거기에 대해서 저희가 특정했던 일자와 겹치는 시기에 저희가 주장한 내용과 일치하는 내용이 있어서 이 부분 또한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이 됐습니다.

▷ 주영진/앵커: 그리고 고은 시인의. 네, 최영미 시인.

▶ 최영미/시인: 그러니까 꼭 저날이 아닐 수도 있어요. 제 말 뜻은 제가 일기를 매일 안 쓰고 제가 6월 2일 이전의 일기는 아마 5월 17일인가 그럴 거예요. 그러면 제 마음속에서는 이 사건이 한 늦은 봄, 더 좁히면 5월. 그러니까 왜냐하면 우리가 일기를 뭐 석 달 전 거를 소급해서 쓰지 않잖아요. 그래서 그날이거나 며칠 전인데 그래서 5월 한 중순부터 6월 2일 사이에 그 사건이 일어났다고 저는 이제 마음속으로 생각했는데 고은 시인의 막상 일기 94년 6월 1일을 보니까 인사동 술집 두 곳이 나오고 새벽 2시 나오니까 제가 목격한 그 사건이 6월 1일에 일어났을 개연성이 아주 크다고 할 수가 있죠. 꼭 그날이라고 말씀드릴 수 없지만, 그렇죠.

▶ 장윤미/변호사: 그렇습니다.

▷ 주영진/앵커: 그 부분에 어쨌는 아까 결정적인 증거까지는 아닐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재판부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최영미 시인의 주장이 진실이다, 허위일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는 되지 않았을까요? 어떻게 보세요?

▶ 장윤미/변호사: 하나의 근거로 작용한 건 분명히 있고 재판부가 더 이제 강력하게 채택한 건 최영미 시인의 처음부터 일관된 그리고 매우 구체적인 진술 자체를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는 부분을 굉장히 강력한 근거로 삼았습니다.

▷ 주영진/앵커: 그 이야기는 저는 이렇게 받아들여지네요. 재판부가 최영미 시인의 진술이 시종일관 일관됐고 구체적이다, 바뀌지 않았다. 그건 최영미 시인이 직접 내가 목격한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꾸며낼 이유도 없고 말이 바뀔 이유도 없다. 재판부가 그렇게 판단했다, 저는 그렇게 들리는데요.

▶ 최영미/시인: 당연하죠. 저는 정말 증인신문할 때도 그렇고 그쪽 증인들이 이렇게 거짓말할 때 정말 내 머릿속을 찍어서 사진으로 보여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너무 많이 했어요. 제가 저한테는 너무 자명한 사실이에요, 제가. 그리고 제가 저는 누구보다도 거짓말하기 싫어하고 아까 일기장 말씀드렸지만 제가 SBS 이 주영진 뉴스 브리핑에 출연한 계기도 어제 제가 간만에 제가 최초로 쓴 일기장을 봤거든요, 중학교 3학년 때. 그 일기장 맨 첫 페이지에 뭐라고 쓰여 있느냐 하면 진실. 진실을 가장 사랑합니다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중학교 3학년.

▷ 주영진/앵커: 중학교 3학년 최영미 학생은 진실. 진실을 사랑합니다.

▶ 최영미/시인: 진실을 사랑합니다라는 그 말이 제가 최초 작성한 일기장 맨 첫 페이지에 있어서 제가 사진을 찍어서 작가한테 보내드렸어요. 그런데 오늘. 이거 나오네요, 지금 저기. 제가 그때 어제 저걸 발견하고 제가 쿵했어요. 아... 저는 제가 정직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요. 그리고 제 주변사람들 아무도 저의 정직함을 의심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저는 재판 진행되면서 너무 답답했던 것은 이걸 다 증명해야 하잖아요. 사실 저는 그동안 정직한 작가라는 말을 많이 들었고, 20여 년간. 책 낼 때마다 문학 담당 기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솔직하다, 정직하다여서 당신은 그게 칭찬으로 듣지 않고 내가 상상력이 부족한 작가라는 말인가 조금 불쾌했었어요. 그런데 이제 저의 진실이 의심받는 상황이 되니까 정직하다는 말 더 듣고 싶습니다.

▷ 주영진/앵커: 알겠습니다. 이번 소송 겪으면서 사람이 정직해야 한다, 진실해야 한다. 진실을 사랑합니다라고 하는 말이 왜 의미가 있는 건지 다시 한 번 느끼셨다는 그런 말씀이신 것 같고요. 고은 시인의 그 일기장을 책으로 묶어서 냈는데 저희가 고은 시인의 기자간담회 때의 영상도 준비를 했는데 들려드리지는 않을게요. 고은 시인의 또 모습을 지금 다시 보시는 게 혹시 불편하실 수도 있을 것 같고, 준비는 해놨는데. 다만 고은 시인의 그 책이 아까 비공개된 일기장은 그 책에는 그 내용이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 장윤미/변호사: 그렇습니다.

▷ 주영진/앵커: 책에는 그 날짜는 빠져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 장윤미/변호사: 네.

▷ 주영진/앵커: 그 책 준비됐으면 한번 보여주세요. 저 책도 혹시 그러면 최 작가님이나 변호인단에서 저 책도 다 검토를 해보신 겁니까?

▶ 장윤미/변호사: 네, 저희가.

▶ 최영미/시인: 증거로 제출했죠.

▶ 장윤미/변호사: 저희가 증거로 제출을 했고 이런 책 내용에 대해서는 또 제보를 해 주신 분들이 있었습니다.

