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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체감 물가, 왜 높아 보일까…먹거리만 놓고 보니

<앵커>

권애리 기자와 생활 속 경제 이야기 나눠봅니다. 권 기자,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며칠 전 한승구 기자와도 잠깐 얘기를 나눴었는데 체감물가와 정부 발표 물가가 차이나는 이유, 더 깊이 있게 취재해 오셨다고요?

<기자>

네, 최근에 체감물가와 지표물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를 하시는 걸 저도 봤는데요, 소비자들이 자주 접하는 물가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물가가 높다고 느낄만한 근거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절약하려고 해도 쓰지 않을 수 없는 돈, 먹고 사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 따로 봤더니 요즘 사람들이 "어째서 물가가 안 오른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할 만한 이유가 뚜렷하게 수치로도 보였습니다.

다른 나라들이랑 비교해 보면 차이가 딱 보입니다. 전체 물가, 지난해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 1.5%는 OECD 안에서도 가장 물가가 완만하게 오른 수준에 속합니다.

하지만 음식물가만 따로 뽑아봤더니 최신 자료인 지난 12월에 음식물가가 집계된 OECD 중의 35개 나라 가운데서 우리나라가 다섯 번째로 많이 올랐습니다. 먹는 문제만 놓고 보면, 결코 물가가 낮은 수준이 아닌 거죠.

시장 가시는 분들은 물가가 안 올랐다는 얘기에 공감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먹을거리, 특히 신선식품류는 필수품입니다.

아무리 돈을 안 쓰려고 해도 살 수밖에 없는 품목이고, 소비자가 거의 매일, 자주 지갑을 열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신선식품, 농수산물가가 일단 지난해에 굉장히 많이 올랐죠.

최근에 그 상승세가 좀 완만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오이 같은 채소류, 닭고기, 조기나 우럭 비롯한 수산물, 많이 먹는 식재료들의 가격이 꽤 오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료비뿐만 아니라 인건비랑 임대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외식비용, 이 외식비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3% 올랐다고 집계가 됐는데 최근 7년 동안에 가장 많이 오른 수준입니다.

<앵커>

그럼 정부 발표 물가에는 이런 먹거리, 먹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많이 반영이 안 됐다. 이렇게 봐야 되는 건가요?

<기자>

반영은 되었는데요, 그게 매일 사는 품목들이 되다 보니까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강력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거죠.

실제 전체 물가가 별로 오르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일단 중요한 기름값이 좀 떨어졌잖아요. 국제유가가 상반기 이후에 하락 추세죠.

기름값은 그냥 우리가 주유소에서 기름 넣을 때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체적인 물가 수준에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바로 티가 나는 기름값 말고 또 하나 중요했던 게, 지난해 복지 혜택이 많이 늘면서 물가가 낮아지는데 기여를 했습니다.

하나하나 기억을 되짚어 보면 정부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품목들을 따로 묶어서 '관리물가'라고 분류를 해서 봅니다. 이 관리물가가 낮았습니다.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품목들을 3가지 정도 예를 드는데요, 먼저, 2018년에 건강보험이 보장해 주는 정도가 커졌습니다.

의료비 부담이 줄어든 거죠. 그리고 교육비 줄었습니다. 국립대 입학금 없어졌고 사립대 입학금도 줄었거든요.

또 하나, 가계부담이 크고 물가 계산할 때도 가중치가 높은 품목 중의 하나가 통신료인데요, 이것도 관리물가 품목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작년에 통신료 할인받을 수 있는 약정이 확대됐거든요. 그래서 부담이 줄었습니다.

이런 관리물가 품목들이 많이 포함돼 있는 지표가 물가 중에서 공공서비스 물간데요, 이게 0.2%밖에 안 올랐습니다. 거의 안 올랐다고 봐야죠.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가장 자주 사는 필수품인 먹을 것 물가가 꺾이지 않다 보니 이런 부분들이 상대적으로 덜 느껴졌던 겁니다.

<앵커>

어제(13일) 지난달 고용지표도 나왔는데, 실업률이 9년 만에 가장 높았어요. 이렇게 고용 사정이 안 좋은 부분도 체감물가에 영향을 주겠죠?

<기자>

네,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쓸 돈이 없으면 물가도 실제보다 더 많이 오른 것처럼 느껴질 수 있죠. 지금 경제성장률보다 우리 가계소득증가율이 낮습니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우리 호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이 그만큼 늘지를 않고 있다는 겁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가 계층 간의 소득 격차가 커진 겁니다.

가계소득 최신 자료는 지난해 3분기인데요, 상위 20% 가구들은 소득이 9% 가까이 늘었습니다. 돈이 많아졌어요. 그런데 하위 20%, 저소득층 가구의 소득이 7% 정도 오히려 줄었습니다.

최저임금이 오르긴 했지만, 아예 일이 없어지거나 사무직, 좀 안정적인 데서 일하지 못하게 된 사람들이 저소득층에서 많아졌기 때문에 그렇게 마이너스가 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소득 분배 수준이 11년 만에 가장 좋지 않은 수준이었습니다. 부자들은 생활물가 변화에 상대적으로 둔감하겠죠. 콩나물값 오르는 것에 일일이 신경을 안 써도 됩니다.

그런데 돈이 없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정부에서 전체물가를 계산할 때 콩나물 같은 품목은 가격도 원래 낮은 품목이고 가중치도 낮지만, 저소득층에게는 이게 오르고 내리는 게 큰일입니다.

그래서 없는 사람들의 지갑이 얇아질수록 물가는 더 높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결국 지금 우리 경제가 마주친 이 고용 문제, 실업 문제들이 잘 해결이 돼야 실제 물가랑 체감 물가의 괴리가 근본적으로 좀 더 좁혀질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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