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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최영미 시인 '고은 성추행' 폭로는 진실…배상책임 없어"

법원 "최영미 시인 '고은 성추행' 폭로는 진실…배상책임 없어"
고은(86) 시인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최영미(58) 시인과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습니다.

법원은 최 시인이 폭로한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은 사실로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이상윤 부장판사)는 15일 고은 시인이 최영미 시인과 박진성 시인, 언론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박진성 시인만 1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은 최영미 시인이 시 '괴물'에서 그를 암시하는 원로 문인의 과거 성추행 행적을 고발한 사실이 지난해 2월 알려지면서 불거졌습니다.

시 '괴물'은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라는 내용으로 시작됩니다.

최영미 시인은 직접 방송 뉴스에 출연해 원로 시인의 성추행이 상습적이었다고 밝혔고,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는 그가 술집에서 바지 지퍼를 열고 신체 특정 부위를 만져달라고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에는 박진성 시인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최영미 시인의 말이 사실이라며 다른 성추행 의혹을 추가로 주장했습니다.

이런 주장들은 언론에도 보도됐습니다.

이런 의혹을 부인한 고은 시인은 10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6차례의 변론을 거친 심리에서도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는 고은 시인 측 입장과 "직접 경험한 일"이라는 최영미 시인 등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습니다.

재판부는 당사자들의 주장과 증인들의 진술, 증거 등을 검토한 결과 최영미 시인이 "1994년 한 주점에서 고은 시인이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폭로한 내용은 사실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최영미 시인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제보한 동기와 경위 등을 따져보면 허위라 의심할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최 시인은 고은 시인의 문단 내 지위와 폭로 후 불이익 등이 두려워 알리기를 주저하다가, 다수의 목격담이 나오고 기사화가 이뤄졌음에도 원고가 별다른 자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자 제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당시 최 시인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는 않았고, 주변 사람들 사이에 고 시인의 기행을 어느 정도 묵인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날 사건 이후 최 시인이 관계를 단절하지 않고 술자리에 합석하거나 통화하는 등 관계를 유지했다고 해서 진술 신빙성을 배척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대로 박진성 시인이 "2008년 한 술자리에서 고은 시인이 동석한 20대 여성을 상대로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한 내용은 허위라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박진성씨가 법정에 나오지 않고 진술서만 제출했는데, 당시 동석한 여성을 특정하지 못하는 점 등 사정을 종합하면 이 주장이 허위라고 하는 원고 측의 주장은 수긍할 만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허위 주장으로 원고가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고 정신적 고통을 받은 점, 블로그에 올린 내용과 표현방법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청구한 금액 1천만원을 전부 인정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최 시인과 박 시인이 주장한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들에게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저명한 문인으로 문화예술계에 영향력 있는 인물인 원고에 대한 의혹 제기는 국민의 관심사로 공공 이해에 관한 사안"이라며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선고 후 최영미 시인은 입장문을 통해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최 시인은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뻔뻔스럽게 고소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면 안 된다"며 "진실을 은폐하는 데 앞장선 사람들은 반성하기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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