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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북적] '아버지의 죽음은 본인에게나 누구에게나 처음이다' 〈영원한 외출〉 - 마스다 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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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176 : '아버지의 죽음은 본인에게나 누구에게나 처음이다' <영원한 외출> – 마스다 미리

어묵을 다섯 가지 정도 주문해서 계산대로 갔다. 아버지는 아무런 주저도 없이 주머니에서 동전지갑을 꺼내 어묵을 샀다. 아버지가 내게 사주는 마지막 선물일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돈을 내는 모습이 좋았다. 인색하지 않고, 계산대 사람에게도 언제나 정중했다.

어묵을 산 뒤에도 아버지와 둘이 편의점 음식 코너를 어슬렁거리며 구경했다. 음식을 보고 있을 때의 아버지는 생기가 돌았다.

이 사람, 의외로 장수하는 것 아닐까? 어묵을 들고 돌아오는 길에 그런 기분이 들었다.
- 마스다 미리 '영원한 외출' 中


'의외로 장수하는 것 아닐까' 하는 기대는 그저 기대였습니다. 어묵은 결국 아버지가 사준 '마지막 선물'이 됐습니다.

설 연휴가 지나고 첫 일요일입니다. 오늘 팟캐스트 '북적북적'에서 함께 읽는 책은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 '영원한 외출'입니다. 저자가 암으로 아버지를 떠나 보내며 쓴 책입니다. 아버지가 암 4기이고 남은 시간이 6개월이라는 통보를 받고, 저자는 아버지의 남은 시간에 뭘 하면 좋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합니다. 타임슬립처럼 이야기를 통해 아버지를 새로 발견하기도 하고 더 이해하고 되기도 하지요.

신칸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죽은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인생 최초이자 최후의 귀향이다.

오늘 밤, 내가 집에 갈 때까지 살아서 기다려주길 바랐다.

엄마와의 전화를 끊은 직후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신칸센에 흔들릴 무렵에는 그건 아니란 걸 깨달았다. 이것은 아버지의 죽음이다. 아버지의 인생이었다. 누구를 기다리고 기다리지 않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 아버지 개인의 아주 고귀한 시간이다. 날 기다려주길 바라는 것은 주제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마스다 미리 '영원한 외출' 中


이 책의 제목 '영원한 외출'과 관련해, 마스다 미리는 자신이 예전에 읽었던 글의 한 대목을 떠올립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무도 없는 친정에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카레가 있더랍니다. '이 카레는 아마 엄마가 영원한 외출을 하기 전에 자식에게 남긴 마지막 음식이지 않을까'라는 그 글처럼 마스다 미리 역시 '언젠가 그런 요리와 마주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언젠가는, 부모님과 가족들과 작별해야 합니다. '영원한 외출'은 그래서 우리의 얘기를 대신해 주는 것 같습니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와 닿는 부분들이 따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낭독을 허락해주신 출판사 '이봄'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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