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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세트와 타자기…시대를 거슬러 '불편'을 사는 사람들

[SBS 스페셜 ] 불편을 위하여 ②

시대를 거슬러 '불편함'을 찾는 것은 본능일까?

27일 밤 방송된 'SBS 스페셜'에서는 '불편을 위하여' 편으로써, AI 보급으로 일상이 편리해진 시대에 일부러 느리고 더딘 '불편함'을 찾는 사람들을 조명했다.

4살 우주는 잠에서 깨 먼저 인공지능 스피커에 "짱구야. 좋은 아침"이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스피커는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답하며 당일 날씨의 정보를 읊었다.

또한 우주는 스피커에 "커텐 좀 쳐줘"라고 지시하는 등 어린 나이임에도 AI 스피커에 친숙해 있었다. 아버지 주현철 씨는 "저희 부부가 워낙 귀차니즘에 최고봉을 찍은 부부다"며 "주방 불을 켜는 게 귀찮아서 움직이지 않고 스피커에 '짱구야. 주방 불 좀 켜줘'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우주 가족은 '짱구'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짱구' 역시 가족 구성원처럼 자리잡았다. 그러던 중, 네트워크가 끊겼다. 스피커에 '짱구'라고 불러도 스피커는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없습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자 우주는 "짱구가 엄마 보고 싶나봐. 짱구 많이 아프대?"라고 말하며 슬퍼했다. '네트워크'가 짱구의 엄마라고 생각한 것이다.

오정태 씨는 신혼집 전체를 '스마트홈'으로 설정했다. 정태 씨는 "집에 있는 자동화 기계를 다 합치면 120개 정도 된다"며 "집이 개인 비서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렇게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한 삶이지만, 일부러 불편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올해 스무 살인 이유진 씨는 공테이프를 찾아 헤맸다. 자신이 원하는 노래를 녹음해 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서다. 또한 가방에서 워크맨을 꺼내 '퀸'의 카세트 테이프를 듣기도 했다.

유진 씨는 "MP3로 듣는 것보다 이 세대 노래를 이 세대의 것으로 듣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한 유진 씨는 "제가 만드는 카세트 테이프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거니까 저를 더 개성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춘형 씨는 수동 타자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는 "손맛과 귀맛으로 타자를 친다"며 "수동 타자기는 오탈자가 나면 수정이 안 된다. 백스페이스가 없다. 그래서 느리지만 한 글자 한 글자 고심해서 쳐야 한다"고 전했다.

25살 김재홍 씨는 현재 타자기 수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재홍 씨는 "21세기에 이런 걸 누가 쓰겠냐"며 "처음엔 타자기를 분해해서 하나 하나 들여다보고 공부했다"고 전했다. 타자기를 생산하는 곳은 이제 지구상에 없다. 따라서 재홍 씨는 중고 수동 타자기가 있다고 하면 어느 지역이든지 달려가서 타자기를 구매하기도 했다.

불편함을 찾는 것에 대해서 한 해부학 전문의는 "멍게는 유충일 때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정착할 곳을 찾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며 "그리고 뇌를 먹어버린다. 움직이지 않으면 뇌는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뇌라는 기관은 움직임을 위해 태어난 기관인데 갈수록 덜 움직여도 되는 사회가 되고 있다"며 "뇌가 본능적으로 '불편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분석했다.

(SBS funE 조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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