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정, 프랑스 연결 고속철도 놓고 '정면충돌'

지지기반과 핵심 정책에 대한 철학이 상이해 최근 빈번하게 갈등을 빚고 있는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정이 북부 토리노와 프랑스 남부 리옹을 잇는 고속철도(TAV) 건설의 강행 여부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습니다.

2일(현지시간) 일 메사제로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극우성향의 정당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45)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1일 피에몬테 주의 TAV 터널 건설 현장이 위치한 키오몬테 지역을 방문해 "터널의 25㎞ 구간이 이미 완공됐다"며 "되돌리는 비용이 계속 진행하는 것과 비슷하다면 이 공사는 마땅히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살비니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이탈리아는 TAV를 둘러싼 논쟁이 지속하는 데 따른 불확실성을 감당할 여유가 없다"며 "분석 결과에 따르면 TAV 건설을 끝마치는 것이 공사를 백지화하는 것보다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환경단체 등 TAV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시위로 이 일대에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공사 현장을찾은 그는 "도로로 사람이나 재화를 수송하는 것보다 철로로 하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면서 "이번 공사에 대한 수정 작업을 거치면 약 10억 유로의 재원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집권정당 '오성운동'의 대표를 맡고 있는 루이지 디 마이오(32) 부총리 겸 노동산업부 장관은 "거짓말"이라고 즉각 반발했습니다.

디 마이오 부총리는 "터널은 단 1㎜의 굴착도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공사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태"라며 살비니 부총리를 비판했습니다.

살비니 부총리가 간 공사 현장에는 공사 지속에 대한 효용을 분석하기 위해 커다란 구멍만 뚫어놓은 상태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공식 통계에 따르면 TAV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162㎞의 총 터널 구간 가운데 이탈리아 구간의 7㎞를 비롯해 현재까지 약 29㎞의 터널이 완공된 상황입니다.

TAV 반대 등 환경운동을 당의 뿌리 중 중요한 갈래로 삼고 있는 오성운동은 알프스 산맥 약 60㎞를 관통하는 터널 공사를 수반하는 TAV 사업이 지역 환경을 위협하고, 공공 재원 낭비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며 TAV의 백지화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오성운동은 비용 대비 실익이 적은 TAV를 강행하기보다는 교량, 도로 등 이탈리아의 다른 취약한 인프라 점검에 나서는 게 더 시급하다는 입장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작년 8월 북서부 제노바의 모란디 고가 교량이 갑자기 붕괴하며 차를 타고 지나던 사람 43명이 목숨을 잃는 등 노후 인프라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반면, 살비니 부총리가 이끄는 오성운동의 연정 파트너 동맹과 전임 집권당인 중도좌파 민주당 등 야당은 TAV 공사가 차질없이 이어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와 프랑스 파리의 통행 시간을 기존 7시간에서 4시간 반으로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TAV가 이탈리아의 경제발전을 촉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업 중단 시 이미 일부 지원금을 투입한 EU와 프랑스에 거액을 배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총 260억 유로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TAV는 EU가 공사비의 40%를 지원하고, 당사국인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각각 35%와 25%를 분담합니다.

작년 말 TAV의 비용 대비 편익 효과에 대한 재분석을 요구하며 프랑스 측과 알프스 산맥을 관통하는 터널 공사의 잠정 중단에 합의한 이탈리아 정부는 오는 5월 하순으로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 전까지는 TAV의 강행과 중단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한 결정을 내릴 예정입니다.

최근 완료된 TAV의 비용 대비 편익 효과에 대한 분석에서는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연정의 두 축인 오성운동과 동맹의 견해차가 워낙 커 TAV의 결말을 쉽사리 점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살비니 부총리는 이와 관련, "정치적인 해결책이 도출되지 않으면, TAV의 운명을 주민투표에 맡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한편, 엘리자베스 본 프랑스 건설교통부 장관은 이날 프랑스 쪽의 TAV 터널 건설 현장을 방문해 "이 사업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공동 사업"이라며 프랑스, EU와의 협약을 준수해 사업의 완공을 위해 노력할 것을 이탈리아 정부에 재차 촉구했습니다.

집권 이후 난민 정책 등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빚어온 상황에서 최근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가 프랑스의 '노란조끼' 운동을 지지하겠다고 밝히며 한층 경색된 양국 관계는 TAV마저 좌초되면 더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