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독 미국대사 "'노르트 스트림2' 참가 업체, 미국 제재대상 될 수도"

SBS 뉴스

작성 2019.01.14 03:5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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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주재 미국대사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연결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인 '노르트 스트림(Nord Stream) 2'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미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국과 독일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주독미국대사관은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까운 리처드 그레넬 대사가 최근 몇몇 기업에 보낸 서한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음을 확인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그레넬 대사는 서한에서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파이프라인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CAATSA(미국의 적대세력 제재대응법)에서 규정한 미국의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다는 것을 상기한다"고 밝혔다고 미국대사관의 대변인이 말한 것으로 AFP 통신은 전했습니다.

CAATSA는 지난 2017년 미국의 적대국인 이란과 러시아, 북한을 겨냥해 제정된 법률입니다.

그레넬 대사는 또 서한에서 자신의 이 같은 발언이 유럽국가에 '협박'으로 비칠 수 있음을 의식한 듯 "지금 상황에서 협박으로 간주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미래 가스 공급에 대한 레버리지를 가진 크렘린(러시아 당국)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노르트 스트림2 사업은 현재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폴란드 등의 동유럽 및 발트 해저를 통해 독일로 연결되는 '노르트 스트림' 파이프라인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 능력을 2배로 늘리도록 확대하는 사업으로 이미 착공됐습니다.

이 사업에는 러시아의 천연가스업체인 가스프롬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의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레넬 대사는 흑해를 통해 터키에 이르는 투르크 스트림 사업과 함께 노르트 스트림2 사업은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수송할 필요를 제거하기 때문에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한 우크라이나의 방패를 빼앗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두 개의 파이프라인 사업(투르크 스트림과 노르트 스트림2)을 지원하는 업체는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안보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미국 국무부도 작년 3월 20일 언론을 통해 러시아뿐만 아니라 노르트 스트림 2 사업에 참여하는 투자자 및 외국기업들도 CAATSA에 따라 미국의 제재대상에 놓일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노르트 스트림2 사업이 완성되면 유럽의 대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높여 유럽국가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수단을 러시아에 제공하는 것이라며 반대해왔습니다.

미국의 이 같은 입장에는 자국산 천연가스를 유럽에 더 많이 수출하려는 계산도 포함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작년 7월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서는 미국의 안보에 의존한 채 방위비 지출은 늘리지 않으면서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더 많이 수입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를 포함한 일부 동유럽 국가들도 미국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두둔하고 나서 최근 노르트 스트림2 사업은 유럽 내부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노르트 스트림2 사업은 전적으로 경제적인 사업으로, 더 싸고 신뢰할 수 있는 천연가스 공급을 보장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메르켈 총리는 노르트 스트림2 사업이 완공되더라도 일부 러시아 천연가스는 우크라이나를 통해 여전히 수출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이익은 지켜질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도 메르켈 총리의 이 같은 입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도 지난주 "유럽의 에너지 정책은 미국이 아니라 유럽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며 미국 정부를 비판했으며 독일 야당인 좌파당도 그레넬 대사에 대해 "워싱턴제국의 독일 총독처럼 행동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연합뉴스)