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물 사망 사고 1년 지났지만…아직도 해결 안 된 까닭

정동연 기자 call@sbs.co.kr

작성 2019.02.05 20:56 수정 2019.02.05 22:2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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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30대 남성이 고속도로에서 차를 몰고 가다 갑자기 날아든 쇳덩이에 맞아 목숨을 잃었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누구 잘못인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유족들은 아직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동연 기자가 제보를 받고 이 내용 취재해봤습니다.

<기자>

지난해 1월, 여자친구와 함께 고속도로를 달리던 37살 차 모 씨.

중앙분리대 너머에서 갑자기 날아든 쇳덩어리에 꼼짝없이 당했습니다.

[자기야 차 세워!]

차 씨는 결국 숨졌고 유족들은 경찰 수사 결과만을 기다렸습니다.

[유가족 : 손 쓸 틈도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사망한 사고다 보니까 경찰을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어요.]

경찰은 당시 2달여 수사 끝에 사고 원인을 밝혀냈습니다.

반대 방향에 떨어져 있던 쇳덩어리를 달리던 버스가 밟고 지나가면서 그 쇳덩어리가 차 씨의 차량으로 떨어졌다는 겁니다.

쇳덩어리의 정체는 길이 40cm, 무게 2.5kg의 판스프링이었습니다.

판스프링은 화물차 밑에 충격 완화를 위해 겹겹이 붙여놓은 일종의 철판입니다.

문제는 다음부터였습니다. 판스프링을 떨어뜨린 차량은 찾을 수 없었고 CCTV 분석 등을 통해 입건한 버스 기사 역시 고의성이 없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도로 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도로공사는 낙하물 신고를 무시했거나 정기 점검을 건너뛴 게 아닌 만큼 역시 책임질 일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유가족 : 어디다 하소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 잘못도 아니고 저 잘못도 아니다…그 시간에 거기를 달린 제 동생이 잘못이라는 건데….]

더 황당한 것은 보상받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겁니다.

보험사 측은 찾을 수도 없는 가해자를 가려내 배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계속 미루고 있습니다.

[보험사 직원 : (보험 적용 사항은) 말씀드릴 수 없어요. 민감 정보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 무보험 차량이나 뺑소니 사고에 보상을 해주는 제도가 있지만, 이마저도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차와 차가 부딪쳐 사고가 난 게 아니어서 교통사고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고속도로를 달리던 화물차에서 떨어진 물건으로 사고가 난 만큼 교통사고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문철/변호사 : 모르는 차지만 그 차의 운행과 관련된 (사고인)거죠. 그래서 정부 보장사업에 의한 보상, 책임보험만큼은 보상되는 것이 옳아 보입니다.]

고속도로에 떨어진 물건으로 인한 2차 사고는 매년 40건 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고 책임을 명확하게 밝힐 수 없어 피해 운전자가 손해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누가, 언제 제2, 제3의 피해자가 될지 모르는 낙하물 사고에 대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합니다.

(영상편집 : 이승진, CG : 서승현, VJ : 이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