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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이 국민 연료의 자리를 내놓게 된 것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공해를 줄이려고 정책적으로 연탄사용을 억제해 기름보일러가 늘어나고, 아파트 건설 붐과 함께 도시가스가 주 연료로 쓰이게 되면서부터였다. 이 때문에 90년대 들어 국내 유수의 연탄공장들이 속속 사업 정리에 나섰다. 1960년대 전국적으로 4백여 곳에 달하던 연탄공장은 그 이후 급속히 줄어들어 지금은 45곳 정도만 남아있다.
국민 연료의 화려함을 뒤로하고 연탄은 지금은 14만 소외계층의 아궁이나 연탄구이 식당, 화훼 단지에서만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연탄의 몰락을 더 재촉하는 일이 생겼다.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에 관한 국제 협약 때문에 연탄업체에 주던 정부 보조금이 폐지되면서, 2015년 이전 7년간 동결됐던 연탄 가격이 2016년부터 해마다 20% 가까이 오르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15년 한 장에 373원이던 연탄값은 지난해 639원까지 뛰었으며 배달료를 합하면 800~900원에 이른다.
연탄 주 소비층이 형편이 어려운 14만 가구의 소외계층임을 감안할 때 이는 적은 부담이 아니다. 겨울나기에 한 가구당 천 장이 넘는 연탄이 들어가는데 가구당 수 십만 원이 넘는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 정부가 연탄쿠폰을 지급한다고 하지만, 그것도 겨울나기에 필요한 연탄 양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값이 오르면서 당연히 수요가 줄었다. 서울에 두 군데 있는 연탄공장 가운데 하나인 금천구의 고명산업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루 20만 장까지 찍어냈지만, 올해는 겨우 10만 장 수준에 불과하다. 다른 한 곳도 마찬가지다. 한때 서울의 하루 생산량이 천만 장을 넘었을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한주우 부사장은 연탄의 몰락이 가속되던 90년대 후반에 닥친 IMF는 오히려 연탄산업엔 '반짝 회복기'였다며, "모든 국민은 어려웠지만 고유가 때문에 기름을 못 쓰게 된 사람들이 연탄을 다시 찾으면서 잠시 동안이지만 중흥기를 맞았었다."라고 회상했다. 한 부사장은 또 "연탄산업이 어차피 사양화된 경로를 벗어나지는 못하겠지만, 남북 관계가 더 개선돼 북한에 대한 연탄지원이 확대되는 것에 작은 기대를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