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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미국의 INF 탈퇴 공식화에 유럽서 새로운 군비경쟁 우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1일 미국이 끝내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를 공식화하자 설마 했던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걱정을 금치 못했습니다.

EU 회원국들은 특히 유럽 대륙에서 새로운 핵무기 경쟁이 촉발될 것을 염려하며 INF 조약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의 INF 조약 탈퇴선언에 빌미를 제공한 러시아에 대해 INF 조약 준수를 다시 촉구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이 INF 조약 탈퇴절차를 마무리하는 향후 6개월이 INF 조약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창'이라며 미국과 러시아가 협상을 통해 핵전쟁의 먹구름을 제거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비공식 EU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유럽은 이 조약의 가장 큰 수혜자"라면서 "우리의 요구는 (미국과 러시아 모두) 이 조약을 완전히 준수해 이 조약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유럽이 강대국들이 서로 대치하는 전쟁터로 회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은 "INF 조약이 없으면 덜 안전해지겠지만 러시아가 INF 조약을 위반한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해 미국의 INF 조약 탈퇴의 책임을 러시아에 돌렸습니다.

디디에 레인더스 벨기에 외교장관은 "핵무기가 확산하고, 유럽 전역에 위험이 되는 핵무기 개발을 보게 되는 게 두렵다"면서 "미국의 동료들이 러시아와 계속 대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비확산에 맞선 싸움에서 압력을 넣거나 효율성을 발휘하려면 다자체제를 떠나서는 안 된다"며 미국에 INF 조약 잔류를 거듭 요구했습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작년 10월 러시아가 9M729 순항미사일(나토명 SSC-8 미사일)을 개발해 실전 배치하자 INF 조약을 위반했다며 러시아가 향후 60일안에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INF 조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유럽과 북미지역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외교·군사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지난주 러시아와 고위급 회담을 열어 INF 조약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별다른 진전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나토는 러시아 측에 INF 조약 준수를 거듭 요구했으나 러시아는 9M729 순항미사일의 사거리가 480km로 INF 조약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해 회담은 평행선을 달렸습니다.

결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일 미국이 오는 2일부터 INF 조약 이행을 정지하고 6개월 후 탈퇴하겠다고 공식화했습니다.

EU 국가들은 미국의 INF 조약 탈퇴 공식화로 INF 조약이 폐기되면 유럽에서 지난 1980년대 초와 같은 핵무기 경쟁이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당시 소련이 서유럽 주요 도시를 사정권에 둔 SS-20 핵미사일을 동유럽에 배치하자 미국은 이에 맞서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퍼싱2 미사일 등을 서유럽에 배치해 미국과 소련이 유럽에서 군비경쟁을 벌인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러시아 전신) 대통령이 사거리 500~5천500km에 이르는 중거리 핵미사일 배치를 금지하는 INF 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유럽에서 냉전종식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40여년이 지난 지금 INF 조약이 폐기될 위기에 처하면서 유럽의 위기감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스테프 블로크 외교장관은 미국이 INF 조약 탈퇴를 마무리할 때까지 6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상기시킨 뒤 "(INF 조약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블로크 장관은 러시아에 INF 조약을 준수할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나토도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의 INF 탈퇴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힌 뒤 러시아에 미국이 완전히 INF를 탈퇴하는 향후 6개월안에 INF 조약을 충실히 이행해 INF 폐기를 막을 것을 촉구했습니다.

나토는 성명에서 러시아가 INF 조약에서 규정된 의무를 존중하지 않으면 "INF 조약이 폐기된 데 대한 책임을 러시아가 전적으로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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