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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상 고온에 겨울 가뭄, 잦은 고농도 미세먼지 원인은?

뜨거워진 열대 태평양과 녹아내린 북극 해빙의 합작품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9.01.24 13:51 수정 2019.01.28 16:1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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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이상 고온에 겨울 가뭄, 잦은 고농도 미세먼지 원인은?
올겨울은 눈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올겨울 서울에 눈이 내린 것은 지난 12월 13일과 16일 단 두 차례다. 내린 눈의 양도 2.1cm에 불과하다. 평년의 경우 같은 기간(12/1~1/21) 서울에 눈이 내린 날은 6.2일, 적설은 14.1cm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눈이 내린 날은 평년의 32%, 적설은 15%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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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들어서는 눈 구경하기가 더욱 힘든 상태다. 올 1월에 공식적으로 서울에 0.1cm 이상의 눈이 내린 날은 아직 없다. 중기예보 상으로 오는 28일과 31일 서울에 눈 또는 비 예보가 있지만 기온이 크게 낮지 않아 0.1cm 이상 쌓일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관측 자료가 빠짐없이 보관된 1954년 이후 처음으로 눈이 없는 1월로 기록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광주와 강릉 등은 이번 겨울 들어 아예 적설이 기록되지 않았다.

올겨울은 기온도 높다. 12월 1일부터 1월 22일 현재까지 전국 평균기온 평균은 0.7℃로 평년의 0.2℃보다 0.5℃나 높은 상태다. 세밑 한파가 찾아왔던 12월에는 평년보다 0.4℃ 낮았지만 1월 들어서는 평년보다 무려 1℃나 높다. 이상 고온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불청객 미세먼지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 1월 서울에서는 23일 현재까지 모두 11일이나 '나쁨' 상태가 나타났다.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난 것이다. 특히 지난 14일 서울의 일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공식관측 사상 가장 높은 129㎍/㎥까지 치솟았다. 대기정체로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쌓인 데다 중국발 고농도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상 고온에 눈 없는 겨울, 잦은 고농도 미세먼지까지, 올겨울 어떻게 해서 이 같은 현상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일까?

● 원인 1. 위도에 평행하게 흐르는 상층 공기 흐름

우선 겉으로 보기에는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 상공의 강한 공기 흐름(상층 제트)이 평년에 비해 동서 방향으로 위도에 평행하게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아래 그림 참조). 평년에는 상층의 강한 바람이 남북 방향으로 깊게 굽이치며 흐르는데 올해는 유난히 동서 방향으로 위도에 평행하게 흐른다는 것이다.
(자료=기상청 제공, 일부 수정)이 같은 상황에서는 한반도 북쪽의 찬 공기가 한반도 지역으로 쉽게 내려오지 못할 뿐 아니라 한반도 주변에서 저기압도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찬 공기가 제대로 내려오지 못하는 만큼 기온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저기압도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는 만큼 눈을 뿌릴 기회도 그만큼 줄어든다. 또 찬 대륙고기압이 서해상이나 동해상으로 확장할 때 바다에서 눈구름이 만들어지는데 찬 대륙고기압이 제대로 확장하지 못하는 만큼 바다에서도 눈구름이 만들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또한 이 같은 상황에서는 한반도나 한반도 남쪽으로 따뜻한 이동성 고기압이 자주 통과하거나 머물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나라는 대체로 맑은 날씨와 함께 상대적으로 따뜻한 남서풍이나 남풍, 서풍이 불어오게 되는데 이때 기온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중국발 미세먼지까지 실어온다. 고온과 함께 고농도 미세먼지가 자주 나타나고 눈이 없는 겨울이 동시에 연출되는 이유다.

하지만 이 같은 해석은 현재 한반도 주변에 나타나는 상황을 보이는 대로 설명한 것에 불과하다. 겉보기 원인에 불과하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다. 그렇다면 올겨울 지구상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한반도 주변에서 고온 현상에 가뭄, 고농도 미세먼지가 자주 나타나는 것일까?

● 원인 2. 뜨거워진 열대 태평양 '엘니뇨'

무엇보다도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는 열대 태평양이 평년보다 뜨거워지는 엘니뇨라는 것이 학계의 분석이다. 최근(1월 13~19일) 열대 태평양의 엘니뇨 감시구역(Nino 3.4, 5°S~5°N, 170~120°W)의 해수면 온도는 27.1℃로 평년보다 0.6℃나 높다.

