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운명의 날'…구속 여부 가를 핵심 증거는?

장아람 PD, 김도균 기자 getset@sbs.co.kr

작성 2019.01.23 11:09 수정 2019.01.23 14:2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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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리포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운명의 날…구속 여부 가를 핵심 증거는?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오늘(23일) 밤 판가름날 것으로 보입니다. 오전부터 시작된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실질심사는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되는데요,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박병대 전 대법관의 영장심사도 같은 시각 진행됩니다.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사법부 71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 임종헌 구속, 박병대·고영한 기각…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운명은?

검찰은 그 동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사건들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순으로 보고됐다고 판단해 수사를 진행해왔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임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는 탄력을 받는 것처럼 보였습니다.[리포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운명의 날'...구속 여부 가를 핵심 증거는?하지만 지난달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습니다. 당시 법원은 "피의자의 관여 범위 및 그 정도 등 공모관계의 성립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 사유를 설명했습니다. 두 사람과 앞서 구속된 임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이 공모관계를 입증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 '독대·자필 서명·大자'…구속 여부 가를 '직접' 개입 물증들

두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에 '직접' 개입한 정황을 찾아내는 데 주력했습니다.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가 직접 개입 물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검찰이 구속영장에 포함시킨 대표적인 물증에는 '김앤장 독대 문건',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 '이규진 수첩' 등이 있습니다.

검찰은 전범 기업을 대리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압수수색 과정에서 '독대 문건'을 확보했습니다. 이 문건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김앤장 소속의 한 변호사를 만나 강제징용 소송 절차를 논의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또 강제징용 사건 주심이었던 김용덕 전 대법관에게 "배상 판결이 확정되면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한 정황도 검찰에 포착됐습니다.[리포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운명의 날'...구속 여부 가를 핵심 증거는?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로 불리는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에도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개입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양 전 대법원장이 해당 문건에 자필로 결재한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겁니다.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과정에서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작성한 수첩 내용도 직접 개입 물증 중 하나입니다. 당시 그는 윗선의 지시와 보고 내용을 수첩에 기록했는데, 검찰은 수첩 내용 중 '大(대)자' 표시한 부분을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로 보고 있습니다.

■ 구속영장 발부냐? 기각이냐? 영장심사 자정 넘길 가능성도

7개월간 이어진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는 만큼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는 사법농단 수사의 성패와도 직결됩니다. 만약 검찰이 내놓은 증거들이 인정돼 오늘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양 전 대법원장은 사상 첫 전직 대법원장 구속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됩니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상황입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아래 직원들이 한 일"이라는 식으로 주장해왔습니다.

오늘 영장심사에서도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임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의 공모관계를 인정하기 힘들고,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적극 방어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이 주장이 받아들여져 구속영장이 기각된다면 재청구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오늘 밤 또는 자정을 넘긴 내일(24일) 새벽 결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영장청구서만 260쪽에 달하는 데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이 적극 소명 의지를 밝혀 오랜 공방이 예상됩니다. 아울러 땅에 떨어진 사법부의 신뢰와 권위를 되살리기 위해 법원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감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