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전부터 고액 내신 과외…'불안 마케팅' 강남 장악

임태우 기자 eight@sbs.co.kr

작성 2019.02.18 21:30 수정 2019.02.18 22:2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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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 학년 새 학기를 앞둔 이맘때면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더 몰려듭니다. 학원들은 지금 이때를 놓치면 안 된다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한 마음을 자극하는데 교육청이 특별 점검에 나섰습니다.

그 현장을 임태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대치동 학원가는 매일 밤 10시, 혼잡 그 자체입니다.

학생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고 도로에는 부모의 차들이 뒤엉켜 있습니다.

[A 군/예비 고3 : 국어 3개 다니고요. 수학 2개. 영어 하나. 탐구과목 합쳐서 8개 다니고 있어요. (월 학원비는) 3~4백(만 원)은 나오는 것 같아요, 강남 학군에 사는 학생들이면.]

이 시기 학원들은 새로 배정될 학교별로 내신을 대비해준다며 학부모를 공략하는데 '마감', '선착순'을 내세워 불안 심리를 자극합니다.

[김명희/학부모 : 고1만 돼도 한 과목이 60만 원, 80만 원 하잖아요? 엄청나게 부담이 큰 거죠. (주변에서) 아빠 퇴직금을 미리 당겨서 한다든지 부업을 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충당을 한다고 들었고요.]

아직 입학도 안 했는데 학생들은 첫 내신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겁니다.

[B 양/예비 고1 : 그 동네에서 내신 받으려면 다들 그렇게 하기도 하고. 다들 그렇게 하는 게 제일 큰 것 같아요. 안 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선행학습을 안 하면 실패할 거라는 근거 없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습니다.

[C 군/예비 고3 : 중학교 1학년인데 벌써 고등학교 과정을 다 마친 애들도 있고. 저 같은 경우에도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고등학교에서 공부하는 내용을 공부하기 시작했었어요.]

교육청은 최근 2달간 주요 학원가를 대상으로 특별 점검을 벌였습니다.

학원 4백여 곳 가운데 1백21곳이 교습비 초과, 거짓 과대광고 등으로 적발됐습니다.

[전직 입시학원장 : 몇몇 학원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나죠. 그 학원끼리 대략 가격을 정하면, 서로 암암리에 가격은 쉽게 알 수 있지 않습니까? 독점으로 인한 소비자인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 거죠.]

그나마 사교육비 부담의 진짜 주범인 불법 고액 과외는 번번이 단속 그물망에서 빠져나갑니다.

교육 당국도 한계를 인정합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 저희도 내부적으로 소스(고발)가 있어야지 교습시간대랑 장소를 특정한 뒤 나가서 확인을 해야 고발 또는 수사 의뢰를 진행할 수 있는데….]

학원의 불안 마케팅에 부모와 학생들이 휘둘리게 만드는 입시제도의 개선이 없이는 사교육 광풍이 사라지길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김태훈, 영상편집 : 원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