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반성문 또 제출한 조재범은 정말로 반성하고 있을까?

'성폭력' 보도 이후에도 반성문 5건 제출

상습상해와 재물손괴 혐의로 항소심 선고(30일)를 앞둔 조재범 쇼트트랙 국가대표 전 코치가 재판부에 반성문 5건을 제출했다. 심석희 선수의 폭로로 성폭력 의혹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처음이다. 물론 폭로 이전에도 수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조 전 코치는 반성문 22건을 재판부에 제출한 바 있다.

*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조 전 코치는 성폭력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심 선수의 고소 내용을 전면 부인하는 서면 답변서를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추가로 제출하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성폭력 사건과 상습 상해죄 사이 동일성은 없다"며 '상습 상해죄'만 판단하겠다고 결정한 만큼 조 전 코치도 '성폭력'과 '상습 상해'를 따로 떼어내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반성문 내용이 비공개라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 알 수 없지만, 성폭력에 대한 내용은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 1심에선 반성문 0건…2심 재판 중 반성문 27건

재판부도 '성폭력은 따로 수사해 따로 재판하라'는 결정을 내린 만큼 일단은 '상습 상해' 부분만 이야기를 해보자. 범위를 줄여놓고 봐도 조 전 코치의 '반성'이 진심인지는 의문이다. 조 전 코치는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다 지난해 9월 19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이란 날벼락을 맞았다. 그 이후 조 전 코치는 시종일관 '반성'을 하게 된다. 1심 재판 중에는 '반성문'을 단 1건도 제출한 적 없던 조 전 코치가 지금까지 무려 30건 가까운 반성문을 2심 재판 중 제출한 것이다. 피해 선수 2명과 추가로 합의해 총 4명의 피해자 중 심석희 선수를 제외한 3명의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기도 했다. 심 선수와도 합의만 시도할 뿐 정작 피해자인 심 선수에게 반성문이나 편지를 써 보낸 적도 없다.

지난 23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도 조 전 코치는 최후진술로 또 한 번 반성을 택했다.

"선수들을 최고의 선수로 육성하고 싶었는데 제 잘못된 지도 방식으로 선수들에게 상처를 주게 되어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조 전 코치는 자신의 '지도 방식'이 옳지 않았던 걸 반성하고 있는 듯 보인다. 폭행 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지만, 빙상계에 내려온 악습이 대물림돼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는 식으로 읽힌다. 하지만 조 전 코치의 1심 판결문을 뜯어보면 그의 폭력은 이미 '지도 방식' 수준을 한참 넘어섰다.

● 반성 내용은 번지수를 잘못짚었다

판결대 위에 오른 심 선수에 대한 조 전 코치의 폭력은 3건이다. 2017년 11월 30일부터 12월 1일 사이 자세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심 선수에게 육두문자를 내뱉고 숙소에서 나사를 얼굴에 던지고 주먹으로 머리를 수차례 내리쳤다.

다음은 지난해 1월 13일.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또 욕설을 내뱉고 심 선수의 머리와 얼굴, 몸을 수차례 때렸다. 이 과정에서 심 선수의 아이폰X 스마트폰은 조 전 코치가 여러 차례 집어던져 박살 났다.
조재범 전 코치가 부서 박살낸 심석희 선수의 휴대전화. 성폭력 수사 중인 경찰에 제출된 상태이다.
심 선수가 진천선수촌을 이탈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된 폭력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1월 16일 심 선수가 다른 선수에게 '늦어'라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머리채를 잡아 흔들고, 발로 옆구리와 등을 걷어찼다. 또 주먹으로 머리를 수차례 때려 심 선수는 뇌진탕 증세와 경추부 염좌가 있는 전치 3주 진단을 받게 된다. 선수촌 이탈 당시 심 선수가 입었던 후드티에는 머리채를 잡아 흔들어 빠진 머리카락이 수북했다고 한다. 심 선수는 추운 겨울에 외투도 걸치지 못하고 충북 진천에서 그대로 택시를 타고 경기도에 있는 동료 선수 집으로 갈 정도로 공포감에 떨어야 했다. 나머지 피해 선수 3명에 대한 폭행 정도도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욕설은 기본에 갖가지 폭행으로 고막이 터지고, 얼굴이 망가졌다.
조재범 전 코치가 머리채를 잡고 폭행해 빠진 심석희 선수의 머리카락.

● 조재범 전 코치의 말대로 법대로 해야
심석희 선수가 선수촌을 이탈한 직후 조재범 전 코치는 지인들과 식당에서 소주를 마셨다.
1심 재판부는 조 전 코치에 대해 "엄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폭력 행사를 제외한 피고인의 지도 노력 등에 따라 피해자들이 나름 성과를 거둔 점을 참작한다"고 말했다. 조재범 전 코치에 대한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이후 조 전 코치와 합의했던 피해 선수 3명 중 2명은 오히려 '엄벌에 처해 달라'는 진정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과연 이틀 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어떨까. 답은 조 전 코치가 이미 내놓은 것 같다.

조 전 코치는 심 선수가 진천선수촌을 이탈한 당일 식당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사라진 심 선수를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심 선수 아버지의 꾸짖음에 조 전 코치는 소주잔을 '탁'하고 내려놓으며 이렇게 얘기했다.

"법대로 하세요. 혼자 안 죽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