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요즘 그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미국과 연합 훈련 빈도가 부쩍 늘었고 미 해병대로부터 고도의 장비 운용 노하우도 습득하고 있습니다. 미 최고 지휘관은 일본 방위력 증강 계획 중 가장 특기할 만한 이슈로 수륙기동단의 창설을 꼽기도 했습니다.
일본은 해상자위대 막료장을 내세워 동북아 안보 지형을 뒤바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의 개발을 선포했고 항공모함 개조와 수직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 도입 계획을 발표한 터. 여차하면 수륙기동단을 대규모 해병대로 증편해 전형적인 공격군으로 돌변할 채비를 하는 모양새입니다.
수륙기동단이 창설되기도 전인 작년 2월 태국에서 실시된, 미국 주도의 다국적 연합 상륙훈련인 코브라골드 때 일입니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육상자위대 간부 150명을 보내 모든 참모훈련에 참가했습니다. 파견병력이 많은 한국, 미국, 태국을 제외하고 참모훈련을 모두 이수한 나라는 일본뿐이었습니다. 수륙기동단 창설에 대비해 상륙작전 수립과 실행 과정을 배우겠다는 의도였습니다.
일본 수륙기동단이 작년 3월 창설된 이래 적나라한 실체를 드러낸 건 10월 필리핀 수빅만에서 펼쳐진 카만닥 연합훈련이었습니다. 수륙기동단은 수륙양용장갑차(AAV-7)를 이끌고 미 해병대 31원정군과 연합훈련을 실시했습니다. 검게 그을린 피부와 매서운 눈빛의, 삭발한 기동단 요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미군은 지난 5일 강습상륙함 와스프로 자위대 간부들을 초청해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의 함정 운용 노하우를 전수했습니다. 일본 방위성은 F-35B를 최대 40대 이상 도입해 헬기 항모 이즈모급을 F-35B를 함재기로 탑재한 소형 항모로 개조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수륙기동단과 연계하면 가공할 상륙전력으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이달 초 이임한 제리 마르티네즈 전 주일미군 사령관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수륙기동단 창설은 일본이 이제 외딴 섬들까지도 방어할 역량을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수륙기동단의 주요 임무는 방어가 아닙니다. 해병대는 전형적인 공격 전력입니다.
수륙기동단은 비록 2천100명 규모지만 수륙양용장갑차 52대와 함께 오스프리 상륙기동강습수송기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병력을 투사할 해군의 함정 세력은 이미 아시아 최강인 데다 신형 상륙함 도입도 초읽기입니다. 인원만 늘리면 언제든 증편할 수 있습니다.
연말연시를 달군 한일 레이더-초계기 분쟁에서 보았듯 일본 해상자위대의 초계기 전력도 막강합니다. 한국 해군은 고작 16대이지만 일본은 110대입니다. 오래된 P-3는 지속적으로 퇴역시키고 세계 최고 성능의 일본제 P-1으로 빠르게 대체하고 있습니다. 작년 말 발표된 신방위 대강을 통해 항공자위대는 100대 이상의 스텔스 전투기를 보유한다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자주(自主), 자율성이 훼손되더라도 안보는 미국에게 맡기고 경제에만 전념했습니다. 미국이 동아시아 안보에 기여하라고 아무리 통사정을 해도 재건을 위해 경제에만 몰두했던 나라입니다. 이제 일본이 변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군사강국, 보통국가로 변신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안보정책, 무기판매 면에서 미국으로서는 쌍수 들고 환영할 일입니다.
해외 무기시장에 정통한 방산업계 소식통은 "일본과 미국이 이토록 사이좋은 시절을 본 적 없다"며 "한국에 체류하던 서방 무기상들 중 에이스들이 큰 장이 선 일본으로 대거 떠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우리 군의 방위력 개선 사업은 남북 화해 무드에 따른 북한, 국내 시민단체들의 반발과 비판으로 눈칫밥만 먹는 신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