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기후변화, 최악의 고농도 미세먼지 잦아진다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9.01.15 10:08 수정 2019.01.15 10:0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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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더없이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찬바람이 불어오면 지난 주말부터 전국을 덮고 있는 미세먼지도 서서히 꼬리를 감출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관측사상 최악의 고농도 미세먼지다. 어제(14일)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세제곱미터당 129마이크로그램(㎍/㎥)까지 올라갔다.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25㎍/㎥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연평균보다 5배 이상 높은 것이다. 2015년 서울에서 공식적으로 초미세먼지 관측을 시작한 이후 농도가 가장 높은 것이다. 지금까지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았던 날은 2017년 3월 25일로 99㎍/㎥이었다. 대기정체로 국내외에서 발생한 먼지가 쌓인 데다 중국 등 국외에서 대규모 고농도 미세먼지가 추가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은 어떻게 달라질까? 혹시 고농도 미세먼지가 더 자주 발생하고 더 강해지는 것은 아닐까?
 
APEC 기후센터 연구팀이 온실가스 저감 대책을 상당 부분 실행하는 경우(RCP 4.5)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고 지금처럼 계속해서 배출할 경우(RCP 8.5) 등 두 가지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대해 우리나라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이 얼마나 더 잦아지고 또 얼마나 더 강해질 것인지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이현주 등, 2018). 연구팀은 실험에서 1950~1999년까지 50년을 과거기후, 2050~2099년까지 50년은 미래기후로 가정했다. 과거기후와 미래기후는 모두 10개의 전 지구 기후모델이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모의한 자료를 이용해 만들었다.
 
실험결과 기후변화가 진행됨에 따라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기 좋은 기상조건이 현저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하면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미세먼지를 확산시키는 북풍은 약해지고 대기 환경이 보다 안정되고 또 한반도 상공에는 고기압성 패턴이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대기가 정체하면서 미세먼지가 쌓일 수 있는 조건이 보다 더 자주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특히 기후변화로 겨울철 동아시아지역 몬순이 약해지고 대류권 하층이 빨리 데워지면서 대기 정체가 심해지고 한반도 지역에서의 북서풍 유입 감소가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을 증가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또 중위도 지역과 극 지역의 기압차가 줄어들면서 바람이 약해지는 것도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을 부추길 것으로 분석했다.
 
아래 그림은 바람과 지오포텐셜 고도 등 우리나라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과 관련이 있는 기상변수를 이용해 대기 상태를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기 좋은 상태(+)와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기 어려운 상태(-)로 분류한 뒤 각각의 빈도수를 표시한 것이다. 특히 과거기후(1950~1999)에서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기 좋은 상태와 어려운 상태가 정규분포 형태로 동일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가정하고 미래기후가 과거기후에 비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한 것이다.
 
분석 결과를 보면 미래기후에서는 그래프가 전반적으로 오른쪽(+)으로 이동한 것을 볼 수 있다. 미래에는 대기 상태가 과거보다 더 안정되고 바람이 약해지고 정체 현상이 늘어나면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수 있는 기상조건이 더 자주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미래에는 한반도 주변의 대기 순환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특히 온실가스를 지금처럼 계속해서 배출할 경우(RCP 8.5) 고농도 미세먼지는 더욱 더 자주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고농도 미세먼지가 지금보다 조금 더 강해지는 경향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을 정도로 뚜렷하지는 않다.
<그림> 기후변화에 따른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기상조건 빈도수 변화(자료: 이현주 등, 2018)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지금보다 고농도 미세먼지를 더 자주 초래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 네이처 기후변화(Nuture Climate Change) 저널에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Cai et al., 2017).
 
중국과 호주 공동연구팀이 발표한 위 연구에서도 미래에는 기후변화로 동아시아 겨울 몬순(북서풍)이 약해지고 대류권 하층이 빨리 데워지면서 대기가 안정되고 정체현상이 늘어나는 등 동아시아 지역의 대기 순환이 바뀌면서 지난 2013년 1월 베이징에서 발생했던 사상 최악의 스모그와 같은 극단적인 스모그가 더 자주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물론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가 미래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에 대한 전망을 모두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후변화가 진행될 경우 한편으로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북극 한파가 자주 나타나게 되면 미세먼지 확산이 보다 원활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엘니뇨도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올해처럼 동태평양 엘니뇨가 발생한 해는 상대적으로 북서풍이 약해지고 남서풍이 강해지면서 우리나라에 겨울철 고온현상과 함께 대기 정체가 나타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또 앞으로 에너지 전환이 빠른 속도로 진행돼 머지 않는 미래에 화석연료 사용이 급격하게 줄어들 경우 미세먼지 배출량이 크게 줄어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바람이 약해지고 대기가 안정되고 정체가 심해진다는 것은 앞으로 배출량이 줄어도 고농도 미세먼지가 얼마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기 정체가 심한 상황에서는 적은 양의 배출도 매우 중요해 질 수 있다는 뜻이다. 고농도 미세먼지 대책에서 단지 배출량 조절 뿐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정체 현상까지 고려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참고문헌>
 
* 이현주, 정여민, 김선태, 이우섭, 한반도 미세먼지 발생과 연관된 대기패턴 그리고 미래 전망, 한국기후변화학회지, 2018, 9권 4호, pp 423-433
 
* Wenju Cai, Ke Li, Hong Liao, Huijun Wang, Lixin Wu, Weather conditions conducive to Beijing severe haze more frequent under climate change, Nature Climate Change, 2017, Vol., 7, No. 4, pp 257-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