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 채용비리' 전 본부장 징역 2년 법정구속…"신뢰 저버려"

수서고속철도(SRT) 운영사 SR의 채용 비리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간부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대산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SR 전 영업본부장 박 모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보석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박씨는 실형 선고에 따라 보석이 취소돼 법정 구속됐습니다.

SR 상임이사로 영업본부장을 지내며 회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박씨는 2016년 신입·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점수를 조작하는 등 방식으로 8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박씨는 과거 함께 일한 인연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자녀 등을 채용해달라는 청탁을 받고는 인사노무팀 직원들이나 면접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씨의 지시로 점수가 조작된 결과 서류전형 평가가 105등이던 지원자의 순위가 73등으로 수직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이유도 모른 채 박씨에게 임의로 '찍힌' 상위권 합격자들은 이유도 모른 채 점수가 깎여 탈락했습니다.

박씨는 합격시키기로 한 지원자가 사정상 면접에 참석하지 못하자 "면접에 참석한 것으로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 지원자는 높은 면접 점수를 받고 합격했습니다.

자신이 점찍어 둔 지원자가 전형에서 합격하지 못하자 인사노무팀장을 강하게 질책하고 다음 전형에서는 합격하도록 점수를 조작시킨 사례도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8명 가운데 6명의 부정 채용에 실제로 박씨가 관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박씨는 재판 과정에서 "부정 채용을 지시한 사실이 없고, 일부는 여성 비율이나 지원자의 나이와 키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항변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런 기준에 따라 합격자를 제외하는 일이 정당화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SR은 사기업이지만 공공성이 크고, 청년 취업난이 가중되는 현실 등에 비춰 공정한 채용을 통해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며 "기회의 평등과 공정성의 실현이라는 가치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SR 직원이 되고자 응시했다가 탈락한 일반 지원자들이 느낄 상실감과 배신감은 그 무엇으로도 회복될 수 없다"고 질타했습니다.

재판부는 "직접 부정한 청탁을 받았는지 분명치 않다고 해도 죄책이 무겁다"며 "그럼에도 SR 채용과정의 특수성을 내세우거나 실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