▶ 최영미/시인: 저 아는 지인이 그 고은 시인이 스스로 출판한 70년대 일기에 알몸으로 술 마시며 춤을 추었다. 그러니까 돌아가신 문학평론가 김현과 함께 춘천에서.

▷ 주영진/앵커: 지금도 보면 술 취해서 내가 옷을 찢었다.

▶ 장윤미/변호사: 아예 날짜까지 다 나오죠.

▷ 주영진/앵커: 저기 나오네요. 알몸으로 춤추며 마셨다.

▶ 최영미/시인: 그리고 술에 취해서 내 옷을 찢었다라든가 이런 대목이 나오는데 아예 페이지까지 저한테 전화로 다 알려줬어요. 그래서 제가 당장 남산도서관 가서 저 책을 빌려봤죠. 그래서 증거로 제출했죠.

▷ 주영진/앵커: 그랬더니 고은 시인의 평소 행태가 저렇다라고 하는 것이 저 일기장에 담겨 있다 뭐 이렇게 볼 수 있겠네요.

▶ 최영미/시인: 그렇죠.

▷ 주영진/앵커: 이제 소송은 끝났고 그러나 소송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죠. 당연히 고은 시인 쪽에서는 항소를 할 거고요. 앞으로도 법정 다툼은 지리하게 계속될 것인데 변호인단 뭐 별도의 소송 전략은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아까 말씀하신 거 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항소심 뭐 대법원 판결까지 간다면 어떤 기조로 대응하실 생각이십니까?

▶ 장윤미/변호사: 저희가 감사하게도 이번 사건을 공론화하고 이제 외부에 알리면서 저희한테 많은 제보를 통해서 평소에 이제 고은 시인이 이런 추행을 일삼았다는 부분에 대해서 언급해 주시고 소송의 자료로 현출할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이 계십니다. 저희 아직도 열려 있고 그런 자료는 수집할 예정 중에 있고 추가로 법정에 필요한 경우에는 또 제출할 겁니다.

▷ 주영진/앵커: 장윤미 변호사 제가 오랜만에 만났는데 예전에 같이 현장을 뛰던 기자입니다. 다른 언론사 후배 기자였는데 지금은 로스쿨 통해서 훌륭하게 또 변호사가 되셔서 이 중요한 소송에서 또 의미 있는 역할을 하신 모습 봐서 저도 오랜만에 만났는데 특히 반갑고 기쁩니다.

▶ 장윤미/변호사: 너무 감사합니다.

▷ 주영진/앵커: 최영미 작가님, 이번 소송 겪으면서 누구보다 많은 생각을 하셨을 거고 아마 이 소송에 또 다른 작품활동을 하는 데 동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저는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다만 이번 재판 과정에서 최영미 시인을 응원하고 돕는 많은 분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 그분들이, 그분들 가운데 어떤 분이 보내준 시가 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의 시입니까?

▶ 최영미/시인: 제 블로그에 며칠 전에 이제 들어가 봤더니 제가 펴낸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에 실린 사는 이유라는 시를.

▷ 주영진/앵커: 사는 이유.

▶ 최영미/시인: 블로그에 어떤 분이 써주시면서 저를 응원하시는 글을 써주셨어요, 저기에.

▷ 주영진/앵커: 한번 직접 읽어봐주시겠습니까?

▶ 최영미/시인: 그럴까요? 투명한 것은 날 취하게 한다. 누군가와 싸울 때마다 나는 투명해진다. 치열하게 비어가며 투명해진다. 아직 건재하다는 증명.아직 진통할 수 있다는 증명. 아직 살아 있다는 무엇.

▷ 주영진/앵커: 최영미 시인의 마음을 잘 대변한 시입니까?

▶ 최영미/시인: 네. 아마 저 시를 쓸 때는 제 동생들하고 싸움 뒤에 썼을 거예요. 그런데 아무튼 제가 싸움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저는 일단 한번 싸우면 끝까지 가요.

▷ 주영진/앵커: 오랜만에 나오셨는데 말이죠. 이번 재판 결과를 지켜본 시청자분들께 이번 소송을 경험하시면서 내가 느꼈던 무엇 그리고 시청자분들께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번 해주시죠. 짧게 한번 해주시죠.

▶ 최영미/시인: 제가 감히 시청자 여러분께 뭐 제가 미투를 대변하는 사람도 아니고 뭐라고 말할 자격은 없는 것 같은데 다만 저는 지금 현재 미투가 진통 중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국 사회가 그동안 경제도 발전하고 그리고 민주주의도 발전했지만 사실 여성에 대한 인식은 많이 안 변했어요. 그러니까 전근대적인 여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많이 남아 있는데 예를 들어서 뭐 피해자답지 않다든가 이런 말은 적어도 법정에서는 안 들으면 좋겠어요.

저는 정말 이번에 그 상대 측이 원고 고은 시인 측에서 제출한 의견서 중에 이런 대목이 있었어요. 뭐 저를 가리켜서 살롬의 환상에 빠진 여자, 그 말은 뭐냐 하면 제가 팜므파탈이라는 뜻이거든요. 뭐 꽃뱀이라는 둥 성폭력 피해자를 상대로 그렇게 근거 없는 중상모략을 하는 짓은 좀 그만두면 좋겠어요, 적어도 법정에서라도. 그리고 한국 사회가 남녀가 서로를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지금 우리가 겪는 진통이고 저를 포함해서 그 잔재가 저한테도 있어요, 그 전근대적인 여성관이. 그래서 저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의 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주영진/앵커: 알겠습니다. 지금 방금 하신 말씀이 아마 무엇보다도 시청자분들께 하고 싶었던 말씀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두 분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최영미/시인: 감사합니다.

※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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