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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든 쇳덩어리에 목숨 잃고도…책임질 사람 없는 '낙하물 사고'

<앵커>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하다가 날아든 쇳덩이에 맞아 목숨을 잃었는데, 책임자 처벌도, 피해 보상도 없다면 얼마나 억울할까요? 1년 전 이런 황당한 사고를 당한 유족들이 있는데 여전히 기약 없는 다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정동연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1월, 여자친구와 함께 고속도로를 달리던 37살 차 모 씨.

중앙분리대 너머에서 갑자기 날아든 쇳덩어리에 꼼짝없이 당했습니다.

[자기야 차 세워!]

차 씨는 결국 숨졌고 유족들은 경찰 수사 결과만을 기다렸습니다.

[유가족 : 손 쓸 틈도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사망한 사고다 보니까 경찰을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어요.]

경찰은 당시 두 달여 수사 끝에 사고 원인을 밝혀냈습니다.

반대 방향 도로에 떨어진 쇳덩어리를 달리던 버스가 밟고 지나갔고, 그 쇳덩어리가 차 씨의 차량으로 날아왔다는 것입니다.

쇳덩어리의 정체는 길이 40cm, 무게 2.5kg의 판스프링이었습니다.

판스프링은 화물차 밑에 충격 완화를 위해 겹겹이 붙여놓은 일종의 철판입니다.

문제는 다음부터였습니다.

판스프링을 떨어뜨린 차량은 찾을 수 없었고, CCTV 분석 등을 통해 입건한 버스 기사 역시 고의성이 없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도로 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도로공사는 낙하물 신고를 무시했거나, 정기 점검을 건너뛴 게 아닌 만큼 역시 책임질 일 없다는 입장입니다.

[유가족 : 어디다 하소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 잘못도 아니고 저 잘못도 아니다…그 시간에 거기를 달린 제 동생이 잘못이라는 건데….]

더 황당한 것은 보상받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보험사 측은 찾을 수도 없는 가해자를 가려내 배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계속 미루고 있습니다.

[보험사 직원 : (보험 적용 사항은) 말씀드릴 수 없어요. 민감 정보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 무보험 차량이나 뺑소니 사고에 보상을 해주는 제도가 있지만 이마저도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차와 차가 부딪혀 사고가 난 게 아니어서 교통사고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고속도로를 달리던 화물차에서 떨어진 물건으로 사고가 난 만큼 교통사고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문철/변호사 : 모르는 차지만 그 차의 운행과 관련된 (사고인) 거죠. 그래서 정부 보장 사업에 의한 보상, 책임보험만큼은 보상되는 것이 옳아 보입니다.]

고속도로에 떨어진 물건으로 인한 2차 사고는 매년 40건 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고 책임을 명확하게 밝힐 수 없어 피해 운전자가 손해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누가, 언제 제2, 제3의 피해자가 될지 모르는 낙하물 사고에 대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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