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제주4·3 수형인 '공소 기각'…70년 만의 '무죄' 인정

이기성 기자 keatslee@sbs.co.kr

작성 2019.01.17 13:43 수정 2019.01.17 14:3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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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공권력에 의해 타지로 끌려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제주4·3 생존 수형인 18명이 70년 만에 사실상 무죄를 인정받았습니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는 17일 임창의(99·여)씨 등 제주4·3 생존 수형인 18명이 청구한 '불법 군사재판 재심' 선고공판에서 청구인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습니다.

공소기각이란 형사소송에서 법원이 소송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을 경우, 실체적 심리를 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4·3 당시 이뤄진 군사재판이 별다른 근거 없이 불법적으로 이뤄져 재판 자체가 '무효'임을 뜻합니다.

이번 판결로 재심을 청구한 생존 수형인들이 사실상 무죄를 인정받았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한 군법회의는 법률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일관되게 '어떤 범죄로 재판을 받았는지 모른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당시 제주도에 소개령이 내려진 시기 등 제반사정을 종합할 때 단기간에 그 많은 사람들을 군법회의에 넘겨 예심조사나 기소장 전달 등 절차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추정하기 어렵다"며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는 절차를 위반해 무효일 때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4·3 당시 공소 제기(기소)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일 때(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해당한다고 판단,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이번 판결은 제주4·3 당시 계엄령하에 이뤄진 군사재판이 불법이며 그로 인해 감옥에 갇힌 수형인들이 무죄임을 인정한 최초의 사법적 판단으로 의미가 큽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청구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제주4·3은 1947년 3·1절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통행금지령이 해제될 때까지 7년 7개월간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군경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양민들이 희생된 사건입니다.

이 기간 적게는 1만4천명, 많게는 3만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중에서도 4·3 수형인은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영문도 모른 채 서대문형무소와 대구·전주·인천 형무소 등 전국 각지로 끌려가 수감된 이들을 말합니다.

당시 상황을 기록한 수형인명부에는 2천530명의 명단이 올라 있으며, 상당수가 행방불명되거나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했습니다.

임씨 등 18명은 1948∼1949년 내란죄 등 누명을 쓰고 징역 1년에서 최대 20년 형을 선고받아 복역했습니다.

이들 외에도 10여명의 수형인 생존자가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