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국내에는 고령운전자 면허 갱신 제도와 면허증 반납 유인책 등이 마련돼 있는데요, 하지만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여전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노인 운전의 위험도가 어느 정도인지 짚어보고, 시행 중인 예방책의 실효성까지 따져봤습니다.
■ "노인 운전 불안하다"…매년 늘어나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매년 얼마나 발생할까요?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65살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는 2014년 2만 275건에서 2015년 2만 3,063건, 2016년 2만 4,429건, 2017년 2만 7,260건으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늘어나는 고령운전자 관련 교통사고에 불안에 떠는 시민들도 많습니다. 한 시민은 SBS 취재진에게 "어르신들은 젊은 층보다 반응 속도가 느리신 거 같아 불안하다"며 "운전을 그만두게 하는 정책이 필요할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 "시야 좁아지고 팔다리 불편" 고령운전자 체험 직접 해봤더니...
실제로 고령운전자들은 반응 속도가 느려 사고를 내는 걸까요? SBS 취재진이 80대 고령자 체험 복장을 입고 운전면허 시험을 치러봤는데요, 체험 복장을 한 뒤 시야가 제한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볼 수 있는 각도인 '시야각'이 120°에서 60°로 절반 정도 줄었고 계기판도 한눈에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모든 고령운전자가 체험 복장과 같은 신체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노화로 인한 신체 기능의 저하가 교통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고령층의 인지 능력이나 운동 능력이 젊은층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는 시간이 더 든다는 겁니다.
■ 부산, 노인 면허 반납 12배 증가…관련 예산 마련 논의 시급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노인 운전자에게 맞는 맞춤형 적성검사 개발과 함께 면허 반납 유인책 도입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노인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교통비 등을 지원하는 겁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미 이 같은 정책을 시행 중인데요, 실제로 효과를 본 곳도 있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부산시는 면허를 반납한 노인에게 교통비 지원과 더불어 병원, 목욕탕, 안경점 등에서 최대 5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로 인해 부산 지역 고령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 건수는 2017년 466건에서 지난해 5,280건으로 12배 가까이 증가했죠.
고령운전자로 인한 사고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예방책은 없는 상황.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둔 만큼 정부 차원의 제도와 예산 마련 논의가 시급합니다.
(취재: 고철종, 박재현 /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감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