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日, 화성 탐사선 '오퍼튜니티'의 최후에 주목…이유는?

유성재 기자 venia@sbs.co.kr

작성 2019.02.17 16:54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2004년부터 화성 표면에서 탐사 임무를 수행해 온 미국의 화성탐사선 '오퍼튜니티(Opportunity)'가 임무를 '종료'했다고 현지시간 지난 13일 미국항공우주국(NASA)가 공식 발표했습니다. 화성에 모래폭풍이 몰아친 지난해 5월 30일 이후 6월 10일의 교신을 끝으로 연락이 끊겼고, 그 이후 8개월 동안의 교신 시도에도 응답하지 않아 NASA가 더 이상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겁니다.

제트추진연구소(JPL)의 화성탐사용 이동식 로봇(로버) 프로젝트 측은 "오퍼튜니티를 회생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으나 신호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미미해 회생 노력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모래 폭풍이 가라앉을 때 오퍼튜니티의 태양광 패널에 먼지가 쌓였고, 이때문에 가동과 지구와의 교신에 필요한 동력이 충전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퍼튜니티가 15년간의 임무을 마치고 이른바 '영면'에 들었다는 소식은 곧바로 전 세계로 타전됐습니다. 그런데 이를 보도하는 일본 언론의 태도가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유력 일간지 가운데 하나인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은 지난 15일자에서 1면 하단의 무기명 고정칼럼 천성인어(天聲人語)'로 오퍼튜니티의 임무 종료를 다뤘는데, 시작이 거창합니다.
 

"역할을 마친 도구에, 감사의 기분을 표한다. 일본 각지에서 볼 수 있는 '도구공양'의 관습이다. 가마쿠라 신사에서는 매년 '화필(일본어로는 繪筆)'을 공양하는 행사가 열려 다 쓴 붓을 불태운다. 만화 '후쿠짱'으로 알려진 요코야마 류이치도 이 행사에 일찍이 참여해 왔다. (중략) 식칼 공양이나 바늘 공양 등도 오래전부터 있었고, 요즘은 로봇 강아지 '아이보'의 공양도 있는 것 같다. (하략)"


'천성인어'는 이어서 NASA가 발표한 오퍼튜니티의 '최후'를 설명한 뒤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전략) 화성이나 우주에 그치지 않고, 로봇에게 도움을 받는 일은 앞으로 점점 늘어갈 것이다. 가정에서 청소를 하거나, 가게에서 안내를 하는 로봇의 모습도 종종 볼 수 있게 됐다. 마치 친구처럼 로봇의 죽음을 애도하는 날이 언젠가 오지 않을까."


아사히신문은 다소 감각적으로 칼럼을 마무리했습니다만, 일본이 오퍼튜니티의 최후에 관심을 보인 이유는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오는 22일, 지구근접 소행성 162173(류구)에 착륙을 시도하는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입니다.

2014년 12월 가고시마 현의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하야부사2는 지난해 6월 지구에서 2억 8천만 km 떨어진 류구 상공에 도착했습니다. 류구는 직경 900m 정도의 소행성으로, 주판알 모양의 '원시 소행성' 형태라서 태양계 형성 초기의 물질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데요, 하야부사2는 이 류구의 적도 부근에 착륙해 암석 조각을 채취한다는 계획입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하야부사2가 착륙과 동시에 암석을 채취하고 바로 이륙하는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한다면서 첫 착륙에 성공하면 올 여름까지 지표에 충격을 가해 튀어오르는 암석을 채취하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소행성 '류구' 상공에서 하야부사2가 촬영한 사진(2018년 10월 JAXA 공개)일본 언론은 이번 NASA의 '오퍼튜니티'의 '임무 완수' 소식에 관심을 두면서 말 그대로 '불을 지핀' 뒤 22일의 하야부사2 착륙 성공 소식을 기다리는 분위기입니다. 하야부사2는 수집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면 지구 귀환을 시작해 내년 12월 도착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귀환 자체도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일본인들이 하야부사2의 여정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바로 전 탐사체인 '하야부사1'의 지구 귀환이 워낙 극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야부사1은 소행성 탐사 뒤 지구로 샘플을 가져온 최초의 우주비행체입니다. 2003년에 발사돼 화성횡단 소행성 25143(이토카와)의 암석 샘플을 채취한 뒤 2010년에 지구로 복귀했는데요, 소행성 탐사를 완료하는 과정에서 고장나지 않은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특히 지구 대기권 진입은 그야말로 한 편의 '우주 드라마'의 완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요, 마찰열로 본체가 모두 불타고 있는 도중에도 기적적으로 샘플이 담긴 캡슐을 지구로 투하하며 산화하는 영상이 공개돼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 2010년 6월 13일 NASA가 촬영한 하야부사1의 지구 귀환 장면 (https://youtu.be/gfYA4f-AIL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