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북적] 세상의 법정에서 실격한 이들을 위해…'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19.01.27 07:12 수정 2019.01.28 11:4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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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174 : 세상의 법정에서 실격한 이들을 위해…'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사랑하는 사람의 눈길을 보고 그를 더 사랑하게 되듯이, 우리는 나를 존중하는 상대방을 보고 그를 더 존중하게 되고, 나를 존중하는 법률을 보고 그러한 법의 지배를 기꺼이 감내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궁극적으로 나를 더 깊이 사랑하고 관용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존엄하고, 아름다우며, 사랑하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인 것이다. 누구도 우리를 실격시키지 못한다."

실격(失格)이란, 자격을 잃었다는 말이죠. 경쟁이든 기회든 참여하지도, 참여해서도 안 된다는 의미.

"장애나 질병, 가난, 부족한 재능, 다른 성적 지향을 이유로 세상의 법정에서 실격을 선고당한 이들을 위한 변호사 김원영의 변론", 김원영 변호사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이 오늘 북적북적의 선택입니다.

"'잘못된 삶 wrongful life' 소송은 장애를 가진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편이 나았다는 생각으로 산부인과 의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의 한 유형이다… 극도로 빈곤한 가정 형편, 폭력과 욕설을 남발하는 부모, 장애나 질병, '추하다'라고 평가받는 외모 때문에 놀림을 당하거나 배척당하는 우리는 '내 삶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키우기 쉽다."

"서너 명이 모여 휠체어를 밀고 바람같이 차도를 질주했다. 겉멋만 잔뜩 든 청소년기의 우리는 그것이 자유롭고 꽤나 섹시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감수성은 우리에게 해악이기만 했을까? 우리는 도로를 달리며 생각했다. '너도 이렇게 막 도로 위에서 위험천만하게 달리고 싶냐? 그럼 너도 다리를 잘라보지 그래?'... 자신을 비정상이나 결여된 존재가 아니라 고유성을 가진 존재로 인식할 수 있었다. 자아에 스타일이 부여되기 시작한 것이다."

"내 지인은 모든 권리 가운데 '오줌권'이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권리라고 단언했다. 진지하게 말해서 '호흡할 권리'를 제외한다면 맞는 말 아닌가. 모두가 어디서든 편안하게 오줌을 눌 자격이 있다는 '오줌권'은 필수적이고 정당한 권리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국가나 정부, 혹은 정치인들이 엘리베이터를 덜 설치하고,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인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차별적인 법률을 제정한다 해도, 바로 옆에 있는 나의 가족, 연인, 친구, 혹은 버스에서 우연히 만나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창출하는 상호작용의 무대에서 우리는 인격적 존재로 대우받고 서로를 세심하게 존중하는 경험을 나눈다. 당신이 버스에서 만난 한 장애인에게 보인 작은 존중의 표현은 주위에 있던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나아가 그가 자신의 장애를 수용하는 밑거름이 된다."


장애인을 중심으로 쓰인 책이나, '소수자'로 치환해도 다르게 읽히지 않습니다. 인종, 성, 언어, 종교뿐만 아니라 주거지, 출신지역, 학교, 행동이나 성격, 외모 등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우리는 소수자가 될 수 있고 실격당할 수 있습니다. 매우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만, 제가 과연 제대로 공감하고 있는 건지 순간순간 아찔하기도 했습니다.

인정받기 위해, 모욕당하지 않기 위한 그들과 우리의 노력이 설사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내 삶의 저자'로 존엄하게 살 수 있길 희망합니다.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행운이었고 감사했다는 독후감을 본 기억이 납니다. 2019년 새해 벽두에 저도 그랬습니다.

(* 사계절 출판사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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