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갑질에 노조 만들었더니…돌아온 건 "전원 해고"

SBS뉴스

작성 2019.01.14 10:3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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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오늘(13일)부터 지금 보시는 대로 '제보가 왔습니다' 코너를 시작합니다. 여러분의 제보를 받아서 파헤쳐 보는 시간 오늘은 경기도 양주시에 예술단원들이 보내온 제보입니다. 갑자기 집단 해고를 당했습니다.

시의회 의원들이 없애라고 했기 때문인데, 그만한 어떤 잘못을 한 걸까, 이세영 기자가 현장에 나가서 따져봤습니다.

<기자>

정식 공연장 대신 거리에서 공연해야 하는 악단.

하지만 솜씨도 수준급이고 단원 한명 한명의 스펙도 화려합니다.

지역사회에서 사랑받아온 양주시 예술단의 단원들입니다. 지난달 초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럼 지금은요? 전원 해고자입니다.

64명의 단원들은 지난달 말, 이 해촉 통지서 때문에 거리로 나왔습니다.

단원 이름과 함께 '귀하를 해촉합니다'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송수진/전 양주시예술단원 : 일단 그냥 황당한 게 컸어요. 아, 이렇게 종이 한 장으로 우리가 사라질 수 있구나.]

단원들이 출근하던 연습실도 이젠 문이 굳게 닫혔습니다.

예산이 한 푼도 없어서 더이상 예술단 운영 못 한다는 게 시 입장입니다.

10년 넘은 역사를 지닌 예술단인데 왜 갑자기 예산 7억 원이 전부 깎인 걸까요?

예산 삭감 과정을 파봤습니다. 엉뚱하게도 '예술단 노조' 얘기가 튀어나옵니다.

[김종길/양주시의원 (지난달) : 그 노조나 결성한다는 그런 사람들한테 왜 필요해요?]

[황영희/양주시의원 (지난해 10월) : 노조까지 설립해서 그 예산을 세워서 그걸 해야되느냐?]

노조 때문에 깎은 게 맞냐 재차 물었더니 시민 호응이 없어 삭감했다고 말을 바꿉니다.

여기서 궁금해졌습니다.

10년가량 노조 없이 지내오던 예술단원들이 왜 지난해 9월 노조 설립에 나섰을까?

얘기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단원들은 지휘자 A씨가 자신의 아들과 은사 공연 등에 자신들을 동원하는가 하면 문제를 제기한 단원은 강등시켰다고 말합니다.

[방성영/전 양주시예술단원 : 지휘자 선생님이 점수를 안 주면 단원이 여기서 나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선생님 앞에서 (안 된다고)말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또 다른 지휘자 B씨는 입버릇처럼 폭언을 쏟아냈다고 합니다.

[지휘자B : 나는 권한이 있고 너희는 없어. 너 (근로) 계약 사인했니? 그런거 없지? 너희가 그냥 패를 지어서 막 한다고 될 일이 아니고.]

하지만 양주시청은 "개인 간 갈등"이라며 외면했고 자구책으로 노조 결성에 나서자 한마디 상의 없이 집단 해고했습니다.

[유재관/노무사 : (해고의)정당한 사유라고 하면, 근로관계를 유지 할 수 없는 근로자의 귀책사유라고 봐야 하는데 예산의 문제는 결국 사용자 측의 문제이기 때문에….]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달 이 양주시 예술단원들을 근로자로 인정했습니다.

단원들은 곧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