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스페인·韓 초유의 군용기 스와프딜…묵묵부답 韓 국방부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9.02.07 08:5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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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페인 스와프딜 대상으로 거론되는 A400M 수송기스페인이 유럽 에어버스의 대형 수송기 A400M과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훈련기들을 맞교환하는 스와프딜(Swap Deal)을 제안한 게 알려져 작년 말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우리 공군은 은근히 차기 수송기로 A400M을 바라고 있고 KAI는 미 공군 고등훈련기 사업 낙마와 마린온 추락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스페인 정부에서 A400M과 KAI의 훈련기를 맞바꾸자는, 눈이 번쩍 뜨이는 깜짝 제안을 한 겁니다.

스페인이 팔겠다는 A400M은 스페인이 에어버스로부터 27대 도입하려다가 나라 사정상 운용하지 않기로 한 13대 중 일부입니다. 아직 제작되지 않은 기체이지만 13대 계약을 파기하면 에어버스에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니 다른 도입처를 찾아서 넘기겠다는 생각입니다. 스와프딜이 성사되면 우리 공군이나 KAI, 스페인 모두 윈윈(Win-Win)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작년 11월 12~13일, 한-스페인 방산군수공동위가 마드리드에서 열려 스페인의 제안을 한국 방사청이 공식 접수했습니다. 곧이어 스페인 국방부가 우리 국방부에 사업 성사를 촉구하는 공문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스페인 국방부가 공문을 보낸 지 두 달이 넘었는데 우리 국방부는 회신을 안 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측은 "회신이 없어 KAI 훈련기를 수의계약으로 도입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우리 국방부는 "처음 있는 일이다 보니 검토할 사안이 많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릴없이 바라만 보는 KAI와 공군은 초조합니다.

● '산 넘어 산' 스와프딜

스페인의 A400M과 KAI 훈련기 스와프딜 제안은 작년 7월 영국 판버러 에어쇼에서 처음 들어왔습니다. 스페인 국방부의 고위 관계자가 방사청 차장에게 빅딜을 직접 제안했습니다. "A400M을 4~6대 공급하고 반대급부로 KAI가 스페인 수출을 희망하는 훈련기들을 수의계약으로 도입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KAI가 스페인 수출을 계획하는 훈련기는 기본훈련기 KT-1 30여 대와 고등훈련기 T-50 20여 대입니다.

그런데 방사청은 스페인의 파격 제안을 넉 달 동안 깔고 앉았습니다. 작년 11월 언론 보도로 스페인의 스와프딜 제안이 처음 알려지자 그때야 부랴부랴 청와대와 국방부에 관련 사실을 보고했습니다.

방사청의 늑장 보고에 국방장관과 청와대가 노발대발한 덕에 방사청은 11월 12~13일 열린 한-스페인 방산군수공동위 의제에 스와프딜 안건이 올랐습니다. 언론 보도대로 방산군수공동위에서 스페인은 구체적으로 스와프딜의 내역을 공개했고 공식적으로 딜을 제안했습니다.

스페인은 이에 그치지 않고 국방차관 명의로 우리 국방부에 스와프딜의 더 상세한 내용을 담은 공문을 11월 중순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방사청 핵심 관계자는 "공문에는 KAI 훈련기를 어떻게 수입하겠다는 상세한 계획 등이 담겨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스페인 스와프딜 대상으로 거론되는 KAI의 훈련기 KT-1● 대답 없는 국방부

스페인 국방부의 공문이 도착한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우리 국방부는 현재까지 답신은커녕 "공문을 접수했다"는 언질조차 스페인 측에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스페인 정부 소식통은 "언제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다", "한국 측이 답변을 안 하면 훈련기 사업을 공개경쟁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제대로 협상도 해보지 않고 스와프딜이 물거품 되기 직전입니다.

스페인 공문은 "스페인 공군의 훈련기 사업을 KAI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테니 스와프딜에 대한 조속한 답변을 바란다", "답신이 늦어지면 경쟁입찰을 해야 하는데 가격과 성능 경쟁력 면에서 KAI 훈련기가 다른 기종보다 못하다"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스페인 측이 제시한 마지노선은 1월이었습니다. 1월이 지났습니다.

우리 국방부는 느긋합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스페인 공문에 대해 "전례가 없는 일이라 자체적으로 검토할 일이 많다", "스페인만 바쁜 게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스페인을 몸 달게 한 뒤 막판에 호응해 실리를 추구하는 전술이면 다행인데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KAI 측이 국방부 관계자에게 여러 차례 한-스페인 스와프딜 면담 신청을 했는데 거절당했다", "KAI는 예전에도 이런 거래가 있었다는 걸 국방부에 설명하고 싶어 하지만 원천봉쇄당하고 있다", "국방부가 검토는 하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마음이 급한 건 스페인이 아니라 KAI입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사정에 동남아, 남미도 아니고 유럽에 항공기를 수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까 봐 전전긍긍입니다.

공군 속내도 KAI와 비슷합니다. 기획재정부, 국회 눈치 보지 않고 바라던 대형 수송기를 손쉽게 확보하는 줄 알았는데 감감무소식입니다. 한-스페인 스와프딜에 관심을 딱 끊은 국방부의 본심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