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다움? 편협한 관점"…달라진 '성인지 감수성'

안상우 기자 ideavator@sbs.co.kr

작성 2019.02.01 20:17 수정 2019.02.01 22:0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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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심 재판부는 사건 이후 피해자의 행동이 성범죄 피해자라고 보긴 어렵다면서 그 점을 무죄 판결의 한 근거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늘(1일)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피해자다움을 피해자에게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성범죄에서 피해자다움을 요구한다는 건 그 사건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중심으로 본다는 뜻이란 겁니다. 특히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가질 수 있는 만큼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또 이해해야 한다는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이 이번 판결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진 셈입니다.

안상우 기자입니다.

<기자>

안희정 전 지사의 1심에서 피해자로서 김지은 씨가 보인 행동은 무죄 선고의 결정적인 근거가 됐습니다.

김 씨는 지난 2017년 7월 러시아 출장 중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직후 영사관 직원 등과 함께 안 전 지사가 좋아할 만한 식당을 찾거나 안 전 지사와 함께 와인바에 동행해 담소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출장에서 돌아와서는 안 전 지사를 담당하는 미용사에게 연락해 머리 손질도 받았습니다.

1심에서는 이런 김 씨의 행동을 이유로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성폭행 피해자답지 않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를 위해 식당을 찾는 건 수행비서로서 일상적 업무라며 업무를 성실히 했다고 해서 성폭력 피해자로서 보기 어렵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안 전 지사와 와인바에 동행하고 머리 손질을 받았다는 이유로 김 씨 진술을 배척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피해자마다 대처 양상은 다르다며 피해자다움을 주장하는 것은 편협한 관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 영상편집 :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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