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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베네수엘라 유혈충돌 비화 두려워…한쪽 편 들지 않을 것"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례 없는 '한 나라 두 대통령'의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유혈 충돌로 빠져들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청년대회 참석을 위한 파나마 방문을 마무리한 교황청은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로 돌아오는 전세기 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베네수엘라 사태를 비롯해 내달 열리는 아동 성학대 대책회의, 가톨릭 사제들의 독신주의 등에 대한 입장을 이야기했습니다.

교황은 현재 자신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베네수엘라의 유혈 참상 가능성이라며 "공정하고 평화로운 해결책이 도출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지난 몇년 간 심각한 경제난을 겪어 온 베네수엘라에서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재선에 성공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맞서 자신을 '임시대통령'으로 선언한 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며 정국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프랑스·영국·독일 등 유럽연합(EU)은 과이도 의장을, 러시아와 중국은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국제사회에서도 대리전이 펼쳐지는 모양새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러나 "나는 베네수엘라 국민 전체를 지지한다"며 어느 한쪽 편을 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교황은 "특정 나라들에 '이걸 하라, 저걸 하라'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한쪽 편을 드는 것은 목회자로서 경솔하고, 해를 미치는 행동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역사상 최초의 중남미 출신의 교황일 뿐 아니라, 교황에 이은 교황청 2인자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베네수엘라 대사를 역임한 터라 베네수엘라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황은 내달 21∼24일 로마에서 열리는 아동 성학대 대책 회의와 관련해서는, "준비 작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이번 회의로 문제가 단번에 풀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과도한 기대를 경계했습니다.

그는 "(아동 성)학대 문제는 인간의 문제로, 모든 곳에 존재하기 때문에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회의에 쏠린)과도한 기대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작년 한 해 미국을 비롯해 칠레, 호주, 아일랜드 등 세계 곳곳에서 가톨릭 사제들에 의한 아동 성 학대 추문이 큰 논란을 빚으며, 가톨릭 교회를 위기로 몰아넣자 각국 가톨릭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주교회의 의장이 참석하는 대책 회의를 내달 바티칸에서 개최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교황은 내달 회의의 목표 중 하나는 각국 주교들이 성 학대 문제를 어떻게 예방하고, 희생자들을 어떤 방법으로 도울지에 대해 명확한 원칙을 얻은 채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가톨릭 사제들의 독신주의 관례를 변경하는 것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교황은 "사제들의 독신주의는 가톨릭 교회를 위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독신주의를 선택 사항으로 바꾸는 전면적인 변화에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사제가 극히 희박한 지역에서는 사목을 위해 예외를 둘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마존 강 유역처럼 성직자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곳에서는 덕망이 높은 기혼자에게도 성직 업무를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한편, 가톨릭의 엄격한 교리보다는 신자들에 대한 자비가 중요하다는 철학을 일관되게 견지해온 교황은 회견에서 "낙태를 한 여성은 고해성사실에서 힐난을 받기보다는 위로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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