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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우리의 영웅, 우리의 어머니"…부디 평안하세요

[리포트+] "우리의 영웅, 우리의 어머니"…부디 평안하세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어제(28일) 향년 93세로 별세했습니다. 피해 사실을 공개한 뒤 지난 27년 동안 일본 정부의 사죄와 문제 해결을 요구했지만, 끝내 결실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으셨습니다. 김 할머니의 별세로 국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23명으로 줄었습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김복동 할머니의 생전 말씀으로 여성 인권 운동가이자 평화 운동가였던 할머니의 삶을 되돌아봤습니다.
[리포트+] '우리의 영웅, 우리의 어머니
1926년 경상남도 양산에서 태어난 김복동 할머니. 고작 14살에 불과했던 1940년, 김 할머니는 일본군의 손에 끌려갔습니다. "군복 만드는 공장에 데려간다"고 했지만,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던 건 '위안소'(慰安所)였습니다.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로 끌려다니며 끔찍한 고초를 당한 할머니는 7년이 흐른 뒤에야 조국 땅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상처를 안고 살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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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에 신고 전화가 개통되고 이듬해인 1992년. 김 할머니는 40년 만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세상에 털어놨습니다. 이후 할머니는 "내가 바로 살아있는 증거"라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는 일에 남은 여생을 바쳤습니다.

1993년에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엔(UN) 세계인권대회에서, 2000년에는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 국제 법정에 증인으로 나서 일본군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 김 할머니는 미국 워싱턴 일본 대사관을 찾았을 때도 "억울해서 죽지 못한다"며 "아베 총리는 법적으로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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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전쟁 중 성폭력으로 피해 입은 여성들을 위해서도 목소리를 냈습니다. 2012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에서 함께 지낸 길원옥 할머니와 함께 '나비기금'을 설립했습니다. 나비기금은 지금까지도 인권 문제로 고통받는 여성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후 2016년까지 할머니는 유엔인권이사회, 미국, 영국, 독일, 노르웨이, 일본 등 각지에서 평화 운동가로 활동했습니다. 90세의 나이에도 '전쟁 없는 세상', '전쟁 중 성폭력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는 세상'을 외치는 할머니의 올곧은 목소리는 전 세계에 깊은 울림을 만들었습니다. 세계 무력분쟁 지역의 성폭력 피해자들은 할머니를 "우리의 영웅, 우리의 어머니, 우리의 희망"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리포트+] '우리의 영웅, 우리의 어머니
지난해 암 투병으로 김 할머니의 건강은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하지만 병마도 할머니의 의지를 꺾지 못했습니다. 27년간 이어져 온 수요집회에 수술 직전까지도 참석해 일본의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했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요구하며 휠체어를 탄 채로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할머니는 이 자리에서도 "위로금 받으려 여태 싸운 줄 아느냐, 1000억을 줘도 못 받는다"며 분노했습니다.

눈을 감기 전 마지막 순간에도 할머니는 일본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할머니의 임종을 함께 한 윤미향 정대협 대표는 "할머니가 어제 오후 사력을 다해 마지막 말씀을 하셨다"면서 "할머니의 죽음 앞에서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은 반성하고 새로운 결의를 다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라는 표현에는 피해자의 고통을 은폐하려는 일본의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작은따옴표를 붙여 '위안부'가 일본군에 의해 불린 용어임을 표시하고 일본군을 함께 명시해 범죄의 주체를 명확히 하고자 합니다.

(기획·구성: 심우섭, 장아람 / 디자인: 감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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