문제는 열대 태평양이 평년보다 뜨거워지는 엘니뇨가 발생한 지역에서는 대기의 상승운동이 활발해지고 주변 또는 지구촌 다른 곳에서는 하강 운동이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하강 운동이 활발해진다는 것은 그 지역에 평년과 달리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양대 해양융합과학과 예상욱 교수는 올겨울은 엘니뇨가 발달하면서 한반도 남쪽 북서 태평양 지역에 고기압이 평년보다 강하게 발달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반도 남쪽 북서 태평양 지역에 고기압이 평년보다 강하게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고기압 주변에서 시계방향으로 부는 바람이 강해져 한반도 지역에서는 평년보다 남풍이나 남서풍 계열의 바람이 강해지고 또 자주 들어오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북서쪽의 찬 공기 대신 남서쪽의 따뜻한 공기가 들어오면서 기온은 올라가게 되고 이때 중국발 미세먼지 또한 우리나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아래 그림 참조). 우리나라가 고기압권에 속할 수 있는 만큼 당연히 비나 눈은 적어진다. 올겨울 기온이 높고 눈이 적고 고농도 미세먼지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다.
엘니뇨와 동아시아 지역 상호작용이 같은 사실은 최근 나온 중국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서는 확인할 수 있다(He et al., 2019). 연구팀이 1980년부터 2018년까지 39년 동안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엘니뇨가 발생한 해는 한반도 남쪽 북서 태평양 지역에 다른 해보다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니뇨가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에 온난한 남서풍이나 남풍이 불어와 기온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엘니뇨가 발생한 해는 동아시아 지역 겨울 몬순이 약해지면서 스모그를 확산시키는 북서풍이 약해지고 반대로 남풍 계열이 강해지면서 중국 북부지역의 스모그가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심해진 중국 북부지역의 스모그는 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들어온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 원인 3. 녹아내린 '북극 해빙'

또 다른 원인 가운데 하나는 평년보다 많이 녹아내린 북극 해빙(sea ice)을 들 수 있다. 지난달(12월) 북극 해빙 면적은 1천1백88만㎢로 역대 4번째로 작았다. 특히 현재 한반도 지역의 기후나 날씨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러시아 북쪽 카라해와 바렌츠해의 해빙이 많이 녹아 있는 상태다. 올 1월 북극의 해빙 면적도 예년 평균에 비하면 아주 작은 상태다.
북극 해빙 탐사하는 연구원과 쇄빙선 아라온호 (사진=극지연구소 제공)보통 북극의 고온 현상으로 해빙이 많이 녹아내리면 상층의 강한 서풍인 제트 기류가 약해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 지역으로 쏟아져 내리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북극 한파다. 하지만 올해는 북극 한파가 동아시아 지역이 아닌 유럽과 북미 대륙을 강타하고 있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 대기과학과 교수는 북극 한파가 동아시아 지역이 아닌 유럽과 북미지역으로 내려가면서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은 상대적으로 고온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찬 공기가 주기적으로 내려오지 않다 보니 해상에서는 눈구름 발생 횟수도 줄어들고 공기 또한 정체 현상이 늘어나면서 미세먼지 농도 또한 높아지는 것이다.

물론 올겨울 북극의 찬 공기가 동아시아 지역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유럽이나 북미지역으로 내려간 것도 엘니뇨의 영향일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

결국 올겨울 한반도 지역에서 고온 현상과 함께 눈이 적게 내리고 고농도 미세먼지가 자주 나타나는 것은 큰 틀에서 보면 뜨거워진 열대 태평양과 녹아내린 북극 해빙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엘니뇨가 오는 봄철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와 한양대 공동 연구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엘니뇨가 발생한 해는 우리나라 겨울철 초미세먼지 농도가 최대 20% 정도까지 높아진다(Jeong et al., 2018). 특히 엘니뇨가 발생한 해는 봄철까지도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고온 현상에 눈이나 비가 없는 겨울이 이어지고, 고농도 미세먼지까지 자주 심술을 부리는 날이 앞으로도 당분간, 길면 봄철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참고문헌>

* Chao He, Run Liu, Xuemei Wang, Shaw Chen Liu, Tianjun Zhou, Wenhui Liao,
How does El Niño-Southern Oscillation modulate the interannual variability of winter haze days over eastern China?,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Vol. 651, 2019, pp 1892-1902

* Jaein I. Jeong, Rokjin J. Park, Sang-wook Yeh, Dissimilar effects of two El Nino types on PM2.5 concentrations in East Asia, Environmental Pollution, 2018, Vol 242, pp1395-1403

*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과학과 교수(개인 교신)

*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개인 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