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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정체된 영화산업…'보헤미안 랩소디'서 답 찾았다

<앵커>

친절한 경제, 오늘(18일)은 권애리 기자와 소비 트렌드 알아봅니다. 권 기자,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영화 얘기네요, 지난해 유달리 한 번 본 영화를 또 보신 그런 분들이 많았다고요.

<기자>

네, 벌써 어떤 영화가 떠오르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다음소프트가 지난 6년 동안 트위터에서 "나 이 영화를 몇 번째 보고 있다"는 내용의 말들이 몇 건이나 있었는지 집계를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보시는 것처럼 갑자기 지난해에 이런 내용의 트윗이 2만 5천 건 가까이 발생하면서 폭증합니다. 도대체 어떤 영화를 이렇게 여러 번 가서 관람했다는 건가? 2위와 매우 큰 차이로 보헤미안 랩소디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서 연말에 개봉한 스윙키즈, 신과 함께, 여중생 A, 레디플레이어 원이 이렇게 열광적인 팬들이 많았던 영화들이었습니다.

이건 지난해 가장 많은 관객이 찾은 영화와는 꽤 다른 순위입니다. 지난해 1위 영화는 여러 번 봤다는 트윗에서 3위였던 '신과 함께'죠. 그리고 보헤미안 랩소디는 전체 3위고 다른 영화들은 안 겹칩니다.

<앵커>

이렇게 여러 번 보신 게 전체 순위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 같은데요, 어쨌든 지난해는 보헤미안 랩소디 신드롬이 우리 영화계를 강타했죠.

<기자>

네, 그냥 특정 영화 한 번의 신드롬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변화하고 있는 영화산업 입장에서는 이 한 번의 현상을 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그렇게 자꾸 영화관에 가서 본 이유가 뭐냐? 영화관에 가야지만 퀸의 콘서트에서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게 큰 요인이었거든요, 그래서 싱얼롱, 퀸 노래를 다 같이 따라 부르는 이벤트를 한 영화관들도 있었습니다. 그 재미에 신드롬이 또 계속돼서 자꾸 또 보러 가고요.

보헤미안 랩소디는 상당히 특이한 영화였기 때문에 다른 영화들이 이걸 따라 할 수는 없지만 영화관이라는 게 '관객은 수동적으로 앉아있다가 집에 돌아오게 되는 곳'에서는 어떻게든 탈피해야 한다는 걸 새삼 다시 보여줬습니다.

영화 관람은 오프라인 쇼핑과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이제 물건을 사는 것 자체만으로는 오프라인 매장에 점점 더 안 가잖아요, 그래서 유통업체들이 고심해서 내놓은 스타일의 매장이 바로 체험형 매장, 복합쇼핑몰들입니다.

전에 친절한 경제에서도 한 번 말씀드렸는데요, 복합쇼핑몰은 뭘 안 사더라도 가족들이랑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무르면서 밥도 사 먹고, 아이는 장난감 매장에서 놀 때 아빠는 게임 매장을 기웃거릴 수 있고, 그렇게 설계를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일단 밖으로 나온다는 거죠.

영화가 비슷한 처지입니다. 집에서도 영화관과 거의 동시에 최신 영화를 볼 수 있는 데다가 온라인 서비스로 볼 게 영화 외에도 워낙 많다 보니까 영화관에 오게 하려면 다른 유인책이 필요합니다.

<앵커>

그래도 우리나라 분들은 아직 영화관 직접 많이 찾고 있지 않나요?

<기자>

네,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서는 아직은 많이 봅니다. 한국인들이 아이슬란드인 다음으로 세계에서 영화관에 가장 자주 가는 국민입니다.

평균적으로 한 사람이 연간 4번 이상 가거든요, 그런데 이게 6년째 거의 그대로입니다. 영화관을 찾는 연인원이 2억 1천 명 대에 6년째 멈춰 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2017년보다 관객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상태로는 올해 2억 명 선으로 주저앉을 수도 있고 영화관에 점점 덜 가는 다른 나라들을 따라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요즘 영화관에 가면 전보다 뭔가 레스토랑 거리 같고 영화 외의 이벤트 같은 게 다양하다고 느끼실 겁니다. 오프라인 쇼핑몰들처럼 관객이 집을 벗어난 보람이 있게 뭔가 체험을 할 수 있어야 되는 거죠.

여기다가 보헤미안 랩소디 같은 적극적인 체험형 영화는 아니더라도 예를 들면 스크린에서 해리포터가 하늘을 날면 내 의자도 흔들리는 식으로 이미 인기가 검증된 예전 영화들을 이른바 체험형 극장, 4DX 같은 곳에서 재개봉하는 시도들도 계속 나오는 게 바로 이런 이유에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보헤미안 랩소디를 비롯해서 이런 체험형 영화는 일단 마음에 들기만 하면 20대가 특히 그렇게 자주 갑니다. 이 사람들의 영화 소비 습관이 앞으로도 몇십 년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체험형 영화관을 조성하는 데 노력들을 많이 기울이고 있습니다.

<앵커>

권 기자, 감기 걸린 것 같은데 오늘 소식 전하느라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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