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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인도네시아 한인 피살 사건 유족 "범인을 꼭 잡아주세요"

[취재파일] 인도네시아 한인 피살 사건 유족 "범인을 꼭 잡아주세요"

배정훈 기자 baejr@sbs.co.kr

작성 2019.02.17 16:14 수정 2019.02.19 17:4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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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인도네시아에 있는 남편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남편의 회사인 동서발전 측의 연락이었습니다. 남편인 54살 오 모 씨는 지난 1986년부터 한국전력과 동서발전에서 30년 넘게 일한 베테랑이었습니다. 지난 2017년부터는 인도네시아에 파견돼 새로 짓는 발전소의 시운전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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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욕실에서 미끄러졌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오후 작은딸과 어머니 둘이 출국수속을 한 후에야 처음과 전혀 다른 진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작은딸은 바로 미국에 있는 언니에게 자신이 들은 사실을 전했습니다. 사실은 아버지가 인도네시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겁니다.
인도네시아 한인 피살5시간여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그곳에서도 하룻밤을 보내고, 비행기로 2시간을 더 가서야 유족들은 오 씨의 시신이 있는 보르네오섬 반자르마신의 한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신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 씨의 시신을 제대로 보관할 수 있는 영안시설이 사건 현장인 탄중 주변에는 없었고, 반자르마신까지 차로 5시간이 넘는 거리를 옮겨온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유족은 알아보기가 힘들어진 오 씨의 시신을 부검하고 방부 처리할 것에 동의했습니다.

다음날, 5시간을 차를 타고 달려 사건 현장이 있는 남칼리만탄주 탄중으로 이동한 작은 딸과 어머니. 참혹한 현장을 먼저 확인한 후 그곳 경찰서에서 열린 현지 경찰의 브리핑에 참석했습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오 씨의 사인이 1차 부검 결과 질식사로 추정된다고 했습니다. 몸 곳곳에 흉기로 찔린 상처가 남아있었지만, 시신 발견 당시 목에 감겨 있었던 전깃줄이 오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이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언가 밝혀진 것이라곤 그것밖에 없었습니다. 시신 발견 당시 뒷문이 열려 있었고, 혈흔이 낭자한 침대 위에 피 묻은 흉기 두 점이 놓여있었지만, 현지 경찰은 외부의 침입 흔적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 한인 피살곳곳에서 피 묻은 족적이 발견되었고, 그 가운데 오 씨의 발 크기와 3cm 이상 차이 나 보이는 발자국도 있었지만, 현지 경찰은 그 역시 오 씨의 발자국이라고 봤습니다. 현지 주경찰청 수사국장이 수사에 투입됐다는데, 인도네시아 경찰들은 흙 묻은 신발로 사건 현장 곳곳을 누볐습니다. 현지 경찰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유족들에게 전해진 거라곤 20여 일 넘게 "수사 결과 발표를 기다려달라"는 말 정도였습니다.

유족들이 무언가 기대해볼 수 있는 대상은 역시 한국 정부뿐이었습니다. 어머니와 작은딸은 현지를 방문한 주인도네시아 대사관 영사에게, 미국에서 급히 한국으로 돌아온 큰딸은 외교부에 거듭 요청했습니다. 한국 경찰을 투입해 공조 수사를 진행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몇 차례의 요구 끝에 유족들이 겨우 들은 답은 "요청해보겠다"였습니다.

외교부 측의 대응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측의 동의 없이는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외교부는 유족의 요구로 지난달 말 인터폴을 통해 인도네시아 경찰에 공조 수사 의향을 한 차례 물었지만 결국 거절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을까요? 자국민이 인도네시아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고, 인도네시아 경찰은 타살 정황이 짙은 데도 20여 일 째 사건의 용의자를 특정하기는커녕 오 씨의 정확한 사망 시점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인도네시아 한인 피살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측 관계자는 취재 당시 "일단은 수사 결과 발표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말했지만, SBS 보도 후 주 인도네시아 대사가 현지 경찰청장을 면담해 한국 측의 수사 참여를 요청했고, 그 결과 6명의 우리 측 경찰 수사지원팀이 17일부터 현지에 파견되기로 결정됐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오 씨의 시신이 발견된 지 어느덧 한 달 가까이 지났습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유족들이 바라는 건 오직 한 가지입니다. 올해로 예정돼 있었던 큰딸의 결혼식에서 딸의 팔짱을 끼고 행복하게 걸어야 했던 아버지를, 딸들 앞에서 너희는 없어도 당신만 있으면 족하다며 둘만의 노후 생활이 그리던 남편을, 숨지게 한 범인을 꼭 잡아달라는 겁니다. 지난 2017년 필리핀에서 한국 경찰과 현지 경찰의 공조로 한 달 만에 한인 피살범을 검거했던 것처럼, 이번 사건의 범인이 반드시 붙잡힘으로써 유족들의 간절한 바람이 꼭 이루어질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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