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무너질까 조마조마한데…시청은 "시공사와 해결"

정다은 기자 dan@sbs.co.kr

작성 2019.01.23 21:04 수정 2019.01.24 14:1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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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집 주변에서 터파기 공사를 하면서 벽에 금이 가고 갈라져 불안하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실제 공사 여파로 심각한 상황에 처한 건물이 한둘이 아니었는데 관할 시청의 대처가 황당합니다. 해줄 게 없다며 시공사와 알아서 해결하라는 겁니다.

정다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저희에게 제보를 주신 분은 이제는 좁은 골목이 돼 버린 이곳에서 바로 이 집에 사시는 분입니다. 이 분이 왜 저희에게 제보를 주게 됐는지 그 이유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 모씨 집 바로 뒤에는 지난해 5월부터 대규모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올해 9월이면 지상 14층, 지하 4층짜리 오피스텔이 두 동이 들어섭니다.

공사 가림막 너머엔 어느새 깊이 18미터 낭떠러지가 생겼습니다.

[이 모 씨/경기 평택시 : 저 정도까지 팔 줄 몰랐죠. 흔들림이 어마어마 해요. 집이 막 흔들리는 거예요. 집사람하고 안에 있다가 바깥으로 무서워서 밖으로 튀어나왔어요.]

집하고 가림막 사이, 다시 말하면 집하고 낭떠러지 사이 거리는 이렇게 좁습니다. 제가 두 팔을 다 뻗지도 못할 정도입니다.

불과 1미터도 되지 않는 간격을 두고 수직으로 땅을 파들어 가다 보니 집은 점점 망가졌습니다.

주택 외부는 곳곳이 금이 가고 갈라졌습니다. 집 안도 문이 뒤틀려 닫히지 않고 창문은 망가져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 모 씨/경기 평택시 : 막 벽이 갈라지고 천장에서 뭐가 떨어지고. 저희 어머님께서 병원에 입원하셔서 이제 집에 모시고 와야 하는데 못 오는 겁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부부는 집을 나와 몇 달째 찜질방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주변 다른 집들도 심각합니다.

[서상덕/경기 평택시 : 틈이 다 갔다고, 이렇게 쭉 내려앉고 있으니까. 틈이 가서 지하실로 물이 들어간다고 지금. 잠자다가도 뚝 소리 나면 뭐가 떨어지는지.]

[최익현/고시원 관리인 : 62명 거주하고 있어요. 우리 같은 사람 하나라면 별거 아닌데 여기 전부 거주하는 분들이 (많으니까) 이 사람들이 너무 걱정이 많이 되죠.]

고시원은 공사 가림막에 비상탈출구까지 막혔습니다.

[최익현/고시원 관리인 : 이게 비상구 통로입니다. 만약에 이상이 있을 때는 (막혀서) 어디로 갈 데가 없잖아요.]

피해를 과장한 건 아닌지 안전진단 전문가와 함께 이 씨의 집을 점검해봤습니다.

[이윤종/한국안전진단기술원 대표 : 이건 지반이 밀렸다는 거거든요. 이만큼 (집이) 밀려 나온 거예요, 지금.]

1시간 동안 계측한 결과 거주 불가.

[이윤종/한국안전진단기술원 대표 : 설계변경을 한다든가 건물의 안전성을 좀 확보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 시점이 좀 늦어진 것 같습니다.]

시공사 측은 공사를 서두르다 주변 주택 상태를 신경 쓰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쯤에서 궁금해졌습니다. 안전 조치 의무가 있는 평택시청은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을까. 찾아갔습니다.

집주인이 알아서 대피했으니 안전조치는 된 거고 나머지는 시공사와 알아서 해결하라고 합니다.

[평택시청 공무원 : 현장에서 그런 부분들은 발생할 수가 있는 거죠. (해결을) 저희가 껴서 하지는 않거든요. 민사보상이잖아요.]

주민 항의에도 몇 달 동안 손 놓고 있다 주민이 다급해 대피하고 나니 이제 된 거 아니냐는 겁니다.

현행법상 재난 발생 위험이 높은 15층 이하 건축물은 제3종 시설물로 지정하고 정기 안전진단을 실시해야 하는데 그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시청 측은 열흘 전에야 전문가 자문을 받아 점검했는데 역시나 붕괴 위험 진단이 나왔습니다.

그 와중에도 시공사 탓입니다.

[평택시청 공무원 : (안전진단 주체가 시가 아니라 시공사가 되는 건가요?) 예, 피해를 준 주체가 하는 게 맞는 거죠.]

시청 측은 SBS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시공사 측에 흙막이 공사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을 요구했습니다.

(영상취재 : 황인석·양두원·최대웅, 영상편집 : 김종태, CG : 박상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