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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복종'의 운동부 합숙소…폐쇄 문화부터 없애야

스포츠 민주주의②

<기자>

국가대표 선수들이 메달을 향해 구슬땀을 흘리는 이곳, 선수촌은 선수와 지도자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합숙 기간 최장 260일, 외부에서는 좀처럼 알 수 없는 폐쇄적인 문화도 형성됩니다.

선수들은 초, 중, 고교를 거치며 이런 합숙 생활에 길들여집니다.

운동 장비와 침구가 뒤엉킨 방, 휴식은커녕 잠잘 공간조차 마땅치 않습니다.

지도자의 방은 학생들의 공간과 맞닿아 있습니다.

지도자와 선후배 관계는 명령과 복종의 구조, 학생들은 이 안에서 어떤 문제가 생겨도 외부에 알릴 생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신유용/전 유도선수 인터뷰 中 : '잘못된 거라고 말을 해야 하나' 인지를 잘 못 하게 되는 거죠. 지갑도 걷어서 하루 1천 원, 2천 원씩 용돈을 줬고…. 휴대폰도 저녁에 30분에서 50분 정도만 제공했거든요….]

2003년 천안초등학교 합숙소 화재로 어린 학생들이 숨진 데 이어 폭력, 성폭력 사태, 학습권, 인권침해 논란이 겹치면서 교육 당국은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합숙소를 폐지해오고 있습니다.

[정용철/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 : 군대 내무반 같은 그런 공간으로 서열이 정해져 있고… 합숙소라는 공간을 바탕으로 악순환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문제죠.]

그렇다면 당장 모든 합숙소를 없애는 게 답일까?

축구부가 있는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를 찾아가 봤습니다.

합숙소가 아니라 '선수 기숙사'가 공식 명칭입니다.

건물을 새로 짓고 침실 외에 휴게실, 체력단련실도 갖췄습니다.

이 기숙사가 없다면 먼 지역에 사는 학생들은 전학을 가야 하고 축구부가 해체될 수도 있어 대안을 찾은 겁니다.

[박성호/고등학교 체육교사 : 생활이 편안하고 이 안에서 자기 만족도가 높으면 그나마 그런 분쟁이나 학교 폭력, 이런 것들이 사전에 예방되지 않을까 싶거든요.

합숙소 안에서 지도자와 학생들의 생활공간을 분리하고 학생 심리상담을 비롯한 생활 전반을 관리하는 지도 교사를 두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함은주/문화연대 집행위원 : 지도자의 역할과 부모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부분이 분리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좀 자격 있고 공인된 분이 그런 부분을 도와주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합숙소 관리 감독을 교육 당국이 아니라 정부가 검토 중인 '스포츠 윤리센터'에 전담시키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합숙소의 순차적인 폐지에 앞서 '폐쇄적인 문화'부터 없애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합니다.

(영상취재 : 제 일·서진호, 영상편집 : 김준희, CG : 홍성용·최지나·류경열)

[스포츠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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