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팀은 우리 시간으로 17일 오전 11시쯤, 사고해역의 수심 3,461m 해저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선체의 일부인 선교를 발견했습니다. 지난 14일 수색에 들어간 지 3일째, 만 62시간 만의 성과입니다. 선교는 선장이 배를 지휘하는 조타실이 위치한, 배의 머리와도 같은 곳입니다.

● "이렇게 빨리 찾을 수 있는걸…."

"처음 (블랙박스가) 발견됐다는 얘기 듣고 나서 옆에 있던 저희 어머니 부둥켜안고 30분 넘게 엉엉 울었던 것 같아요. 만감이 교차한다는 표현이 딱 맞더라고요. 회수해서 정말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그러면서 아쉬움도 전했습니다.
"이렇게 빨리, 수색 3일 만에 블랙박스가 회수됐는데 왜 정부는 지금까지 수색을 안 해줘서 우리가 1년 11개월 동안 길바닥에서 이렇게 힘들게 싸워야 했나. 이렇게 쉽게 될 수 있는 거였으면 진작 좀 빨리해주지. 그런 아쉬움이 있었어요."
정부는 지난 2017년 "심해 3,000m 이상을 수색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가족들의 수색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말과는 달리 외국의 심해 수색 성공 사례가 있었고, 실종자 가족들은 잃어버린 가족 찾기를 그저 멈춰버릴 수 없었습니다.
▶ '수색 개시' 스텔라데이지 가족 "아들 돌아올 거라 확신"
실종자 가족들은 선원들의 사망 보험금 수령도 마다하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광화문 광장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호소하는 서명 운동을 이어가며 심해 수색을 요청해왔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 아들만큼 힘들겠어요? 그냥 내 아들이 살아 있다는 일념으로 하는 거죠."(윤미자, 일등 항해사 박성백 씨 어머니)
정부는 지난해 8월 14일 국무회의에서 심해 수색 장비 투입을 의결했습니다. 외교통상부와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2월 수색 업체로 미국의 심해수색 전문업체 오션 인피니티를 선정했고, 지난 2월 8일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남대서양을 향해 심해 수색 전문 선박 씨베드 컨스트럭터(Seabed Constructor)호가 출항했습니다.

선교 주변에서 발견된 VDR(Voyage Data Recorder)은 '선박의 블랙박스'라고 불립니다. 여기엔 선박의 위치, 속도, 항로, 레이더 기록뿐만 아니라 사고 당시 선박 상태, 손상 여부를 알 수 있는 정보도 담겨 있습니다. 또, 조타실 내부의 대화 내용과 통신 음성도 기록돼 있어 사고 당시 상황을 재현하고 침몰 원인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해수부는 회수한 VDR을 특수용액에 담아 수색선 내에 보관한 뒤, 기항지인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자료를 추출해 우리나라에서 분석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분석은 해양 사고를 조사하는 해양안전심판원이 맡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자료 분석에 짧게는 한 달에서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직 회수되지 않은 VDR도 1개 더 찾아야 합니다. 이번에 회수된 VDR은 선교 위 갑판에 있던 장치입니다. 선교에 있는 조타실 내부에도 VDR이 하나 더 있는데 발견된 VDR 장치의 데이터가 훼손되어 있을 때를 대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선체가 추가로 발견되면 무엇보다 아직 찾지 못한 구명벌 2개가 여전히 배에 남아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2년 전 사고 초기에 구명벌 2척을 찾지 못한 채 수색이 끝난 것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여전한 아쉬움으로 남아있습니다. 가족들은 이번 수색에서 구명벌의 상태를 확인해 선원들의 탈출 여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미스터리인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블랙박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수색팀은 부서진 채 흩어진 해저 면과 선체 절단면 등을 입체적으로 촬영해 3D 모자이크 기법으로 선체의 상태를 구현해 볼 예정입니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는 이번 심해 수색의 중요한 목표로 길이만 300m가 넘는 대형 선박이 갑자기 가라앉은 이유를 명확히 하는 것을 꼽고 있습니다. 똑같은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수색팀은 현장에서 오는 2월 말까지 수색작업을 이어가다가 1차 수색을 마무리하고 우루과이에 잠시 기항했다가 2차 수색에 나설 계획입니다. 스텔라데이지호의 한국인 선원 8명과 필리핀 선원 14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